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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 김진표 ‘이상한 고집’

수원 지역구 중 ‘영통’ 집착, 결국 우리당 공천 … 표밭 다져온 P변호사도 경쟁력 있던 터라 ‘뒷말 솔솔’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굴러온 돌 김진표 ‘이상한 고집’

굴러온 돌 김진표 ‘이상한 고집’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이 2월15일 입당한 김진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소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뭐가 열렸으며, 누구 누구가 우리라는 겁니까. ‘영입인사 무경선’이라니….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이 ‘총선 올인’ 전략에 따라 영입한 청와대 및 정부의 전직 고위인사들 때문에 들끓고 있다. 당 지도부가 이들을 ‘전략지역’(중앙당이 단수 공천을 하도록 돼 있는 지역구)에 투입하자 해당 지역에서 표밭을 갈고 있던 예비후보들이 ‘낙하산 공천’ 취소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기 때문.

이 같은 반발은 당분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 덕양을 경선에서 영입인사인 권오갑 전 과학기술부 차관이 패배하는 ‘권오갑 쇼크’ 이후 영입인사들의 경선 기피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원도 “영입인사를 경선에 나가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낙하산 공천’ 논란이 일고 있는 지역구 가운데 당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은 신설 지역구인 경기 수원 영통. 우리당은 이 지역을 ‘전략지역’으로 결정하고 2월25일 김진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공천했다. 한나라당이 3개 지역구 모두를 차지하고 있는 수원에 ‘소프트 랜딩’하기 위해 꺼내든 우리당의 ‘빅 카드’인 셈이다.

우리당 “당선 유력 지역 한 곳 줄어든 셈”



문제는 이 지역에 당에서도 인정하는 경쟁력 있는 예비후보인 P변호사가 선거 준비를 해왔다는 점. P변호사는 “수년간 준비해온 자발적인 선거 준비가 ‘영입인사 단수 공천’이라는 미명하에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장의 한 측근도 “P변호사가 경쟁력이 있고, 당을 위해 헌신해왔다는 점을 당에서도 잘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당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원회에서도 이 지역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심사위원이 “P변호사가 이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두 번씩이나 구속된 전력이 있는 데다 이후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지역민을 위한 활동을 열심히 해오는 등 경쟁력이 충분한데도 다른 지역을 놔두고 굳이 이 지역에 김 전 부총리를 공천할 필요가 있느냐”고 강력히 주장한 것. 그러나 이 심사위원은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이 ‘한 번만 봐달라’고 설득하는 바람에 고집을 꺾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정황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김 전 부총리의 공천 과정에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의 뜻이 무시되고 정의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쑥덕거리고 있다. 이에 대해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의 한 위원은 “어디까지나 심사위원들의 자율적인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당 안팎에서 이 지역의 공천이 논란이 되는 것은 당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 “그동안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해온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음에도 경선도 거치지 않고 ‘낙하산 공천’을 하는 것은 ‘상향식’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분당을 강행한 초심을 벌써 잊었다는 뜻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을 정도다. 정의장의 한 측근도 “유구무언”이라면서 곤혹스러워했다.

이 지역 공천 문제가 이처럼 꼬인 것은 한마디로 김 전 부총리의 ‘고집’ 때문.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이 김 전 부총리를 다른 지역구로 돌리기 위해 끈질기게 설득했으나 김 전 부총리는 “수원고 동문끼리 부딪치게 돼 곤란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총리로선 아무래도 현역 국회의원이 없는 이 지역이 부담이 적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이 때문에 당 차원의 선거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 김 전 부총리는 수원의 어느 지역구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게 당의 자체 평가. 결과적으로 김 전 부총리의 ‘고집’ 때문에 수원 지역의 당선 유력 지역구가 두 곳에서 한 곳으로 줄어든 셈이다. P변호사는 “개인적인 이유로 당의 총선전략과 당원들의 의사에 배치되는 결정을 한다면 설령 그가 등원에 성공한다 해도 우리당이 표방하는 정치개혁과 당원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앙당에서도 뒤늦게 문제를 인정하고 ‘조정’을 시도하고 있어 어떤 결말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425호 (p32~32)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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