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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 모르는 ‘불량 만두’ 공방 2라운드

잠적한 업체 사장 “쓰레기 단무지 아니다” 경찰 “당당하다면 출두해 진실 밝혀라”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속 모르는 ‘불량 만두’ 공방 2라운드

속 모르는 ‘불량 만두’ 공방 2라운드

경찰이 5월 19일, 20일에 촬영한 단무지 업체들의 자투리 단무지들. 해당 단무지 업체 대표들은 ”썩은 자투리 단무지들이 실제 만두소 재료로 사용된 증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불량 만두소를 만든 적이 없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과장됐다.”(으뜸식품 이성구 사장•61•수배 중) “애초에 자투리 단무지를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처리한 것을 문제삼았을 뿐이다. 이성구 사장이 당당하다면 빨리 경찰에 출두해 진실을 밝혀라.”(경찰) 불량 만두소를 둘러싼 업체와 경찰 사이의 진실게임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쓰레기 만두’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으뜸식품의 이성구 사장이 “불량 만두소를 만든 근거도 없고, TV 방송 화면이 왜곡됐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경찰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다음날인 4월20일 잠적해 계속 도피를 하고 있다. 어제는 질타, 오늘은 동정 ‘언론의 양면’ 이사장은 ‘동아닷컴’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단무지 생산과정에서 나온 자투리 무를 통무와 함께 만두소로 사용했다”며 “깨끗한 단무지를 선별해 제조 공정에 넣은 만큼 ‘쓰레기 수준’의 폐기용 단무지가 아니다”라고 경찰 조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더욱이 단무지 업체들은 “경찰이 찍어간 공장 곳곳의 장면 중 쓰레기 부분의 모습만 편집돼 방송에 보도됐다”고 항의했다. 이로 인해 언론과 경찰은 ‘만두 파동’의 또 다른 공적(公敵)이 될 참이다. 전국을 휩쓴 ‘만두 파동’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국민들은 이제 ‘무엇이 진실인가’를 묻고 있다.

▼쓰레기 만두소인가= 경찰과 업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목이 바로 ‘쓰레기 만두소’의 존재 여부다. 경찰은 6월6일 “쓰레기로 버려지는 중국산 단무지 자투리를 수거해 폐우물물로 탈염, 세척해 전국 25개 유명 식품회사 등에 만두 재료로 납품해온 악덕업자 6명을 입건했다”고 브리핑하면서 ‘쓰레기 만두’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쓰레기’란 선정적인 표현으로 국민의 공포심을 조장했다”고 지적한다. 이사장은 “공장에서 나온 단무지 자투리를 깨끗하게 포장해 냉동차로 운반했다”고 주장했다. 만두공장에 재료를 납품했던 한 단무지 업체 관계자 역시 “쓰레기 단무지가 실제로 만두소 재료로 사용됐는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의 진위는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라며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썩은 무 등이 포함된 단무지를 만두소 제조과정에 사용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속 모르는 ‘불량 만두’ 공방 2라운드

한국생활협동조합연합회 회원들이 6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쓰레기 만두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불량 만두는 인체에 유해한가= 만두 재료가 ‘인체에 유해한가’에 대해선 일단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경찰조차도 “애초부터 ‘만두의 유해성’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벌인 것이 아니다. 불건전한 재료로 비위생적인 만두소가 얼마나 생산됐는지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으뜸식품의 단무지 원료•반제품•완제품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식중독을 유발하는 황색포도상구균과 대장균의 일종인 엔테로박터 인테르메디우스가 공통적으로 검출됐다. 그러나 이를 유해성의 직접적 증거로 판단하는 데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울산대 의대 최상호 교수는 “두 균의 검출 사실만으로 유해성 여부를 판가름하기 힘들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우리 몸에도 소량 존재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수치가 검출됐는지 궁금하다. 또 검출된 균이 여러 가지 황색포도상구균 중 식중독 유발의 직접 원인균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6월 5명의 만두 제조•판매업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심사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이혜광 부장판사도 “문제의 만두 재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한 법조 관계자는 “이사장이 인정했듯 수질검사를 하지 않은 물을 식품 제조에 사용한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 단무지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농산물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다만 이사장이 ‘위해식품 등의 판매 금지’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4조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우물물은 안전한가= 자투리 단무지를 탈염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폐우물물의 유해성 논란에 대해서도 업체와 경찰의 시각이 엇갈린다. 단무지 제조업체들은 “폐우물물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는 식수 기준 46항목 가운데 ‘탁도’만 1.28도(기준 1.0도)로 기준을 약간 넘었고, 대장균•일반세균 등 나머지는 모두 적합 판정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결과 문제의 폐우물물은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검사결과가 나왔다. 으뜸식품은 안전하다는 폐우물물로 단무지를 씻으면서, 정작 왜 식수는 다른 업체에서 사다 마셨느냐”고 반문했다.

▼방송 화면이 조작됐는가= 단무지 업체 대표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린 대목은 ‘언론이 만두공장의 쓰레기와 지저분한 모습만 방영하고 해당업체엔 반론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O농산의 오모씨는 “마치 쓰레기를 납품한 것처럼 보도된 방송 화면 이후 외국 수출계약조차 모두 취소됐다”며 “단무지 업체의 관계자들과 공동으로 방송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3월9일에는 으뜸식품을, 5월19•20일에는 나머지 단무지 업체의 공장을 촬영했으며, 이 화면은 각각의 폴더로 분류해 기자들에게 제공했고 브리핑 과정에서 화면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속 모르는 ‘불량 만두’ 공방 2라운드

도피 중 동아닷컴과 단독 인터뷰를 한 으뜸식품의 이성구 사장.

▼경찰의 한건주의인가= 이사장은 ‘동아닷컴’과 한 인터뷰에서 “경찰이 한건 올리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고, 내 죄가 나중엔 점점 확대돼 겁났다”며 경찰을 정면 공격했다.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 보도가 잇따르면서 경찰은 국무조정실 감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청 외사3과의 권선영 팀장은 “열심히 일했고, 피의자들을 수사하는 과정은 떳떳하다”며 “식품안전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하려던 이번 수사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쓰레기 만두’ 제조업체의 비도덕성을 질타하던 언론은 며칠 뒤 “언론의 과장보도로 무고한 만두 회사가 망하게 됐다”며 일제히 동정 기사를 실었다. 어제는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오늘은 만두소 제조업자의 반박에 휩쓸리는 국민들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전국을 휩쓴 만두 파동의 진실은 재판을 통해 밝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주간동아 442호 (p52~53)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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