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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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졸면 죽습니다”

국회방송 하루 16시간 의정 활동 중계 … 놀고먹는 의원 가려내고 구태 척결 신호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6-02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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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님, 졸면 죽습니다”

    5월24일 개국한 국회방송 내부 모습(위).

    상습 지각 의원, 수시로 언어폭력을 일삼는 의원은 앞으로 몸조심을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의석에서 졸던 의원들도 마찬가지. 잘못하면 이런 추태가 여과 없이 방송을 타 망신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실하게 의정활동하는 정치인들의 경우 ‘스타 의원’석을 예약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5월24일 개국한 국회방송(NATV)이 이런 변화를 몰고 올 첨병이다. 국회방송은 17대 국회부터 유선방송과 위성방송(채널 156)을 통해 하루 16시간(오전 9시~다음날 오전 1시) 동안 의정활동을 중계한다. 본회의, 예결위, 상임위, 청문회 등 의원들의 활동 대부분이 취재 대상. 국회 내 거의 모든 현장을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안방으로 내보내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공영 케이블방송인 C-SPAN 3개 채널이 24시간 상·하원의 각종 회의 및 행사를 중계, 공부하는 의원상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도 비슷한 변화가 기대된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 곧바로 해당 의원의 홈페이지는 쑥대밭이 될 텐데 누가 졸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지나친 방송 의식 외양 치중 부작용 우려도

    “의원님, 졸면 죽습니다”

    2000년 7월 30일 국회 건설교통위에 대한 교통안전관리공단 이사장의 업무보고 도중 졸고 있는 의원들.

    함량 미달 발언 등 구태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안에 대한 준비 없이 상임위 활동에 나설 경우 자질 부족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을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들은 TV를 통해 해당 의원의 의정활동을 직접 평가, 성적표를 매길 수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체계적으로 의원활동을 분석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나치게 방송을 의식, 외양에만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방송을 의식한 오버액션, 발언권 경쟁 등은 불을 보듯 뻔하고, 대선과 총선 등을 통해 이미지 정치가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국회방송이 이를 부추길 것이라는 역기능도 예측된다.

    방송이 생활의 일부였던 KBS 앵커 출신 박찬숙 의원(한나라당) 측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며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끼는 표정이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과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 측도 마찬가지. 분초를 다투는 취재와 앵커 활동을 벌였던 이들은 “방송은 자연스러움”이라고 말한다.



    실상 권위에 젖어 있는 정치인들과 달리 개혁 마인드로 무장한 의원들에게 국회방송은 무한한 기회의 땅을 제공한다. 청문회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처럼 ‘안방스타’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 국회 한 관계자는 “민노당 노회찬 의원 등과 같이 말로 이슈를 만들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국회방송의 목적은 ‘국회와 정치, 그리고 유권자’를 하나로 묶는 데 있다. 비회기 기간에는 딱딱하지 않은 정치 프로그램을 방영해 거리를 좁히려는 계획도 이런 목적 때문이다. 국회방송은 국회의 투명성 및 공개성 제고를 위해 ‘법으로의 초대’를 준비 중이다. 딱딱한 법과 정치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의도. 상임위를 집중 조명하는 ‘상임위 탐방’ 코너도 마찬가지. 상임위별 활동 등을 있는 그대로 방영, 유권자들을 국회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것.

    ‘대한민국 의정사’ 등과 같은 프로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선입관으로 국회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강용식 사무총장은 “국회를 안방으로, 국민을 국회로 연결하는 가교 구실과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국회방송의 임무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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