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6

2003.05.29

남성들의 천천히 쏘기(?) 연습

  • 최승해/ 부산토마스 남성클리닉 원장 www.thomasclinic.com

    입력2003-05-21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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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들의 천천히 쏘기(?) 연습
    사회가 민주화하면서 남성에게 강요된 또 하나의 ‘성적’ 의무가 있다면 ‘사정 타이밍 늦추기’일 것이다. 연인을 오르가슴에 다다르게 할 수 없다 해도 적어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기 욕심만 채우면 그만이었던 봉건적, 일방적 남성상은 성행위에 관한 여성의 평등권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고대의 성애서들은 성행위에 있어서의 이런 성적 평등권이 현대보다 오히려 고대 중국이나 인도에서 더욱 존중되고, 더 큰 관심거리였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1400년에서 2000년 전에 씌어진 성애서에 수록된 사정 억제의 방법들은 흥미롭다 못해 눈물겹기까지 하다.

    “상대방을 깨진 기왓장이나 돌멩이처럼 생각하고, 여성을 다룰 때는 썩은 말고삐를 쥐고 말을 다루듯 한다.”(중국 소녀경)

    “정액이 나오려고 하면 급히 왼손으로 음낭과 항문 사이를 꼭 누르며 길고 큰 숨을 토하고 몇 십번 이를 악물어 숨이 차지 않도록 한다.”(중국 선경)

    “희열에 달하는 순간이 오면 손가락으로 고환을 압박하고 다른 생각을 하며 숨을 죽인다.”(인도 성욕의 비밀)



    심지어 중국의 ‘옥방비결’이라는 성애서에서는 “사정을 세 번 참으면 모든 병이 없어지고, 열 번 참으면 신선이 되는 길이 열린다”고 하였으니 고대 중국인들이 사정을 늦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조금이라도 사정을 늦춰보려는 남성들의 입장에서 ‘노력한다’는 측면에서만큼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정액이 나오는 구멍을 막는 대목은 사정을 지연하는 효과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전립선 관련 질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

    만약 성행위시 사정이 너무 빨라 연인의 ‘성적 평등권’을 보장할 수 없는 남성이라면 이제 그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이 바로 그것. 남성 성기 중 민감한 부분의 신경을 잘라 무디게 해줌으로써 조루증을 치료하는 이 수술법은 수술시간도 짧고(30분 이내) 부작용이 거의 없어 많은 남성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이렇듯 과학의 발전은 수천년을 이어온 성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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