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5

2003.07.31

미군은 성폭행범에 30년刑

美·日처럼 강력한 처벌로 다스려야 … 부대 내 전문 상담원 근무도 필수

  • 이명숙/ 변호사 lms1298@chol.com

    입력2003-07-23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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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은 성폭행범에 30년刑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외면당하고 있는 군대 내 성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가 뛰어넘어야 할 벽이다.

    군대 내 성폭력은 그동안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 공공연한 사실이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의 각종 자료를 보면 군장병 10명 중 1명은 성폭력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게 우리 군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 문제 없이 지나칠 수 있는 한국적 특수성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성폭력을 가해도 아무런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성폭력을 당해도 보호받을 수 없는 사회, 과연 이런 사회가 ‘군대’라는 이름으로 방치돼야 하는지 궁금하다. 성폭력에 노출된 동료 장병을 지켜보면서 문제의식도 못 느끼고, 설령 느낀다 하더라도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나머지 9명도 어쩌면 성폭력 범죄의 공범일 수 있다.

    군부대에서의 이러한 그릇된 성교육(?) 탓일까. 우리 사회는 성폭력 사건 발생률 세계 2위(1996년 인터폴 발표)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98%가 남성인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당한 사실을 신고해도 군에서 배운 그 관대함(?) 탓인지 가해자들이 매우 낮은 형량으로 너무나 쉽게 용서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외면당하고 있는 군대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군당국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전 부대를 대상으로 한 정밀조사도 필요하다. 성범죄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를 정확하게 밝혀내야만 그에 따른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고되거나 밝혀진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하고 법적용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올해 초 주한 미 2사단 군사법원이 카투사 병사를 성폭행한 미군에게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을 우리 군 법원은 기억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의 단호한 처벌기준을 참고해 우리 군 법원도 형량 기준과 법적용 범위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성폭력특별법이나 청소년성보호법, 군 형법 중 성폭력 관련 규정 등을 개정하여 성폭력과 관련한 모든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앰으로써 제대 후에도 언제든지 이를 문제 삼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지금은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범죄자에게 국한되고 있는 신상공개제도를 성인 여성은 물론 군인 등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까지로 확대 시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성폭력 관련 범죄는 공소시효 없애야”

    아울러 성폭력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액수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는 성폭력의 가장 가벼운 단계인 성희롱에 대해서조차 손해배상 액수가 1억원을 넘는데, 우리는 몇 백만원에서 3000만원 선에 그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는 물론 그 직속 상관이나 군당국, 나아가 국가까지 피고로 하여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배상이 충분히 보장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물론 사전 예방이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성폭력과 관련한 문제를 터놓고 상담할 수 있는 상담기관 및 신고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눈에 보이는 육체적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군의관이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고민이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전문 상담원도 필수적이다.

    며칠 전 모 군부대에서 군장병을 대상으로 교육할 기회가 있었다. 선진국의 성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사례들을 듣고 장병들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어떤 장병은 몇몇 성폭력 사례들을 듣고 “(성폭력 가해자들을) 죽여버려야 한다”는 등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또 강의 도중 실시한 군대 내 성폭력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장병들은 ‘군대 내 성폭력이 일어난다면 신고하겠다’고 응답했지만 일부는 ‘신고하더라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참고 지내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들딸들이 성폭력 범죄자,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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