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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 YES YOKO ONO

인생·사랑·평화 영원한 Yes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인생·사랑·평화 영원한 Yes

인생·사랑·평화 영원한 Yes
전 세계를 열광시키며 인기 정상에 올라 있는 한 록그룹의 멤버가 우연히 매니저가 소유한 갤러리에 들른다. 마침 그날 갤러리에선 무명의 동양인 여성 예술가가 이상한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못 박기 회화’라는 제목의 작품은 흰 칠을 한 엉성한 나무판에 못을 박으라는 ‘지시문’을 붙여놓은 게 전부였다. 그는 초면인 작가에게 다가가 그림에 못을 박아도 되는지 물었다. 그녀가 5실링을 내라고 하자, 그는 눈을 반짝이며 “그럼 5실링을 낸 것으로 상상하고, 상상의 못을 박을게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작가가 천장에 써놓은 글씨를 찾게 한 ‘천장 회화’란 작품도 보았다. 그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돋보기로 천장을 뒤져 마침내 그녀가 써놓은 메시지를 찾아냈다.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말, 그것은 ‘YES’였다.

20세기 대중문화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커플인 존 레논과 오노 요코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그들은 3년 뒤인 1969년 결혼했고, 70년 비틀즈는 해체됐으며, 80년 존 레논은 광적인 팬의 총격으로 생을 마감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존 레논은 ‘I want to hold your hand’ ‘Yesterday’로 이미 전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 된 ‘비틀즈’의 리더였고, 오노 요코는 관람객들한테 자신의 옷을 가위로 찢게 하는 ‘자르기’ 퍼포먼스 등을 벌이며 아방가르드 예술가 집단에서 활동하던 작가였다.

비틀즈의 팬들, 심지어 멤버들의 비난을 무릅쓴 결혼으로 오노 요코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지만 누구도 그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존 레논이 죽기 전까지 그들 부부가 함께 벌인 많은 퍼포먼스들-기자들을 불러놓고 부부가 잠옷 차림으로 ‘BED PEACE’란 쪽지를 붙인 침대에 들어간다든지 하는-은 오히려 그녀에 대한 오해를 증폭했을 뿐이다. 어쨌든 그녀는 백인 남성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노 요코를 새롭게 발견하려는 움직임은 89년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그녀의 개인전 이후 시작됐다. 이 전시를 본 평론가들은 그녀의 미술이 진정으로 혁신적이라고 인정했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이며, 물질적인 것은 부차적이고 싸구려’라는 개념미술에 대한 이론이 확립되기 훨씬 전인 60년대 초부터 그녀가 ‘지시문 회화’(그림이 아니라 ‘해가 사각형이 될 때까지 바라보시오’ 같은 지시문을 관람객에게 제시하는 것) 같은 급진적 미술 형식을 실험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즈음 오노 요코는 60년대의 작품을 청동으로 제작하고 있었다. 미술관에 어울리는 ‘비싼 미술품’을 만드는 작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변신에 화답하듯 2000년에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등 미국의 6개 미술관에서 대규모 오노 요코 회고전을 열었다.



인생·사랑·평화 영원한 Yes

천장 회화(예스 회화), 1966, 자르기 1965년 3월21일, 1965(뉴욕 카네기 리사이틀홀에서 벌어진 퍼포먼스 촬영) 신뢰를 갖고 하시오, 1966/1991 (왼쪽부터)

지금 서울에서 열리는 ‘YES YOKO ONO’ 전은 바로 이 전시를 옮겨온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시아 투어전의 첫번째 도시 서울을 찾은 오노 요코(70)는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아시아 순회 전을 서울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오랫동안 서울에 올 준비를 해서 그런지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 전시장을 보니 유럽이나 미국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아시아 미술로 감상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치됐다는 생각이 든다.”

오노 요코의 말은 존 레논의 노랫말처럼 평이하고 동시에 함축적이다. 그녀는 시대가 변하고 표현의 방식이 달라도 ‘평화를 상상하자(imagine peace)’라는 자신의 주제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녀는 국제적인 평화운동의 우상이었다. 그녀는 “세계의 시민으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 사랑으로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결국 살아남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그녀는 존 레논과의 관계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회피했는데 전시를 준비한 삼성미술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존 레논이라는 엄청난 스타의 그늘에 가려 작가로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 대한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단지 존 레논의 히트곡 ‘Imagine’에 대해 “존과 나는 같은 예술가로서 함께 살았고 서로에게 관심이 있었다. 이 노래는 단지 같이 상상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26점의 작품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에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를 이어준 초기작 ‘천장 회화(예스 회화)’에서 최근작인 ‘신뢰를 갖고 하시오’까지 설치작품들과 파격적 퍼포먼스를 담은 영화 ‘파리’ ‘자르기’와 각종 도큐멘트 자료 등이 포함된다. 오노 요코는 6월21일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었으며 7월5일에는 팝 칼럼니스트 임진모씨가 전시장에서 ‘오노 요코와 음악’을 주제로 설명회를 연다. 9월14일까지, 로댕갤러리(02-750-7818).



주간동아 391호 (p92~93)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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