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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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대중화 위해 이공계 ‘로비’에 나서라

  • 박성래 /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입력2004-01-15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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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에 만난 어느 문학전공 학자가 내게 물었다.

    “과학자 뉴턴은 자신의 학문적 주장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로비를 했다던데, 그게 사실인가?”

    나는 이 질문에 답해줄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과학자와 로비의 관계에 대해서는 생각해둔 바가 있다.

    나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ㆍ1642~1727)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라고 생각한다. 이성(理性)의 시대가 열리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던 시기, 이 새로운 과학 시대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 바로 뉴턴이다. 그래서 18세기 대표적 지성 볼테르는 뉴턴에 대해 이렇게까지 말하기도 했다.

    “인간은 원래 장님이었다. 그런데 뉴턴이 나타나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다”.



    그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불세출의 업적을 남겼다. 수학의 미적분학, 광학(光學)의 프리즘 실험, 천문학의 반사망원경 등 뉴턴이 처음 시도한 업적들은 그 자체로 인류문명의 역사가 되었다. 이런 성과 때문에 그는 광학의 창시자이자, 빛의 입자설(粒子說)을 주장한 물리학의 선구자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만유인력이란 대법칙을 발견하여 세상을 보는 눈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위대한 사상가다. 뉴턴이 나오기 직전까지, 심지어 그의 바로 위 선배인 갈릴레오나 케플러마저도 하늘에서의 달 운동과 땅에서의 사과가 떨어지는 운동이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뉴턴은 하늘의 운동(달)과 땅의 운동(사과)을 같은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로써 인간은 세상의 모든 운동을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시작했고, 그런 법칙은 인간의 이성으로 발견해낼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과학에서의 탁월한 업적을 위해 그다지 로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당시 왕립학회에서 피곤한 논쟁을 일삼는 동료 과학자들을 피해 오래 전에 발견해놓은 만유인력의 법칙에 대해 침묵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1687년 그의 대표저서인 ‘프린키피아’(Principia·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통해 인력법칙을 발표한 이후 그는 89년 국회의원, 99년 조폐공사 사장, 그리고 1703년 왕립학회 회장 등 굵직한 벼슬 자리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그 당시 뉴턴은 과학업적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직위를 따기 위해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세출의 천재 뉴턴이 학문을 위해 로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벼슬자리를 위해 로비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물론 오늘날 세상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영국 조폐공사 사장 또는 왕립학회장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은 어떤 로비를 벌여야 할 것인가. 나는 과학기술을 대중에게 익숙하게 하기 위해 로비하는 일이 지금처럼 중요한 때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과학기술 분야로 몰려들 때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는 밝고, 나라의 미래에도 희망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를 위한 로비다. 표절의 상처 때문에라도 새해 한국의 이공계는 과학을 위한 로비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나의 이 글도 그런 로비의 한 일부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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