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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닮은 아이들 개성 키워주마

충북 영동 ‘물꼬’ 대안학교 4월 개교 … 학교가 곧 공동체 삶터 공존 공생 교육의 장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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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교 물꼬 사람들. 신상범 선생, 마을 주민 윤상언씨, 조준형씨, 정미혜씨, 김희정·신영철·임열택 선생, 옥영경 교장, 입학생 한예린양, 조성준군, 장한나씨와 조성빈군, 유옥하다양(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작지만 큰 뜻을 품은 대안학교들이 전국 곳곳에서 참교육이라는 너른 바다를 향해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충북 영동에서 4월21일 개교하는 ‘자유학교 물꼬’(교장 옥영경·이하 물꼬)도 그 중 하나다.

옥영경씨 등 5명은 1989년 서울에서 시작한 글쓰기 모임을 계기로 삼아 94년 첫 번째 계절학교를 열었다. 이후 10년 뒤 대안학교 개교를 목표로 정하고 100여회의 계절학교와 방과후 공부, 들공부, 교육행사 등을 거쳐 마침내 그 뜻을 이뤘다. 그동안 계절학교와 단기 프로그램을 거쳐간 학생만 3000명이 넘는다.

“자유가 숨쉬는 학교” 올 14명 입학

‘물이 들어가는 논의 어귀’를 뜻하는 ‘물꼬’란 이름의 이 학교는 경부고속도로 황간 나들목에서 나와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상촌면 대해리 ‘큰말’(큰마을)에 있다. 깊은 산골 동네 어귀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이 학교는 91년 폐교된 분교를 교육청에서 임대해 96년부터 쓰고 있다. 건물은 낡았고, 인터넷 전용선도 없으며, 도시 학교의 화려한 외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건물은 산뜻한 청색으로 칠해져 있고, 100년도 넘은 키 큰 살구나무와 느티나무, 전나무가 학교를 굽어보고 있다.

아이들이 집으로 쓰는 곳은 학교에서 차로 3분여 떨어진 곳에 있다. 학교에는 두 개의 ‘모둠방’(큰 교실)과 사무실·작은 도서관·강당·동물의 집·우물이 있고, 인근에는 작은 저수지와 시내가 흐르고 있다.



“물꼬는 자유 같아요. 일반 학교는 공부만 하는 것 같아요.”

경북 청송의 한 초등학교에 다녔던 김나현양(11)은 물꼬 입학을 앞두고 한껏 들떠 있었다. 이미 지난 겨울 계절학교에서 이 학교의 자유로움을 한껏 맛봤던 터라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고 싶어했다. 올해 입학생은 모두 14명. 7살 유치부 2명, 나머지는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있다. 장애인, 시골과 도시 출신이 뒤섞여 있고 개성도 제각각이다.

이런 아이들을 보살피고 교육하는 교사는 월급이 없다. 자기 삶을 다 내어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서 살면서 살림하고 용돈 정도 받는 것으로 그친다. 교사들은 2년 이상 물꼬에서 머무른 이들로 현재 옥영경 교장(37) 외에 신영철(45)·임열택(33)·신상범(32)·김희정씨(29) 등이 그들. 이밖에 자기 생활 축은 따로 있으면서 계절학교 등에 시간을 내어 임시 교사로 도와주는 열성적인 품앗이 선생들이 20여명, 학교 밖 특정분야의 전문가나 물꼬를 거쳐간 중·고교생들과 교사를 꿈꾸는 대학생들이 물꼬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일반 교사가 되려 했던 김희정씨는 대학 초년생이었던 96년, 겨울 계절학교에 품앗이 선생으로 참가했다가 독특한 교육방법에 감동을 받아 물꼬 교사가 된 경우다. 그는 “물꼬의 교육 행태를 본 뒤 제도권 학교에 가서는 행복한 선생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여러 곳의 대안학교를 거쳐 98년 물꼬에 정착한 신상범씨는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배웠다”며 “개인의 특성을 잘 발현하고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물꼬에 기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물꼬는 일반 대안학교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무상교육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교육청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일반 대안학교의 경우 학교 운영을 위해 수업료를 받는데, 그것이 월 수십만원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물꼬에선 수업료나 기타 학비를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 비록 적은 학생수지만 무상교육이 가능한 이유는 그동안 계절학교 참가비와 후원회비 등을 알뜰히 모아 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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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자유학교 아이들.

무상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가지가지다. 춘천에서 채은(10) 채규(8) 채경(7) 세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낸 김주묵씨는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쓰게 되는 비용만큼 물꼬에 낼 생각이다. 그러나 경북 청송의 김상철씨(38)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두 자녀를 물꼬에 보내면서도 지난 겨울의 계절학교 수업비도 내지 못했고, 당분간 후원회비도 낼 수 없는 처지다. 다만 자신이 키우고 있는 분재와 야생화 일부를 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 ‘성큼성큼’

학생 선발 기준은 부모가 물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그 다음 부모가 귀농의지를 갖고 있거나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학부모 면담 뒤 학생들은 계절학교에서 14박15일간 실제 학교생활을 체험하고, 이후 학교에선 부모와 아이들에게 물꼬의 불편함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31가정이 지원했다가 지금은 12가정만 남았다. 학부모가 되면 한 달에 16시간 이상 학교를 위해 노동해야 하고, 1회 물꼬 사람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공동체와 학교가 함께 있는 것도 특이하다. 아직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원래 살던 곳에서 살고 있지만 일부 가정은 이곳에 내려와 공동체를 일구며 살 계획이다.

“학교가 공동체의 삶터요, 삶터가 곧 학교입니다. 공동체에서 결정된 것들이 학교에서도 유효하게 적용됩니다. 논 1000평, 포도밭 500평, 밭 1000평과 텃밭 6곳을 마련했습니다. 농사 담당 교사가 있지만 모두가 함께 일할 곳입니다. 이곳에서 유기농산물을 짓고 천연염색과 태양열 이용, 대체의학을 실생활에 활용할 예정입니다.”(옥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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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함께 쓰는 도서관과 문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존 공생을 위한 생태공동체는 사실 모순덩어리다. 치약 짜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세계관까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조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옥교장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기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삶을 바꿔나가는 방식을 원한다”며 “그래서 개인의 영성을 기르는 훈련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대해리 큰말 안에 있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과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점도 특이하다. 마을 어른을 교사로 모시고 아이들에게 짚신 만드는 법과 목공일을 가르친다. 이웃한 영동대학교의 캐나다인 마이클 교수는 주 1회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맡아주기로 했고, 일어와 중국어과 교수도 선뜻 돕겠다고 나섰다.

외국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외국어를 배우듯 물꼬에선 장애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점자도 가르칠 계획이다. 일반적인 학교 교육과정과 달리 이곳의 봄 학기는 3~5월이며, 가을 학기는 9~11월, 나머지는 방학이다. 6, 7월 두 달 동안 학생들은 공동체에 머물며 자연을 배우고 익히는 노작교육을 받는다.

학생, 교사, 학부모 외에도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논두렁회원들과 학교의 뜻에 동조하는 이들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학교 운동장 고르는 일은 이웃 군부대가 해줬고, 일부 가구는 동네의 가구회사가 기증했으며, 학교 처마는 경복궁 목수 출신 조준형씨(35)가 나섰다.

옥교장은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걱정하고 있을 때 우리는 걱정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간다”며 “10년 뒤엔 고교생도 다니는 학교로 키우고, 이웃마을을 포함한 생태공동체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살려 섬기고 나누는 소박한 삶, 그리고 저 광활한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나’라는 학교 이념이 과연 이 학교 아이들에게 어떻게 실현될지 궁금하다.



주간동아 431호 (p44~45)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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