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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vs 바꿔봤자” 휴대폰 광고 2라운드

이동통신 3사 번호이동성제 물량 공세 … 실제 장·단점보다 이미지 앞세우기

  • 김문영/ 모바일칼럼니스트 mykim@empal.com

“바꿔 vs 바꿔봤자” 휴대폰 광고 2라운드

“바꿔 vs 바꿔봤자” 휴대폰 광고 2라운드

이동통신 광고는 한국 광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3000만명에 이르는 이동통신 사용자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번호이동성제도는 이동통신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듯하다. 요즘 TV를 켜면 온통 이동통신 광고다. 번호이동성제도를 겨냥하고 이동통신 3사가 퍼부어대는 무지막지한 광고 공세에 사용자들은 정신이 없다. 한쪽에선 바꾸라 하고, 다른 한쪽에선 바꿔봤자 나을 것 없다고 한다.

광고는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에서 오랫동안 줄타기를 해왔다. 예술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광고가 하나의 문화장르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대중에게 가장 빨리 다가가는 TV광고는 예술적 아름다움과 재미, 기발한 아이디어로 여느 TV프로그램 못지않은 관심의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이동통신 3사의 광고는 최근 한국 광고계를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5개사 시절 숱한 유행어 만들어내

이동통신업계의 광고전은 해마다 불을 뿜었다. 한국의 이동통신 역사를 훑으려면 관련 서적을 뒤지는 것보다 광고를 스크린하는 게 더 빠를 정도. 상업광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 이동통신 광고는 재미있는 컨셉트, 톡톡 튀는 아이디어, 예술적 완성도를 통해 서비스와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린 것은 물론이고 광고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인식마저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동통신사 사이의 최초 광고전은 SK텔레콤(당시 한국이동통신)이 독점하던 이동통신 시장에 신세기통신(SK텔레콤에 인수합병)이 합류하면서 벌어졌다. 이동통신 역사에서 가장 치열한 광고전이 벌어진 해는 PCS 3사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1998년이다. KTF(당시 한국통신프리텔), 한솔엠닷컴(KTF에 인수합병), LG텔레콤 등 PCS 3사와 SK텔레콤, 신세기통신이 벌인 광고전은 지금도 광고계에서 입에 오르내린다. 당시 이동통신 광고는 전파를 타기가 무섭게 화제에 올랐고 인기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5개사 시절의 광고는 잠재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동통신의 편리성과 서비스 품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신세기통신은 ‘파워디지털 017’이라는 카피와 함께 자장면 시리즈를 선보였다. 배달이 가장 빠른 음식이 자장면이라는 점에 착안해 지하철에서든 마라도에서든 자장면을 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카피의 이 광고를 통해 무명의 개그맨 이창명은 ‘전국구 스타’로 거듭난다. 한국통신프리텔은 고소영을 앞세워 ‘소리가 보인다’고 외쳤다. ‘싸요 싸요 쌉니다 싸요’라며 셀룰러휴대전화보다 요금이 싸다는 PCS의 장점을 강조한 광고도 있었다.

한솔엠닷컴은 재미있고 기발한 광고를 연거푸 선보였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감각적 카피가 인상적이었던, 김민희 차태현이 출연한 이 광고의 인기는 대단했다. 당시에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한 SK텔레콤은 가장 먼저 이미지 광고를 시작했다. 한석규를 앞세운 광고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캠페인성 카피를 내보낸 게 바로 그것이다. 1등 사업자의 여유와 SK텔레콤 이용자들의 자부심을 광고에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바꿔 vs 바꿔봤자” 휴대폰 광고 2라운드
SK텔레콤의 이미지 광고 이후 이동통신 광고는 서비스 자체를 알리기보다 자사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공익광고 형식의 ‘대한민국은 이미 새로워지고 있다’는 SK텔레콤 광고와 ‘KTF적인 생각이 대한민국을 움직인다’는 KTF의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 TTL, 유토, 메인, 드라마, 비기, 카이 등 한동안 요금제별 브랜드 광고가 이동통신 광고의 대부분을 차지할 때도 각 브랜드별로 타깃 연령대에 맞춘 이미지 광고가 주류를 이뤘다.

최근 이동통신 3사는 98년 이래 가장 공격적인 형태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직접적으로, 보다 강렬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이는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일 게다. KTF와 LG텔레콤은 011, 017 이용자를 정확히 겨냥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KTF의 TV광고 ‘두 남자’편은 ‘괜찮을까, 더 좋아/ 번호는, 그대로야/ 요금은, 알잖아/ 바꿀까, 기회야’라는 간결한 대화를 통해 ‘KTF로 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선물’편은 약정할인 40%를 이용해 여자친구에게 새 단말기를 사주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칫 그릇된 판단 소비자 요주의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매진 임박’편을 통해 ‘SK텔레콤에 가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하며 점잔을 떨던 SK텔레콤도 타사의 도발에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편에서는 선물을 잔뜩 들고 엘리베이터에 탄 남자가 선물을 모두 엘리베이터 밖으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줬다. ‘바나나’편은 바나나 껍질을 벗긴 후 과육 대신 껍질을 먹는 모습을 통해 번호만 갖고 이동하는 것이 실속을 버리는 행위임을 암시했다. 두 광고 모두 ‘번호는 이동할 수 있어도 품질과 자부심은 이동할 수 없습니다’라는, SK텔레콤답지 않은 직접적인 카피를 선보였다.

이동통신사들의 과대과장 광고는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전후해서 일찌감치 차세대 서비스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여자친구 어머니로부터 화상전화를 받고 연적을 때려눕힌 남자는 ‘상상만 화면 돼!’라고 꿈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암시했다. 경쟁사에서는 휴대전화로 각종 동영상을 보는 서비스를 광고하며 IMT2000도 우리가 앞서간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된 요즈음은 어떻게 된 일인지 그의 관련 광고를 찾아볼 수 없다.

최근의 번호이동성 전쟁 광고는 번호이동성제의 전체적 내용, 특히 회사를 옮기는 데 대한 장·단점을 정확히 설명하기보다 각 이동통신사들이 자사에 유리한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핵심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TV광고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사용자들이 손익을 정확히 분석하기보다는 이동통신사들의 이벤트와 광고에 현혹돼 그릇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크다. 이동통신사들의 광고 공세에 현혹되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주간동아 419호 (p102~103)

김문영/ 모바일칼럼니스트 mykim@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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