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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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너도나도 ‘MS 왕따작전’

윈도우즈 독점 무기로 영역 확장하다 ‘곳곳 마찰’ … 국내에선 ‘다음’이 총대 메고 소송 제기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04-22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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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너도나도 ‘MS 왕따작전’

    다음 메신저(위)와 MSN 메신저.

    ”경찰이 나를 체포한다는 말, 세무조사 나온다는 말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빌 게이츠가 내가 벌이는 사업 분야에 뛰어들었다는 게 그것이다. MS가 끼어든다는 건 꿈속에서도 듣기 싫은 끔찍한 일이다.”

    한 미국 기업인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MS(마이크로소프트)가 “미 투(me too)”라고 외치며 다른 업체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는 사업에 숟가락을 내밀면 기존 업체들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MS가 윈도우즈라는 막강한 뒷배를 갖고 있는 까닭이다.

    PC를 켜보자. 심중팔구 최신 버전의 윈도우즈 XP 혹은 윈도우즈98 윈도우즈2000이 직직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부팅이 된 뒤에도 MS의 지배는 이어진다. 자연스레 MS익스플로러에 손이 가고, 친구들과 하는 잡담에는 MSN메신저가 이용된다. 성인물이라도 볼라치면 MS미디어플레이어가 나타나 비디오와 오디오를 돌려댄다.

    “메신저 끼워 파는 바람에 막대한 손실”

    MS는 OS(운영체계)시장의 90%를 장악한 윈도우즈의 독점을 뒷배로 곳곳에서 ‘부당한’(경쟁업체), 또는 ‘정당한’(MS) 방법으로 경쟁업체 또는 선점업체를 따돌리고 비교적 쉽게 시장 지배력을 손에 쥐었다. 그렇다면 개화된 인류의 거의 대부분이 MS의 기술에 묻혀 지내는 건 MS의 제품이 뛰어나기 때문일까. 경쟁업체들은 “아니올시다”, MS는 “그렇다”고 답한다.



    MS는 요사이 식욕이 더 왕성해졌다. “미 투”라고 외칠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기웃거리는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차세대 디지털TV OS시장에 뛰어들어 소니나 삼성 같은 굴지 가전업체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으며, 조만간 SK텔레콤이나 KTF 같은 이동전화 회사도 느닷없이 나타난 MS라는 경쟁자와 조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 OS개발 능력을 갖춘 소니와 MS의 전쟁은 디지털TV 게임기 홈네트워킹 등에서 이미 시작됐다. 삼성전자도 리눅스 기반의 TV용 OS를 개발해 자사의 디지털TV에 장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수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TV용 OS시장에서 MS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대결을 펼칠 소니의 자존심이 한국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진보가 봇물 터지듯 이뤄지는 이동전화 시장에서도 MS는 잠룡(潛龍)이다. MS는 PDA(휴대용 개인 정보단말기)용 OS인 윈도우즈CE에 무선 인터넷전화 기능을 넣겠다고 선언했다. MS의 구상이 실현되면 휴대전화 기능이 없는 PDA로도 휴대인터넷을 이용해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기존 이동통신업계는 무선 인터넷전화가 요금 경쟁력을 내세우며 시장을 파고들면 파이의 일부를 빼앗길 수 있다.

    한국은 2005년께 휴대인터넷 도입을 목표로 관련 표준을 정비 중인데 서비스가 시작되면 무선 인터넷전화의 보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MS의 힘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 KTF의 한 임원은 “CDMA 휴대전화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정보통신 강국 한국의 기술이 그렇게 허약하지 않다”면서도 “기존 시장과 3세대 휴대전화 시장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검색 시장도 심상치 않다. 세계 1위 구글의 한국시장 직접 진출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에선 뒤늦게 뛰어든 MS와 구글이 맞붙고 있다. MS는 이르면 2005년 차세대 PC용 OS(윈도우즈)에 인터넷 검색기능을 장착할 계획이다. 윈도우즈에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아 네비게이터를 고사시킨 전례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미국 언론들은 MS가 구글의 1인 천하를 무너뜨릴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MS의 독점은 소비자들에겐 독(毒)이고, 경쟁기업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MS가 새로운 윈도우즈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응용제품 지원을 중단하거나 응용제품을 새로 출시하면서 과거 버전의 윈도우즈에선 돌아가지 않게 해놓으면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상위 버전의 윈도우즈나 새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 한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인터넷 연결이 중단되는 인터넷 대란이 벌어진 것도 웜바이러스에 약한 MS의 서버가 한국시장을 석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MS의 공세에 시장을 잠식당한 업체들은 크게 두 가지 선택을 한다. 껌값을 받고 조용히 물러나거나 극렬하게 저항하는 것.

    디지털 콘텐츠 불법복제 방지기술 특허를 보유한 인터트러스트테크놀러지가 4억4000만 달러를 받고 물러선 것, 썬마이크로시스템스가 MS와 치른 반독점 및 특허법 위반 분쟁에서 16억 달러를 받고 포괄적으로 합의한 뒤 물러선 것이 껌값의 대표적 사례다.

    MS는 최근 EU(유럽연합)와 한국에서 도전자들의 극렬한 저항을 받았다. EU에선 유럽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승리한 모양새. EU는 MS의 윈도우즈 미디어플레이어를 끼워넣은 윈도우즈 판매가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EU 사상 최대인 5억 유로(약 7200억원)의 과징금을 MS에 부과하고 아울러 윈도우즈에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를 끼워 팔지 말라는 판결을 내린 것.

    한국에선 다음커뮤니케이션스(이하 다음)가 총대를 멨다. MS가 OS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인스턴트메신저를 윈도우즈XP에 끼워 판매하는 바람에 영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면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이와 관련해 MS측은 “시장 점유율 1위의 MSN메신저는 끼워 팔기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MS의 눈 밖에 날 것을 우려해 공식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걸 자제해왔던 SK커뮤니케이션스 드림위즈 네오위즈 NHN 등 다른 포털업체들도 다음의 소송에 크게 고무된 눈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모두가 다음 편이라고 보면 된다. MS의 독과점 관행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털업체들은 지난해 MS가 일방적으로 한국 포털업체의 메신저와 MSN메신저의 상호 연동을 중지시킨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다음이 MS의 행보에 전전긍긍하는 국내 업체를 대표해 MS의 독점을 막겠다고 소송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인지도 향상이나 보상금을 목표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

    포털업계뿐만 아니라 한국시장 전반에서 반(反)MS 기류는 공감대를 이뤄가고 있다. A그룹 B그룹 등에서 밖으로는 쉬쉬하며 윈도우즈의 경쟁상대인 리눅스를 자사 전산 시스템의 OS로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장비업체도 리눅스 기반 소프트웨어와 장비개발에 인력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3국 정부가 최근 MS의 소프트웨어 독점을 막기 위한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에 적극 협력키로 합의한 부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디지털TV를 비롯한 홈테트워킹 시장에서도 반MS 기류는 거세다. 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홈 시범사업에서 홈네트워킹 플랫폼 OS로 MS OS가 아닌 오픈소스를 이용하기로 사실상 결정됐고, 홈네트워킹 사업을 준비 중인 SK텔레콤컨소시엄도 리눅스 OS를 기반으로 홈게이트웨이의 개발 및 보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TV를 이용한 홈네트워킹과 관련해 소니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도 반MS 쪽에 서 있다.

    세계적인 반MS 정서 확대는 미국과의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 정부는 1998년 20개 주정부와 연명으로 MS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요즘 미국의 움직임은 그때와 정반대다. MS에 대한 EU의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을 두고 미국 정계가 보복 운운하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

    EU는 5년간의 숙고 끝에 1심 판결을 내놓았다. 다음-MS 소송도 최종 판결까지는 최소 2년 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반MS 기류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다음-MS 소송은 세계적 관심거리다. 그렇다면 ‘가전업체 vs MS’, ‘통신업체 vs MS’, ‘검색업체 vs MS’, ‘리눅스 vs MS’의 대결 와중에 불거진 다음-MS 소송에서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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