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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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부시 타도 실탄을 다오”

민주당 후보 확정 후 모금 본격 시작 … 씀씀이 큰 부시 진영과 차별화 시도

  • 워싱턴=이흥환/ KISON 연구원 hhlee0317@yahoo.co.kr

    입력2004-03-11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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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케리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이틀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캘리포니아는 케리가 슈퍼 화요일에서 대승을 거둔 곳이자, 부시가 2000년 대선 때 11%포인트 차로 패배했던 곳이다.

    부시는 캘리포니아에서 선거자금 500만 달러를 거뒀다. 첫날 저녁은 한 끼 식사 값 2000달러짜리 디너 파티였으며, 한 자리에서 무려 350만 달러를 거둔 이튿날 저녁의 1인당 식사 값은 2만5000달러였다. 이게 미 공화당의 밥값이다. 선거를 치르는 저력이다.

    이날 부시는 지지자들 앞에서 케리 공격의 신호탄을 올렸다. 장장 두 세기의 세월을 의회에서 묵새긴 사람, 워싱턴의 낡아빠진 구태의연한 정치인이라고 케리를 몰아붙였다. 부시는 케리에 비하면 아직 탱탱하다. 워싱턴 물을 먹은 지도 4년밖에 되지 않는다. 누가 덜 닳아빠졌느냐가 기준이라면 이번 선거는 해보나마나 부시의 승리다. ‘정치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 나라를 치유하겠다’는 게 부시의 구호다. 정치를 혐오하는 미 소시민들은 자연 부시에게로 향한다.

    전혀 다른 스타일 볼 만한 대결

    대중적인 호소력에서도 부시가 앞선다. 부시를 ‘선 굵고, 알아듣게 말하는 사람’으로 내세우려는 게 부시진영 선거참모들의 전략이다. 미 동북부 출신 엘리트 냄새가 배어 있는 케리는 아무래도 이런 부시에 비하면 맨질맨질하고 답답한 구석마저 있다. 4년 전 앨 고어가 부활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하지만 부시에 비하면 케리는 중후한 맛을 풍긴다. 부시보다 덜 불안해 보인다. 술에 절어 지냈던 젊은 시절의 부시에 비하면 케리는 거의 수도자 수준이다. 부시는 진실을 말해도 거짓말처럼 들리지만 케리는 거짓말을 해도 진짜처럼 들릴 만큼 두 사람의 됨됨이는 극히 대조적이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됨됨이나 통치 스타일만 가지고 따지더라도 이번 미 대통령선거는 볼 만한 대결이다. 더구나 민주당 후보가 일찌감치 결정돼 장장 8개월의 장기전으로 치러질 선거인 만큼 두 진영의 신경전은 초반부터 불을 뿜는다.

    정치 판도도 양극화돼 있다. 지난 대선 때 그어진 선이고 부시 집권기에 굳을 대로 굳어졌다. 부시 지지냐, 반(反)부시냐의 양자택일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런 분위기가 확연하게 입증됐고, 반부시 진영의 결집력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케리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을 때 부시의 첫 반응은 자신감이었다. 2000년 선거 시작 때보다 버티고 선 다리에 힘이 실려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속도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우선 민주당 경선이 치러지는 두 달 내내 부시는 죽을 쑤었다. 하워드 딘의 몰락, 케리의 부활, 존 에드워즈의 선전 등 경선이 빚어내는 짜릿한 맛에 민주당에 온통 눈길이 가 있기도 했지만, 연초 국정연설에서부터 주 방위군 경력 시비, 자청했던 TV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외부 공격 때문이 아니라 부시 자신의 헛발질이 잦았다.

    국내·외 상황도 부시를 불안하게 만든다. 전시 대통령의 득을 보려 하지만 전선 없는 대(對)테러전은 기본 성격상 전쟁 맛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이렇다 할 성과를 내세울 게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빈 라덴이 잡히더라도 부시가 전쟁영웅으로 떠오르며 표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라크 사태도 끝이 보이지 않고, 일자리가 우선인 미 경제는 살아났다는 평을 아직도 듣지 못한다. 재정이 적자고, 노인층을 겨냥했던 메디케어 정책도 원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공화당 전략가들은 현역 대통령의 초반 부진은 으레 있는 현상이라고 풀이한다. 본 게임 시작 전의 부진은 오히려 자극이 된다는 말도 한다. 오히려 케리의 약점에 비하면 부시의 초반 부진은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는 여름이 되면 부시가 진가를 발휘하게 되리라는 게 공화당의 주장이다.

    당내 경선을 치르면서 케리는 지역이나 인종 구분 없이 고른 지지를 얻어냈다. 자신감의 원천이다. 민주당도 만면에 희색이다. 이젠 러닝메이트를 골라야 한다. 외교 분야에 약했던 부시는 체니를 선택했지만 케리는 이렇다 할 약점이 없다. 부통령 후보는 빠르면 5월 안에 결정된다.

    케리 진영은 주지사, 여성, 소수인종 대표자, 부동표가 많은 주의 정치인 등을 상대로 러닝메이트를 물색하고 있다.

    부시의 약점인 경제 분야에 신뢰감을 줄 인물을 고르거나, 케리 자신이 동북부 출신인 만큼 민주당 약세 지역인 남부 출신을 선택할 수도 있고, 케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투형 인물을 배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부통령후보는 대통령후보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경쟁자였던 린든 존슨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파격이 있긴 했지만 대개의 경우 부통령후보는 충성형이다.

    어쨌든 가장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은 같이 경선에 참가했던 남부 출신의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과 중·서부 출신의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이다. 미주리 주 출신의 게파트라면 전투형으로 부족함이 없다. 깨끗한 이미지에 정력적이고 원칙 고수형이며 공세적이다. 미주리를 포함해 공업 중추지역인 중ㆍ서부에서 이겨야 부시를 꺾을 수 있다는 게 게파트의 지론이다.

    여성 후보로는 캔자스 주지사 캐서린 시벨리우스를 포함한 서너 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빠질 리 없다.

    러닝메이트 누구? 초미의 관심

    케리의 가장 불리한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케리가 처음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 은행에는 700만 달러밖에 없었다. 부시는 공화당 경선을 치를 필요도 없는 데다가 이미 1억 달러를 모아두었다. 부시가 뿌릴 돈은 미 대통령선거 역사에서 가장 큰 액수가 될 것이 틀림없다.

    케리는 슈퍼 화요일이 끝나자마자 돈 모으기에 진력하기 시작했다. 후보 확정 후 20개 도시를 돌아다닌 것도 선거자금 모금 때문이다. 최소 2000만 달러를 거둔다는 것이 케리팀 모금책들의 목표다.

    그렇다 해도 케리는 선거자금에서 부시와 상대가 되지 않아 다른 방안을 마련해놓았다. 후보로 확정되기 몇 주 전 이미 모금책들이 총동원돼 모금 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갔다. 후보로 확정된 다음에는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 민주당 후보들에게 나뉘어졌던 자금줄이 통합됐기 때문이다. 후보 확정 후 몇 시간 만에 인터넷으로 1200만 달러가 들어왔다. 지난 1년 사이의 모금액보다 많은 액수다.

    모금 네트워크는 동·서부를 가리지 않는다. 맨해튼에서 할리우드까지 돈 있는 곳은 모조리 훑어야 한다. 큰돈은 부자들 주머니에서 수표로 나오고, 인터넷에서는 십시일반의 작은돈을 긁어모은다. 스티븐 스필버그 등 유명인 민주당원들이 큰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돈 있는 사람들의 주머니는 자발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그러자니 선거자금 기부자들에게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뚜렷한 명분을 주어야 한다. ‘부시 타도’야말로 모든 민주당원의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열쇠다. 그러니 케리의 ‘부시 타도’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TV 뉴스에 자주 등장하게 만들어 ‘공짜 광고’ 덕을 보겠다는 것도 케리 미디어팀의 전략이다. 이때에도 역시 열쇠는 ‘반부시’다.

    부시 진영의 돈 씀씀이가 크다는 것은 TV 광고를 통한 융단폭격을 의미한다. 8월까지 광고에 쏟아 부을 돈이 어림잡아 6000만 달러다. 3월 첫째 주 한 주에만 공화당은 17개 주의 TV 광고에 500만 달러의 광고비를 썼다.

    그러나 선거자금의 우세가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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