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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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昌 세력 누르기, 당권은 굳히기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인사방식 재정비 등 통해 내 사람 심기 ‘시동’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3-07-23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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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親昌 세력 누르기, 당권은 굳히기

    최병렬 대표(왼쪽)측과 이회창 전 총재 진영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당사자들의 뜻과 무관하게 두 사람의 불화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7월15일 이 전 총재 빙모 상가에서 만난 두 사람.

    지난 6월 말 있었던 한나라당 대표 경선은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유독 한 군데, 경북만은 예외였다. 대표 경선과 더불어 치러진 운영위원 선거 중 한나라당의 최대 텃밭 중 하나인 경북의 운영위원 선거는 너무나 치열했다. 운영위원회는 당무회의를 대신하는 의사결정 기구로 전당대회 다음 가는 한나라당의 의결기구. 따라서 지역 운영위원 선거는 사실상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뽑는 이벤트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전 조율을 거쳐 경선 없이 운영위원을 선출한 반면, 경북에서만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졌고 상황은 혼탁해졌다. 한 관계자는 “운영위원 선출권이 있는 대의원에게 진공청소기, 정수기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선물공세가 펼쳐졌다”며 “경북지역 운영위원 선거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경선이었다”고 말했다.

    운영위원 선거가 혼탁해지면서 경북에서는 덩달아 대표 경선도 높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 당초 대구 출신인 강재섭 의원이 경북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개표 결과 강의원은 이곳에서 부진했다. 강의원이 인근 경북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인심을 잃은 까닭에 강재섭 지지 성향으로 분류되던 표가 선거 막판 부동표로 변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최병렬 대표에게로 넘어갔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최대표와 차점자인 서청원 의원의 표차는 불과 3109표. 결국 경북의 선택이 대표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 최병렬 대표체제의 취약성이 숨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의 최대 텃밭이다.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는 경북에서 무려 73.7%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떠난 뒤 경북지역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대표에게 표를 준 대의원들마저도 그를 당의 얼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달리 대안이 없어 최대표를 선택했다고 보는 게 옳다.

    이처럼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최대표를 향한 비토세력의 도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전까지만 해도 당내 주류였던 친(親)이회창 세력의 도전은 은근하면서도 끈질기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최대표 취임 이후 당직개편의 특징은 한마디로 비주류 세력의 전면 등장이다”고 말했다. 비주류의 약진이 두드러진 분야는 특히 정책 파트. 입당파인 원유철 제1정조위원장과 원외인 김성식 제2정조위원장의 기용은 최대표 체제에서 당정책 운용의 기본 철학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정책 분야의 비주류 출신 한 인사는 “이제 우리 세상이 왔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親昌 세력 누르기, 당권은 굳히기

    최병렬 대표 체제의 뿌리내리기가 순탄치 않다. 이회창 전 총재 를 앞세운 당내 저항세력을 어떻게 진압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처럼 최대표 체제의 인사방식은 대표 경선 때 최대표와 노선을 달리했던 당내 인사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서청원 의원에게 ‘줄을 섰던’ 당내 인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실로 크다. 최근 최대표는 그간 마음속에 품어왔던 총선 공천 방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현역 지구당위원장은 총선 3개월 전 지구당위원장직을 내놓아야 한다. 또 지역구에 출마하고자 하는 출마 지망생들은 당내외 인사 20여명으로 구성된 공천심사위원회의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통과한 3명의 후보가 당원 1000명, 일반인 1000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투표를 거쳐 최종 공천을 받도록 했다. 기존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파격적인 최대표의 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한나라당은 한바탕 물갈이 논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같은 조건에서 공천경쟁이 벌어질 경우 대표 경선 때 최대표 쪽에 줄을 섰던 인사들이 다른 후보 진영 인사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상식에 가깝다. ‘이회창 복귀론’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선 때 최대표 라인에 서지 못한 인사들이 이 전 총재를 통해서라도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회창 복귀론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대표 경선 때 공개적으로 서청원을 지지한 의원은 맹형규, 이원창 의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측근으로 불리던 인사 대다수가 이번 대표 경선 때 서의원 진영에 있었다. 그들에게 최대표 체제의 등장은 재앙”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의원을 지지했던 정치 지망생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7월10일 창립대회를 연 친이회창 성향의 젊은 정치인 모임인 ‘자유를 위한 행동’의 등장도 이 같은 위기감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있다.

    사실 가만히 있는 이 전 총재를 정치판에 끌어들인 장본인은 최대표다. 경선기간 최대표는 ‘삼고초려론’을 거론하며 이 전 총재 끌어안기 전략을 구사했다. 당시 최대표에게 이런 전술을 제안한 사람은 이 전 총재의 당무특보였던 이성희씨. 이씨는 선거 막판 최대표 캠프에 합류, 전국 조직 관리를 지휘했는데 20여명의 참모조직을 이끌고 최대표 진영에 합류한 이씨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최대표는 선거전 최대 히트작인 삼고초려론을 내놓았다는 것.

    ‘삼고초려’ 간데없고 ‘이제 昌 갔으면’?

    하지만 대표 경선이 끝난 지금 이회창 복귀론은 부메랑이 되어 최대표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일부 소외세력이 이회창 복귀론을 흘리고 있다지만, 이 전 총재는 존재 그 자체로도 최대표 체제가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인 듯 최대표는 7월15일 이 전총재와 그 측근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 전총재의 빙모 빈소에 들러 “‘삼고초려론’은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를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나는 그분(이 전 총재)을 DJ처럼 정치를 다시 할 분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상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최대표의 발언에 이 전 총재도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최대표의 친창세력 견제를 통한 당권 굳히기는 당분간 멈출 것 같지 않다. 최근 한나라당 주변에선 대선 당시 비주류였던 최대표가 대선자금 정국을 친창세력을 견제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장 그런 일이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 최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대선자금은 그 성격상 정확한 규모도 알 수 없고 공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조만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전 총재측에서는 “미국에서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굳이 출국을 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 전 총재가 있음으로 해서 힘을 얻는 인사들로서는 ‘주군’의 부재만큼 괴로운 일이 없다. 최대표 체제가 이들 친창 인사들에겐 모진 현실인 셈이다. 최대표의 제안으로 이 전 총재와 최대표 두 사람의 회동도 있을 전망이다. ‘자의 반 타의 반’ 최대표도 이 전 총재를 정치판에 묶어두는 장본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으나 바람이 멈추지 않는 형국’. 이 전 총재를 둘러싼 환경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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