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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학교폭력 꼼짝 마”

위험한 학교 12곳 우선 선정 경찰 배치 … 첫날부터 폭력혐의 등 6명 체포

  • 뉴욕=홍권희 동아일보 특파원 konihong@donga.com

뉴욕시 “학교폭력 꼼짝 마”

뉴욕시 “학교폭력 꼼짝 마”

2002년 1월15일 뉴욕시 경찰들이 마틴 루터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욕시가 ‘학교폭력과의 전쟁’에 나섰다. 새해 벽두부터 ‘전쟁 지침’이 발표되고 작전이 시작됐다. 전쟁 사령탑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그는 1월5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전포고’하고 학교폭력과의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서서히 빠져들어 갔습니다. 무엇이든 용납되는 곳으로, 교사들이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그리고 교사들이 제대로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하고 학생들은 배울 수 없는 곳으로. 우리는 뉴욕시의 범죄발생 건수를 대거 줄인 바 있습니다. 모두들 처음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죠. 그러나 우리가 학교범죄를 줄이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의 방침은 단호하다. 기자회견 중 그는 목소리를 높여 이렇게 강조했다.

“만일 학생 하나하나에 경찰을 붙여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학생들의 소란이나 범죄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 이상 왈가왈부할 것 없습니다.”

강도·총기사고 등 줄이기 고육책



뉴욕시 “학교폭력 꼼짝 마”

산타나 고등학교의 총기 사고로 부상한 한 학생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범죄도시 뉴욕의 치안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전략을 따왔다. 범죄 다발지역에 경찰을 대거 풀어놓고 범죄요인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블룸버그 시장의 첫 작전은 말썽 많은 학교를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뉴욕시 경찰국과 교육청, 그리고 교사노동조합(이하 교사노조) 등이 작년도 학생들의 범죄통계, 교사들의 안전 여부 등을 토대로 문제학교를 추려냈다. 그 결과 뉴욕시 1200개 학교 가운데 12개 학교가 뽑혔다. 이른바 ‘뉴욕에서 가장 위험한 학교들(Most Dangerous Schools in the City)’이다.

그 목록을 보면 고등학교가 10곳, 중학교가 2곳이다. 이들 학교 재학생은 뉴욕시 전체 학생 110만명 중 3%를 차지한다. 그런데 심각한 학생범죄를 일으킨 학생들 가운데 이들 12개 학교 학생의 비율이 무려 13%에 이른다. 또 학교 내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의 12%가 이들 학교에서 벌어졌다. 이들 12개 학교는 다른 중ㆍ고교에 비해 폭력사건이 6배, 총기사고는 7배나 많았다. 출석률은 평균치보다 낮았고 정학률은 평균치보다 높았다. 대부분의 학교는 정원보다 학생수가 훨씬 많았다.

브루클린의 사우스 쇼어 고교는 작년 9월 새 학기가 시작된 뒤 석 달 동안 10건의 강도사건이 신고됐고 폭력사건은 22건이나 돼 문제학교 명단에 포함됐다. 또 브롱크스의 애드라이 E 스티븐슨 고교는 14건의 폭력사건이 발생했고 정학생 비율이 1000명당 142명으로 평균치인 1000명당 55.5명을 크게 웃돌아 명단에 끼었다. 퀸즈의 파 라커웨이 고교는 정학률이 1000명당 198명으로 평균치의 4배 가까이 되며 마리화나 소지 등 가벼운 위반이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 ‘가장 위험한 학교’ 중 하나로 꼽혔다.

뉴욕시 “학교폭력 꼼짝 마”

산타나 고등학교의 총기 사건 용의자를 찾기 위해 교실을 수색하고 있는 보안관과 경찰특공대(왼쪽). 블룸버그 뉴욕시장.

블룸버그 시장의 명령에 따라 6일 이들 학교에는 경찰이 평소 1명에서 2명으로 증원 배치됐으며, 무장을 하지 않은 채 학교 주변을 순찰했다. 경찰들과 학교 안전요원 10여명은 수업이 끝나 귀가하는 학생들 옆에 지켜 서서 이들을 살펴보았다.

이어 2월1일까지 150명의 경찰이 이들 12개 학교에 추가 배치되며 학교 안전요원 수도 더욱 늘어난다. 경찰들은 목록에 오른 학교에 어느 때든 출입할 수 있고 한 학교에 고정 배치될 수도 있다. 이들 경찰과 안전요원의 임무는 학교 주변과 복도, 계단이나 학생식당 등을 순시하는 것이며 심지어는 무단결석자의 집을 찾아가는 일까지 하게 된다. 시 당국자는 “우선 특히 위험한 학교에 시험적으로 적용해보고 점차 다른 학교로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두 가지. 그동안 학교 가기가 불안했다는 학생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지만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불만을 내비쳤다. 브루클린의 쉽스헤드 베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앤드루 맥파레인(17)은 “움직일 때마다 경찰이 지켜보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반면 패리스 아흐마드(16)는 “우리 학교가 위험한 학교 명단에 낀 것은 황당했지만 학교가 전보다 훨씬 안전해져서 좋다”며 “경찰의 경비를 대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맨해튼에서 유일하게 ‘위험한 학교’ 목록에 들어간 워싱턴 어빙 고교의 에드윈 디아즈(14)는 “이젠 학교가 경찰 관할구역이 돼버렸다”면서도 “학교에 총기를 가져오는 아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학교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며 환영했다.

교사노조는 시장의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교사노조 랜디 웨인가르텐 위원장은 “이것은 교사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학교 교육을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총기 적발되면 제적 ‘징계 강화’

학교에 경찰을 배치한 첫날인 6일 이들 학교 중 4곳에서 6명의 학생이 체포됐다. 또 17명의 학생들이 마리화나를 소지했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명단이 통보됐다. 첫날 체포된 학생들의 면면을 보면 총기류 등이 적발된 것은 아니었고 폭력이나 말썽을 피운 정도였다.

예를 들어 파 라커웨이 고교에서는 형제가 체포됐다. 등교시 교문 앞에 있던 경찰이 한 학생에게 모자를 벗어보라고 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들어가려다가 소동이 벌어졌다. 학생 형제가 제지하는 경찰을 두들겨 팬 것이다. 사우스 쇼어 고교에서는 한 학생이 학생증을 보여달라는 학교 안전요원을 때려 체포됐다. 브루클린의 프랭클린 K레인 고교에서는 수업 중에 학교 안전요원이 복도를 걸어가는 두 학생에게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하자 한 명은 통제불능 상태가 되고 또 한 명은 공격적인 반응을 했다가 체포됐다. 브롱크스의 에번더 차일즈 고교에서는 한 학생이 금지품목을 갖고 있다가 붙잡혔다.

뉴욕시는 경찰을 배치해 학교 주변을 순찰하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교별로 학교폭력의 내용을 진단·분석하는 작업도 벌일 예정이다. 한 조에 경찰 간부와 교육청 간부 등을 포함해 5명씩, 모두 2개 조가 한 학교에 투입돼 그 학교의 사고기록, 수업시간표, 교사 및 학생의 출ㆍ결석률 등을 종합 점검한다. 또 학생들의 출입 통제나 총기류 검색, 학교 내 우범지역, 정학조치, 안전요원과 학생들과의 관계 등을 정리해 컨설팅하게 된다.

이 시스템의 학교 감독자는 관내 학교의 범죄 유형을 철저히 분석하고, 경찰은 큰 범죄를 막기 위해 사소한 범죄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학교 주변에서 생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작은 일까지 살피는 역할을 맡는다.

시 당국자는 학교 여기저기에 적힌 낙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뉴욕시 공무원 존 파인블라트는 “학교에 들어가 봐서 복도가 난장판이거나 학생들이 몰려다니며 이 교실 저 교실 돌아다니고, 학교 곳곳에 낙서가 많으며, 또는 학교 주변의 계단통을 보면 이곳이 바로 문제지역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고 낙서를 지우면서 문제지역을 없애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고나 폭력의 싹이 자라지 못하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경찰을 동원해 이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뉴욕시는 강력한 정학 및 퇴학 조치도 도입한다. 블룸버그 시장이 내놓은 이 지침에 따르면 남에게 중상을 입힌 학생이나 총기를 갖고 있다 적발된 학생은 즉시 제적처리돼 ‘재기(再起)학교(Second Opportunity School)’로 보내고, 또 정학처분을 세 차례 받은 학생도 제적처리돼 특수학교로 보낸다.



주간동아 419호 (p62~64)

뉴욕=홍권희 동아일보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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