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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우리 풍수 | 전북 임실군의 개구리 바위

쌀 20가마 주고 뱀 먹이 지키기

  •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쌀 20가마 주고 뱀 먹이 지키기

쌀 20가마 주고 뱀 먹이 지키기

4H가 그려진 개구리 바위(왼쪽). 뱀이 개구리를 쫓는 형상의 명당에 쓴 무덤에서 바라본 개구리 바위.

가슴에 ‘4H’ 표시를 달고 있는 바위를 이곳 사람들은 ‘개구리 바위’라 부른다. 개구리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그렇게 이름붙여진 이 바위는, 그저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100년 전에 쌀 20가마 값에 해당하는 값비싼 바위였다.

지금은 쌀 한 가마에 20만원이 채 안 되지만 1900년대 초만 해도 머슴이 주인집에서 1년 동안 일해주고 받은 품삯이 쌀 10가마 안팎이었다. 그러니 당시의 개구리 바위는 노동자의 2년치 연봉에 맞먹는 값이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개구리 바위가 그렇게 귀하게 취급됐을까.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남원 양씨(南原梁氏) 가문은 전북 임실군 성수면 소재지 부근에 사두혈(巳頭穴) 명당을 구했다. ‘뱀머리 명당’이란 뜻의 사두혈은 주산에서 길게 뻗어 내려오던 산 능선이 평지에서 물길을 만나 멈춘 지세를 말한다. 마치 산에 있는 뱀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들판으로 내려오는 형상과 같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산으로 이어지는 산 능선이 길면 긴 뱀, 즉 장사(長蛇)가 된다고도 한다.

뱀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개구리·쥐 등으로, 먹이를 찾지 못한 뱀은 굶주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먹이를 찾은 뱀은 배불리 먹고 자신의 지혜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뱀머리 명당은 무덤 앞에 반드시 개구리나 쥐 형상의 안산이 있어야 한다. 또 안산이 너무 작으면 먹을 것이 없고, 너무 커도 먹을 수가 없으며, 너무 멀어도 잡아먹을 수 없으므로 적당한 거리에 적당한 크기의 것이 있어야 한다.

남원 양씨 문중에서 잡은 명당 앞에 서 있는 개구리 바위는 그야말로 개구리처럼 생겼을 뿐만 아니라 그 크기나 거리도 뱀이 노리기에 아주 적당하였다. 당연히 개구리를 노리는 뱀의 기가 온통 머리로 집중할 것이다. 이러한 형국을 긴 뱀이 개구리를 쫓는 형세, 즉 ‘장사추와형(長蛇趨蛙形)’의 명당이라고 하는데, 반드시 뱀의 머리 부분에 무덤을 써야 한다. 민간에서 통용되는 묘지 풍수 관념에 따르면 개구리를 노리는 뱀의 온 신경이 머리 부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념은 풍수고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금낭경’이나 ‘인자수지’ 등에서는 산 능선을 크게 지룡(支龍)과 롱룡(壟龍)으로 나누는데, 롱룡은 산세가 분명하면서 웅장한 산 능선을 말하고, 지룡은 평지의 얕은 능선을 가리킨다. 전자는 산 능선이 끝나는 부분, 즉 발(足) 부위에 터를 잡아야 하고, 후자에 터를 잡을 때에는 머리 부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원 양씨 문중에서는 긴 뱀의 땅을 찾아 명당혈을 얻었으나, 그 앞의 개구리 바위까지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훗날 누군가가 이 개구리 바위를 없애버리면 후손들이 가난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문중에서 쌀 20가마를 주고 개구리 바위만을 샀던 것이다.

1980년대 무덤 앞으로 길이 나면서 개구리 바위가 없어질 운명에 처했다. 후손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문중의 흥망이 달린 일이었다. 결국 문중에서 일치단결하여 개구리 바위를 우회해 도로가 나도록 하는 데 성공하였다.

뱀과 개구리의 팽팽한 긴장관계는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남원 양씨 문중은 그래서 지금도 자신들이 번창하고 있다고 믿는다.



주간동아 373호 (p88~88)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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