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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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물건 향기에 반한 ‘고물 지킴이’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08-08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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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물건 향기에 반한 ‘고물 지킴이’
    “오래된 물건에는 새것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나보다 먼저 그 물건을 쓴 사람들의 삶과 정성이 배어들어 만들어진 그것만의 향기죠.”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고물상 ‘오래된 향기’(www.bomulgun.com)를 운영하는 이경애씨(51)는 ‘고물’ 예찬론자다. 10평 남짓한 그의 가게에는 철끈으로 기운 흔적이 가득한 나무 바가지, 8·15 해방 당시 집 앞에 내걸었던 낡은 태극기 등 나름의 사연이 있는 물건들이 들어차 있다.

    “2001년 계동이 한옥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사람들이 오래된 집을 수리하기 시작했어요. 무심코 골목길을 걷는데 옛 물건들을 내다 버리는 걸 보게 됐어요. 옹기굴뚝이며 오래된 가구들이 쓰레기차에 실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두면 우리 역사가 모두 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라디오 드라마 작가로 일하던 이씨는 이때부터 내부를 수리하는 전통가옥 앞을 돌아다니며 손때 묻은 옛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벽오동나무로 만든 나무굴뚝, 집주인의 정성이 가득 담긴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인 양은 냄비와 빨래 방망이들은 그렇게 이씨의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옛 물건들을 모아 올여름 가게를 열었다. “과연 이 물건들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물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들려요. 제가 파는 건 옛 물건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쌓여온 우리의 삶이죠.”

    이씨가 바라는 것은 ‘오래된 향기’와 같은 고물건 상점이 동네마다 하나씩 생기는 것. 그래서 우리 안에 역사가 함께 살아 숨쉬는 것이다. 이씨는 “고물상을 열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에게라도 모든 노하우와 물건을 나눠줄 준비가 돼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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