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5

2003.07.31

“넌 병원 가니? 난 집에서 진찰받는다”

사이버 의사·원격의료 시대 성큼 … 인체정보 모두 담긴 ‘바이오칩’ 연구도 활발

  • 김용섭/ 디지털 칼럼니스트 www.webmedia.pe.kr

    입력2003-07-24 13:3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넌 병원 가니? 난 집에서 진찰받는다”
    누구나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자신만의 ‘안방 주치의’한테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아울러 의료서비스에 있어서 발병 후 치료보다 예방 의료가 주류가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사이버 의사와 원격진료는 이미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어, 누구나 가까운 장래에 신기술을 이용한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안방 주치의 시대’ ‘개인 예측의료 시대’를 열어갈 주역은 사이버 의사와 원격의료시스템, 그리고 바이오칩이다.

    사이버 의사의 등장은 각종 스마트 기술과 바이오칩, 그리고 초고속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수년 후면 사이버 의사한테서 진료와 처방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간 의사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로봇 의사나 사이버 의사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의료비 절감에 개인 주치의제 가능

    사이버 의사의 등장은 개개인의 의료 비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의료 행위를 받는 데 드는 시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물론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사이버 주치의를 둘 수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 의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질병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를 상상해보라. 의사가 멀리 병원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 어디서나 도움을 주는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영국에선 당뇨병 환자가 직접 혈액을 채취해 검사할 수 있는 스마트센서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신용카드 크기만한 장치를 이용해 혈액검사를 하는 이 시스템은 카드에 내장된 마이크로칩이 측정 결과를 기록, 네트워크를 통해 전문 의료기관에 전송하게 된다. 컴퓨터가 진단한 결과는 바로 환자의 사이버 차트에 저장된다. 이 기술은 앞으로 전립선암이나 골다공증을 검사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내원하는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 2006년까지 영국 내 모든 개업의에게 초고속인터넷 망을 제공할 예정이다. 파일럿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촐리우드(Chorleywood) 보건소의 경우 의사들은 환자와 얼굴을 맞대고 상담하지 않고 원격진료와 화상회의를 통해 진료한다. 의사가 진단 자료로 이용하는 것은 환자가 스스로 체크해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한 생체 측정 데이터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한 결과 촐리우드 보건소를 방문하는 외래환자 수가 75% 가량 줄어들었다. 또한 이 보건소 의료진은 핸드 헬드 컴퓨터와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이동중인 환자의 생체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원격의료시스템은 의료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원격 진료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여러모로 유용하다. 모든 의사들이 모든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전문 분야라고 해도 그 분야에서의 모든 질병에 대한 시술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수술도 있을 것이고 처음 접해보는 유형의 질병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분야 전문가를 불러오거나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중소 도시의 소규모 병·의원의 경우엔 이런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넌 병원 가니? 난 집에서 진찰받는다”

    원격의료시스템의 발달로(오른쪽) 의사가 환자와 얼굴을 맞대고 하는 진료는 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전국의 의료기관이 모두 초고속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고, 각 병·의원에 시술용 원격제어 로봇이 준비돼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해당 분야 전문의의 지휘를 받으며 시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격제어 로봇을 이용한 미래형 수술실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와 영국 왕립대학 배그릿센터, 도시바, HP 등의 연구기관과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대학과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놓고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측의학 시대를 가능케 하는 또 다른 열쇠는 바이오칩이다. 바이오칩을 활용하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지 않아도 언제나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다. 바이오칩으로 간단히 건강상태를 체크하다 보면 혹 자신에게 찾아올 수 있는 질병에 대해 미리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좀더 효과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치료 중심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

    바이오칩은 DNA, 단백질, 세포 등 생물의 몸 안에 있는 다양한 성분을 추출해 칩 형태로 보관한 것이다. 바이오칩은 DNA칩, 단백질칩, 세포칩 등으로 나뉘는데, DNA칩은 생물체의 게놈에 들어 있는 복잡한 정보를 손쉽게 판독키 위한 것으로, 1994년 미국 애피메트릭스사의 스티브 포더 박사가 개발했다. 최근엔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파악한 후 이를 이용한 DNA칩을 만들어 질병을 예방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DNA칩에 검사 대상자의 혈액과 조직에서 추출한 DNA샘플을 반응시켜 질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바이오칩 중에는 사람의 몸 속에 이식돼 혈압 혈당 체온 등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전문 의료기관에 전송하는 기능이 있는 것도 있다. 개인의 특정 유전정보를 바이오칩에 저장하는 방법도 연구중이다. 이 칩을 이용하면 의사가 클릭 한 번으로 환자가 특정 약에 대해 거부반응이 있는지, 전에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이용하면 환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은 긴급 상황에서도 의사는 칩에 저장된 정보를 통해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이렇듯 첨단과학과 IT(정보기술)기술은 의료 분야에서 재택의료와 예측의료 영역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물론 첨단 의료기술이 도입되는 초기에는 만만찮은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치료 중심의 의료에서 예방 중심의 의료로 바뀌게 되면 의료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개개인의 건강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IT기술을 이용한 의료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수명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