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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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되살린 ‘스크린 미다스의 손’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3-08-08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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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되살린 ‘스크린 미다스의 손’
    “조선 초기를 아시아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창조적으로 복원하려 노력했습니다.”

    톱스타 조재현과 최민수가 조선조 인조반정 시기의 무인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 영화 ‘청풍명월’. 이 영화는 75억원이라는 거대한 제작비를 들인 데 비해 이야기 전개가 빈약해 관객동원에는 실패했지만 실험성에 있어서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제껏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조선시대 무인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해냈기 때문. 또한 임금이 한강을 건너는 ‘한강주교어가행렬’의 웅장한 모습을 최초로 재현해 역사물의 새 장을 열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 작업의 숨은 조력자는 갓 서른을 넘긴 황창록 미술감독이다.

    “대학에서 조선시대 미술을 공부한 만큼 소품에서부터 의상의 세밀한 부분에까지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소품으로 쓰인 1000여 자루의 진검과 700여벌의 갑옷과 투구는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특히 한강주교어가행렬을 위해 조선의 도읍 한복판을 흐르던 한강의 정경과 위용 넘치는 교각을 재현해 무인시대의 비장미와 제국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 또 다른 수확이 있다면 김의석 감독과 10여명의 스태프들이 6개월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굴해낸 천혜의 절경들. 이 뛰어난 배경에 의상과 소품, 그리고 사실적 세트가 조화를 이뤄 뛰어난 영상으로 빛을 발했다.

    역사물을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제작비. 영화 소품에만 거의 25억원이 들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중국에까지 가서 망치질을 해가며 칼을 만들어왔고 중국 무협 미술계의 1인자 꿔빅(郭碧茵)과 공동으로 작업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김의석 감독과의 믿음과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그는 3년 동안을 오로지 청풍명월에만 빠져 지낸 셈이다.



    “국내 영화계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미술감독의 영역을 개척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역사극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살려볼 생각입니다.”

    그는 얼마 전 동국대 영화학과 연출과정에 입학했다. 앞으로 미술감독으로서의 시야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영화계 7년차인 황감독이 미술에 참여한 작품으로는 ‘긴급조치 19호’, ‘유아독존’ 등이 있고 ‘위대한 유산’이 현재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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