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8

2004.01.15

김진흥 특검팀 얼마나 더 찾아낼까

수사팀 구성 철저한 준비 남다른 의욕 … 현직 대통령 겨누기·검찰 넘어서기 관심 집중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1-08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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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흥 특검팀 얼마나 더 찾아낼까

    대통령 측근비리를 수사할 특별검사 김진흥을 비롯한 특검팀이 1월5일 오전 서울 반포동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했다.

    ”김진흥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밤새워 일하다가 코피까지 쏟았어요. 워낙 맡은 일에 철저하신 분이라….”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팀 관계자의 귀띔이다. 김진흥 특검(61·군법무관 1기)이 이번 수사에 느끼는 부담과 함께 그의 꼼꼼한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특검은 지난해 12월16일 특검으로 임명된 이후 3명의 특검보 및 파견 검사 선정 등 3개 수사팀 구성은 물론 특검 사무실 배치까지 일일이 챙겼다고 한다. 특히 수사팀 합류를 꺼리는 재조·재야 법조인 및 수사관들을 설득하는 데 적잖게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노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의회와 ‘권한쟁의’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노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우여곡절 끝에 1월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약 3개월간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1차 수사기간은 60일(3월5일까지)이지만 보통 2차(추가 30일)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제17대 총선 10여일 전인 4월4일까지 특검이 존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 1월5일 시작 4월4일까지 존속될 듯



    노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자신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의 10분의 1이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이번 특검은 수사결과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퇴진까지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과거 특검과 차원을 달리한다. 여기에 검찰은 그동안 양길승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 최도술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 이광재 전 대통령 국정상황실장 등 수사 대상인 노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를 통해 웬만한 혐의는 다 털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 “김특검이 아무리 뒤져봐도 쓸 만한 것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수사 결과에 대한 자신감에 따른 것이다.

    이번 특검에 쏠린 안팎의 관심과 달리 김특검은 법조계에서 그동안 ‘무명인사’에 가까웠다. 제1회(1967년) 군 법무관 출신으로 23년을 군 법무관(육군 법무차감으로 1990년 전역)으로만 활동한 뒤 줄곧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소소한 사건만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당초 대한변협이 민 박인환 변호사를 제치고 그가 특검으로 발탁되자 ‘축하전화’보다는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이 사무실로 쇄도했다고 한다.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인 윤여헌 변호사(59)는 “한마디로 말해 정치할 사람이 아니다”고 김특검의 무색 무취함을 적격 이유로 꼽았다. 김특검의 전주사범학교 2년 후배이자 김특검 부인과 동기인 윤변호사는 “오랜 육군장교 생활에서 축적된 리더십과 추진력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인들은 그를 ‘김박사’라고 부른다. 김특검은 사법시험 출신이 아니라는 약점을 성실함과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했다는 평을 듣는다. 89년 단국대에서 ‘회사합병의 규제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틈틈이 써온 저서와 논문이 15권에 달할 정도로 공부에 열정을 쏟아왔다.

    큰 사건을 맡지 못했다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항소심 공판에 배석판사로 참여했고, 시해에 가담한 김부장의 부하 박흥주 대령 재판 주심을 맡기도 하는 등 파란만장한 군사정부 시절을 특유의 ‘원칙주의’로 버텨냈다.

    그의 성실함은 서울지법의 국선변호인 요청에 거절한 법이 없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는 2001년 월간 ‘시민과 변호사’ 기고문을 통해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을 위하여 열변을 토하는 변호사는 나의 소년 시절 희망이었고, 그 다짐이 나의 등을 밀어 국선변호·무료법률상담 등을 지망하라고 하였다”고 밝혔다. 그가 97년도부터 2000년도까지 3년간 서울지방법원 형사 항소3부에서 맡은 국선변호 사건은 총 214건. 지난 한 해에만도 40여건을 담당했다. 사건당 13만원에 불과한 국선변호인은 ‘법조인’으로서 의무감이 필요한 일이기에 더욱 값진 기록인 셈이다.

    특검법에 ‘검사장’급으로 규정할 만큼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특검보는 실질적으로 수사를 이끌며 주요 소환자를 직접 심문하기도 하는 등 일종의 현장감독 역할을 한다. 특검을 보좌할 특검보에는 이준범(47·사시22회), 양승천(47·사시 22회), 이우승(46·사시24회) 변호사가 선정됐다. 세 사람은 각각 양길승 최도술 이광재 관련 사건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보들은 각기 판사 검사 변호사 경력에, 출신지역은 물론 출신대학마저도 달라 김특검이 사전에 철저히 안배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준범 특검보는 전남 장성 출신으로 서울고법 판사와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1996년 10여년간의 판사생활을 접고 변호사로 개업한 뒤 서울변호사회 사업이사, 서울지법 조정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신중한 판단력이 돋보인다는 평.

    양승천 특검보는 서울 출신으로 수원지검 형사4부장 검사를 거쳐 2000년 서울고검 검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개업했다. 현직 검사시절 강력통으로 잘 알려진 그는 1986년 조직폭력배들의 잔혹한 복수극이었던 ‘서진 룸살롱 사건’을 수사해 이름을 날렸다. 그는 검사 시절 청탁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검사 출신이 부족한 특검팀에서 김특검과 파견 검사 및 수사관들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우승 특검보는 충남 당진 출신으로 84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곧바로 변호사로 개업했다. 서울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치면서 김특검과 인연을 맺은 그는 제2기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 정보통신윤리위원 등을 역임했다. 사회참여적 성향이라는 평이다. 축구스타 안정환 선수 모친 변호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원칙대로 처리”

    특검팀에 파견될 검사로는 문무일 제주지검 부장검사(42·사시28회), 이혁 서울지검 남부지청 부부장검사(40·사시30회), 김광준 대구지검 부부장검사(42·사시30회) 등 3명이 결정됐다. 광주 출신인 문부장은 2003년 3월까지 대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에 근무한 경력이, 경주 출신인 김부부장은 99년 ‘옷로비 사건’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점이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대북송금 특검’의 가장 큰 관심거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관 사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였다면, 이번 특검은 노대통령의 연관성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납득시킬지에 집중된다. 결국 김특검이 맞닥뜨릴 어려움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현직 대통령 관련사항이라는 점이다. 물론 특검이란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벌일 수 없을 경우 부득이 채택되는 특수기구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임기가 겨우 1년 지난 현직 대통령인 점과 측근비리로 인해 ‘재신임 파동’까지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결과가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이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둘째, 성역 없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신뢰를 쌓기 시작한 검찰의 수사기록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이 정치공세보다 더욱 큰 부담이다. 더구나 청주지검 김도훈 검사 ‘몰카 파문’과 썬앤문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의 축소수사 여부로 대표되는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가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부각될 경우 특검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김특검은 임명 당시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라는 자신의 경력을 밝히며 “평생 옳은 것을 배우고 가르치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원칙론’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특검제가 있는 나라다. 과연 이번 특검이 정권의 부도덕성과 검찰의 어두운 과거를 파헤침으로써 특검의 역할을 공고히 할지, 또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해 특검제의 존립근거를 흔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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