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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호, 사업가인가 정보원인가

형과 함께 91년부터 중동서 사업 ‘군납업 대부’ 야망 … 미군·이라크인 다양한 인맥 ‘소문’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김천호, 사업가인가 정보원인가

김천호, 사업가인가 정보원인가

6월27일 고 김선일 피랍 사망사건 진상조사단 단장인 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가운데)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가나 제너럴 트레이딩 컴퍼니(가나무역)’ 김천호 사장 책상에는 이라크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꽂혀 있다. 바그다드에서 김사장과 친분을 나누다 최근 요르단 암만으로 철수한 교민 L씨에 따르면, 이라크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며 사업을 하는 김사장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수시로 경험하고 또 담담하게 넘긴다고 한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가나무역 사무실은 일반 사무실과 구조가 다르다. 협소한 공간 때문에 책상을 일렬로 배치하고 남은 자투리 공간에는 담요 등 군납품들을 가득 쌓아놓고 있다. 김사장은 정리되지 않은 이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김선일씨 등 18명의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종합군납업의 대부’를 꿈꿨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 피살로 그의 비즈니스는 중대 기로에 섰고, 그 뒤로 온갖 의혹들이 꿈틀거린다.

지난해 6월 설립된 가나무역은 이제 겨우 한 살 된 회사다. 그러나 뿌리는 깊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가나무역은 1991년 걸프전 당시에도 미군부대에 군납을 해온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가나무역 뒤에는 김사장의 형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은 ‘아버지’ 부시 정부가 벌인 91년 걸프전 때부터 사업을 시작, 아랍 지역에서는 꽤나 규모가 큰 군납업을 경영하고 있다고 한다. 김사장은 사업 초기 형의 이런 배경을 충분히 활용해 기반을 다졌다.

정치인들, 김사장 관련 정보원설·국정원 연관설 제기

김사장은 이라크 현지 교민과 공관원, 언론인 등 이라크에 발을 디딘 사람이 꼭 만나야 할 사람으로 통한다. 박진 의원 측은 “공관원이든 언론인이든 현지에 가면 한번씩 인사를 나눠야 현지 생활이 편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친화력이 좋아 미군은 물론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과도 곧잘 어울리기 때문에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쥐고 있었다. 특히 미군부대를 수시로 들락거리는 그에게는 미군의 움직임, 나아가 군사작전 등과 관련한 직·간접 정보거리가 많았다고 한다. L씨에 따르면 정부 공관은 물론 정보기관 등에서도 김씨의 이런 ‘정보의 샘’을 자주 활용했다고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김사장의 말을 인용, 주간정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단적인 예.



이 때문에 김사장은 이중 정보원이란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박진 의원의 한 보좌진은 “미국의 CIA 대행업체가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의 권오을 의원 측은 반대로 국정원 관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지 교민들은 김사장과 그의 형이 아랍권 내 한국인들 가운데 고급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사람으로 보고 있다.

김사장은 가나무역 직원들을 기독교인 중심으로 뽑았을 만큼 종교적 성향이 강했다. 때문에 공관에서는 종교적 갈등을 우려해 이라크 상황과 관련한 경고 메일을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사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부지런함으로 현지인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그가 김씨 피랍사건에 개인적 교섭에 나선 이유도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사장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저항세력이 한국인을 공격할 경우 표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 한다. 직원과 함께 이라크 전국을 누비고 다니던 그는 외교부와 현지 공관의 철수 권고에도 바그다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적극·도전적 성격 … 사업 관한 한 열정적 ‘주위 평가’

사업에 관한 한 그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고 한다. 피살된 김씨가 몇 차례나 귀국 의사를 타진했지만 연말까지만 도와달라며 오히려 발목을 묶었고, 다른 직원들도 포성이 울리는 바그다드와 인근 도시로 배달하는 일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김사장의 추진력 앞에 무기력하게 굴복했다는 것. 이 회사 직원 박원곤씨는 4월5일 서희·제마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사업차 갔다가 지구촌나눔운동의 한재광 사업부장과 함께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추종하는 민병세력에 억류됐다 14시간 만에 풀려난 적이 있다. 그럼에도 김사장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고 한다.

가나무역은 한국군의 아르빌 파병이 결정된 후 숙영지에 영구막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군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뭐든지 댄다’는 게 김사장의 사업 모토였고, 종합군납업의 대부를 향한 열정은 누구도 막지 못했다고 한다.

김사장은 조만간 귀국, 모든 의혹을 털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귀국 시기는 미정이다. 김사장은 6월26일 바그다드 주재 한국대사관을 방문, “회사 사정상 당분간 귀국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가 다시 7월1일 귀국을 공개했다.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서야 할 상황에 대한 부담과 무언가 숨길 일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김사장 측은 “지금 한국으로 가면 15년 동안 중동 땅에서 어렵게 일군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비즈니스가 귀국을 막는 이유임을 강조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바그다드를 사수하려는 이유는 이라크 상황이 ‘위기이자, 곧 기회’이기 때문으로 현지 교민들은 풀이한다.

재건 단계의 이라크는 ‘전시상황’인 동시에 ‘무한한 기회의 땅’인 것이 사실이다. 김사장은 91년 걸프전을 통해 이 같은 교훈을 직접 체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KOTRA 바그다드 지사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라크에서 직원 2명이 피살됐는데도 수주한 공사를 완공한 B사는 6월 초에 후속 공사를 앞두고 있으며, C사도 지난해 100만 달러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주간동아 442호 (p20~21)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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