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8

2004.06.10

실력도 ‘짱’ 선행도 ‘짱’

  • 이종현 /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4-06-02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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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도  ‘짱’  선행도  ‘짱’
    5월20일부터 나흘간 열린 SK텔레콤오픈엔 올 시즌 가장 많은 갤러리가 운집했다. 최경주, 허석호, 프레드 커플스가 한 조를 이뤄 이틀간 플레이를 펼치면서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닌 것.

    필자도 워낙 빅 이벤트라 빅3 선수를 쫓아다니면서 대회를 지켜보았다. 백암비스타 골프장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은 선수들이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3인3색의 홀 공략법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린이 마른 데다 잔디를 바짝 깎아 최고 수준의 선수들조차 어려움을 겪었다. 100야드 이내의 거리에서 최경주가 강한 백스핀 샷으로 그린을 공략했으며, 커플스는 로빙 볼로 부드럽게 그린에 붙이는 전략을 택했다. 반면 허석호는 컨트롤 샷으로 볼을 굴려 핀에 붙였는데, 3명의 공략법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특히 여유롭게 플레이를 펼쳐나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많은 갤러리들은 이 세 선수가 18홀 홀아웃을 한 뒤 박수갈채를 보냈고, 선수들은 기다리던 팬들을 위해 일일이 사인을 해주었다.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각자의 팬들을 위해 사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톱스타는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는 선행에서도 빛난다.



    대회 도중 알려진 최경주의 미담은 골퍼들을 감동시켰다. 최경주는 소리소문없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청각장애 골퍼 이승만을 돕고 있었다. 미국에서의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려던 미완의 대기 이승만을 위해 2000여만원을 아무도 몰래 지원했던 것이다. 최경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알리지 말라고 했지만 선행은 언젠가 알려지게 마련이다.

    허석호 역시 조용히 선행을 하고 있다. 그는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에 참여, 자신의 버디와 이글 작성에 따라 일정액을 매년 장애단체에 내놓고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척추를 다친 체조스타 김소영과의 특별한 만남이 계기가 돼 올해로 벌써 4년째 좋은 일을 하고 있다. 허석호는 또 게임이 없는 비시즌엔 종묘공원을 찾아 결식 노인들에게 쌀을 전달하고 직접 밥을 퍼준다.

    프레드 커플스가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바로 어려운 이웃을 많이 돕고 자선행사를 자주 열기 때문이다. 그의 선한 인상과 항상 남을 배려하는 행동은 늘 후배 골퍼들의 귀감이 돼왔다.

    역시 스타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묵묵히 남을 위해 봉사하고 나눠주려는 마음이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다른 선수들도 최경주 허석호 커플스처럼 남을 위해 한 가지씩 선행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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