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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세 권의 추리소설

미로 속 살인범 쫓아 한 판의 두뇌전쟁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미로 속 살인범 쫓아 한 판의 두뇌전쟁

미로 속 살인범 쫓아 한 판의 두뇌전쟁
더위가 심해지면 추리소설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다. ‘관찰과 추론’이라는 이성으로 무장하고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에는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서점가에 추리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책은 비밀교단에 얽힌 살인사건을 다룬 ‘다 빈치 코드’, ‘자본론’의 저자 칼 마르크스와 동명이인인 저자가 마르크스를 소설 속으로 불러들인 ‘자본론 범죄’, 롱펠로를 중심으로 미국 문학사의 황금기를 그려낸 ‘단테클럽’ 등 세 작품.

흥미롭게도 이 소설들은 다 픽션(허구)이지만 저자들은 모두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은근히 강조한다. ‘다 빈치 코드’는 ‘이 소설에 나오는 예술작품과 건물, 자료, 비밀 종교의식 들에 대한 모든 묘사는 정확한 것이다’고 하고, ‘단테클럽’은 실존하는 단테협회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자본론 범죄’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 이야기가 진짜라는 거다’라고 주장한다. 정말 소설 속의 모든 게 진실이지, 또는 그에 육박(핍진)한지는 두 눈 부릅뜨고 살펴볼 일이다.

평범한 교사 출신인 댄 브라운이 쓴 ‘다 빈치 코드’는 전 세계적으로 700만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독자 서평이 3000개나 올라올 정도로 화제다. 독자를 끌고 가는 곳은 아무도 없는 심야의 루브르 박물관. 살인자에게 쫓기던 박물관장 소니에르가 죽음을 맞이한다. 파리에 체류 중이던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이 박물관으로 호출되고, 그는 그곳에서 기묘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소니에르와 휘갈겨 쓰여진 메시지를 본다.

‘13-3-2-21-1-1-8-5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Oh, Draconian devil!) 오, 불구의 성인이여(Oh, lame saint!).’



랭던은 도리어 살해범으로 몰리고 소니에르의 손녀이자 암호전문가인 소피와 함께 비밀의 열쇠를 찾아나선다. 이들 앞에는 수많은 암호가 기다리고 있다. 하나를 풀면 또 다른 암호가 나타난다.

결국 소피와 랭던은 소니에르가 1099년에 설립된 비밀단체 ‘시온수도회’의 대부였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또 이 수도회가 막달라 마리아의 시신을 칭하는 ‘성배’와, 예수와 마리아가 아이까지 낳고 살았다고 적힌 비밀문서를 보호해왔음을 알게 된다.

이 결사체는 가톨릭의 비이성적 마녀재판, 이교도 공격 등을 여러 예술 장르를 통해 전파하려 했다. 다 빈치의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암굴의 성모’ 같은 것이 바로 그런 도구라는 것이다. 소니에르는 죽기 전 그 비밀을 아나그램(철자 바꾸기)을 이용해 손녀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철자를 바꾸면 그 글씨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와 ‘모나리자(Mona Lisa!)’임을 알게 된다.

‘단테클럽’은 2003년 미국에서 출간됐고,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10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롱펠로, 로웰, 홈스 같은 주요 인물 외에 에머슨, 포, 호손, 멜빌 등 미국 문학사에 큰 영향을 끼친 실존 인물들이 직간접적으로 등장해 이채롭다.

미로 속 살인범 쫓아 한 판의 두뇌전쟁
1865년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 헨리 롱펠로는 단테의 ‘신곡’을 번역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그의 친구들인 작가 로웰과 홈스, 역사학자인 그린과 출판업자 필즈 등이 이 작업에 동참해 ‘단테클럽’이 결성된다.

그러나 하버드대학 교수들을 비롯한 문학 보수주의자들은 롱펠로의 작업이 유럽의 자유로운 문학사상을 유입시켜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 여기고, 조직적인 방해를 감행한다. 가톨릭 문화를 경계하던 신교도들도 보수주의자들과 협력해 롱펠로의 명성에 흠집을 내려 한다. 그 무렵 보스턴에선 거듭된 살인 사건으로 시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는데, 롱펠로와 친구들은 살인사건이 ‘신곡’ 가운데 ‘지옥편’의 형벌을 흉내냈음을 알게 된다.

흥미롭게도 저자 매튜 펄은 하버드대학 영미문학과를 졸업하고, 단테클럽을 연구한 공로로 미국단테협회가 주는 단테상을 받은 이다.

미로 속 살인범 쫓아 한 판의 두뇌전쟁
‘자본론 범죄’는 ‘공산당 선언’을 쓴 칼 마르크스가 남겼다는 일기가 주소재다. 빈에 있는 한 출판사 편집자는 이탈리아로 여행 갔다가 우연히 낡은 노트를 줍는다. 놀랍게도 그것은 환생한 마르크스의 일기였다. 편집자는 이것을 유명 잡지사 기자에게 넘기지만, 일기를 둘러싸고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소설은 주인공의 서술 사이사이에 마르크스의 일기가 액자식으로 병치돼 있다. 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마르크스의 개인사를 보여준다. 마르크스는 고귀한 이상에 목숨을 걸었지만 현실에선 실패자에다 허풍선이었으며, 퇴폐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노숙자로 비참하게 살아가던 그는 부르주아에 의한 노동자 착취, 돈으로만 사람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자본주의의 폐해 등을 지적한다.

다 빈치 코드/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베텔스만코리아 펴냄/ 368, 352쪽/ 각권 7800원

자본론 범죄/ 칼 마르크스 지음/ 이승은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312쪽/ 9800원

단테 클럽/ 매튜 펄 지음/ 이미정 옮김/ 황금가지 펴냄/ 388, 364쪽/ 각권 9500원



주간동아 442호 (p84~85)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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