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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래 교수의 ‘과학 속 세상史’

미적분 안 배운 이공계 학생 과학 발전 이끌 수 있나

  •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미적분 안 배운 이공계 학생 과학 발전 이끌 수 있나

대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4월 초 발표된 서울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4년도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의 수학 성취도가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2005년 신입생은 7차 교육과정에서 미적분(微積分)이 선택과목으로 분류돼 수학 실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어느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대학 전체의 공통된 경향으로 판단된다.

미적분을 배우지 않고도 이공계 진학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돼버렸다. 국내 최고의 교육 전문가들이 만든 교육과정이겠지만 과학사를 공부한 학자로서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미적분은 17세기 ‘과학 혁명’을 이끈 대표적인 수학 분야로 현대과학의 대표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미적분이 발견되기 전까지의 과학은 정적(靜的)인 대상만이 연구되었다. 변화하는 대상에 대해 접근할 도구가 없었던 셈이다. 사물의 변화와 그 변화의 비율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수단으로 발달한 ‘움직이는 수학’이 바로 미적분이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개념으로는 운동에서의 ‘순간속도’와 ‘가속도’가 있다. 지금 우리는 수시로 순간속도를 알려주는 자동차 속도계를 보며 살지만, 17세기 이전에는 그런 개념조차 제대로 없었던 셈이다.

미적분을 완성한 수학자로는 뉴턴(1642~1727)과 라이프니츠(1646~1716)를 꼽는다. 영국의 뉴턴은 1666년에, 독일의 라이프니츠는 10년이 지난 1676년에 미적분을 각각 독자적으로 완성했다. 그런데 이들의 미적분 발견은 영국과 대륙 학자들 사이에 엄청난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본인들보다는 그 지지자들 사이에 누가 이 획기적 발견을 먼저 발견했느냐는 논쟁으로 이어진 것. 발견은 뉴턴이 앞섰지만 학계 발표는 라이프니츠가 앞섰기 때문에 생긴 분쟁이었다. 오늘날 미적분 부호는 뉴턴보다 오히려 라이프니츠를 따르고 있다.

이 갈등으로 영국 수학자들은 약 1세기 동안 대륙의 수학자들과 교류하지 못했다. 결국 미적분의 발견과 함께 뉴턴이 완성한 만유인력법칙에 크게 자극받은 대륙 학자들은 후속 연구에 매진한 결과 특히 프랑스에서 수학과 과학의 꽃이 만발할 수 있었다. 미적분은 영국에서 먼저 나왔을지언정 그 활용은 대륙이 더 앞섰던 셈이다.



이 대목에서 연상되는 것이 바로 기하학이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기하학은 그리스에서 유클리드가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부터 서양에서는 기하학을 교양인의 필수과목으로 여겨왔다. 서양의 과학을 전수받은 우리 역시 중학교 때부터 기하학을 가르친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기하학이 발달한 역사가 없다. 결국 기하학이 서양인들의 논리적 사고를 길러주었고, 그 덕택에 서양에서 유달리 과학이 발달한 것이라고 과학사 학자들은 설명한다. 요컨대 기하학이나 미적분이나 근대과학의 발달에 꼭 필요한 단계였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적분이 고등학교 교육에 필요하지 않다면 기하학도 마찬가지로 교육과정에서 뺄 수 있다. 물론 컴퓨터와 외국어 등 배울 것이 수두룩한데 수학의 일부분쯤 배우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기하학과 미적분을 공부하면서 논리적 훈련을 받는다. 애초부터 기하학이나 미적분은 실생활에서 쓰일 목적으로 배우는 실용학문이 아닌 것이다. 수학을 통한 논리적 훈련 없이 한국 학생들이 학문을 어떻게 높은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주간동아 434호 (p69~69)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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