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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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한 가슴’의 유혹 … 대부분 ‘뻥’

기능성 속옷·약품 등 과학적으로 효과 입증 안 돼 … 현재는 ‘보형물삽입술’ 외 대안 없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도움말: 엔제림 성형외과 심형보 원장/ www.breast.co.kr

    입력2003-07-24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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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빵한 가슴’의 유혹 … 대부분 ‘뻥’

    유방확대수술을 하는 장면.유방확대수술을 할 때 몸 속에 넣는 젤.

    올 여름 여성들의 패션 트렌드는 과감한 상체 노출이다. 최근 TV에 등장하는 웬만한 여자 연예인들은 모두 가슴선을 그대로 드러낸 선정적인 의상으로 풍만한 앞가슴을 한껏 뽐낸다. 또 해수욕장에선 간신히 가슴만 가린 트라이앵글(삼각형)이나 조개 모양 비키니가 대유행이다. 과감한 노출에 대한 자신감은 대부분 가슴의 형태와 크기에 비례하며, 오히려 가슴을 드러내지 않으면 유방이 작고 볼품없어 그런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엔제림 성형외과가 발표한 자료는 여성들의 큰 가슴에 대한 열망이 해가 거듭될수록 커져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가슴 크기가 10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커진 것. 이 클리닉 심형보 원장은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국내에서 가슴확대수술시 사용된 보형물의 크기를 연도별로 조사한 결과, 94년에 가장 많이 사용된 보형물의 크기는 125∼150cc로 평균 크기가 135cc였는데, 올해 시술받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보형물의 크기는 225∼300cc며 평균 크기가 265cc로 10년 전에 비해 무려 96%나 커졌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듯 최근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에는 약품, 바스트 크림, 운동기구 등 수술하지 않고도 가슴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연 이런 제품들이 효과가 있을까. 또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까? 볼륨 있는 가슴을 만드는 가장 흔한 방법은 역시 팔굽혀펴기처럼 대흉근을 기르는 훈련. 팔굽혀펴기가 부담스런 여성들은 이를 변형한, 생수통이나 아령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동이나 양손바닥을 밀착시킨 후 힘껏 밀어주는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사실상 가슴의 유선(乳腺)조직을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육체미 선수들처럼 가슴 뒤쪽의 근육을 튀어나오게 해 가슴이 볼륨 있게 보이게 하는 것. 따라서 지속적으로 이런 운동을 하면 가슴의 전체 둘레는 늘어날지 모르지만 실제 유방은 커지지 않는다. 물론 운동을 계속하면 가슴이 처지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호르몬 치료는 유방암 등 부작용 우려

    유방 마사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유방 내 혈류가 증가하면서 일시적인 자극에 의해 유방이 부어 보일 수는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부기가 빠지고 가슴이 원 상태로 돌아간다. 몸매를 보정해준다는 기능성 속옷들도 의학적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 유선조직을 발달시키고 가슴 형태를 바로잡아준다고 광고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되는 효과일 뿐이다. 단, 착용했을 때 가슴을 ‘업(up)시켜’ 목선이 V자로 파진 옷을 입었을 때 고혹적인 ‘가짜 볼륨’을 만드는 효과가 있기는 하다.



    기능성 속옷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식품이나 약품, 화장품도 여성의 가슴을 키워주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대부분의 식품이나 약품은 인체 내에 섭취되면 혈액을 통해 온몸에 작용하기 때문에 특정 부위만을 크게 만들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고단백 고지방 식품을 섭취하면 전신에 지방이 축적돼 전반적으로 살이 붙으면서 가슴 부위도 살이 쪄 가슴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위 가슴을 키운다는 약품들은 이런 식품에서 특정 성분만을 추출하여 개발한 것. 가슴을 키우는 식품으로 소문난 것으로는 석류, 태국 감자, 아세로라, 맥주 원료인 호프, 맥아 등이 있으며, 여기서 추출된 약품으로는(사실은 식품으로 수입등록된 것이지만) 블로쌍-K, 에드릭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슴이 빈약한 여성들은 성장과정에서의 여성호르몬의 분비 저하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여성호르몬 부족증 환자는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여성이 가슴을 키우려고 여성호르몬을 이용하다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정상적인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유방암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중풍이나 심장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절대 금기 사항. 때문에 여성호르몬은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만 사용한다.

    美 FDA서 허가받은 기구는 하나뿐

    지금껏 가슴을 키우는 수많은 기구들이 매년 개발됐지만 3년 이상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거의 없다. 그만큼 그 효과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증거. 이들 기구의 제조사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진동이나 음압을 이용해 유선조직을 자극해 가슴의 볼륨을 키운다는 것. 하지만 많은 기구들 중 임상실험이 진행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기구는 ‘브라바’뿐. 2000년에 개발된 이 기구는 낮은 음압을 지속적으로 걸어 가슴 확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10주 동안 하루 10시간씩 브래지어처럼 착용하면 50∼100cc 정도 가슴이 커진다는 임상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볼륨 증가는 체구가 큰 미국 여성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제조사는 동양 여성에게 눈을 돌렸고, 국내에서도 곧 시판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기구는 가슴을 조금만 키우길 원하는 여성에게 도움이 될 뿐이다.

    최근 얼굴 성형, 특히 콧대를 높이는 데 사용되는 자기지방삽입술을 유방확대술에 적용하는 클리닉이 있는데 이는 아직도 의료계에서 논란이 진행중인 사안이다. 아랫배나 허벅지의 지방을 빼내 유방 등 키우고 싶은 신체 부위에 삽입하는 자기지방삽입술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서양에서는 금지된 시술법일 정도로 위험요인이 큰 시술법이기 때문이다. 유독 유방 속에 주입된 지방이 ‘석회화’ 현상을 일으켜 유방암의 진단을 불가능하게 한다(암 덩어리와 구분하기 어렵다). 이는 자칫 심각한 오진을 야기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브래지어 컵은 가슴이 150∼200cc가 늘어야 한 컵 정도가 올라간다. 그렇다면 보다 안전하면서도 확실하게 가슴을 키울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가슴의 크기를 한 컵 이상(예를 들어 A컵에서 B컵) 키우거나 형태를 바꾸고 싶다면 보형물삽입술 외에 대안이 없다. 물론 현대 의료기술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엔제림 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은 “가슴확대술의 경우 최소한 작게 절개해 보형물을 넣기 때문에 수술 후 4주만 지나면 수영장이나 해변에서 풍만한 가슴을 뽐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형태를 교정할 필요 없이 가슴 크기만 조금 키우고 싶다면 가슴 키우는 기구를 사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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