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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권력의 핵 '청와대'

대통령은 퇴근 없는 직업?

관저에서도 일 일 일 ‘업무 연장’ … 책 한 권 읽을 짬 없는 바쁘고 긴장된 생활

  • 윤승모/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smo@donga.com

대통령은 퇴근 없는 직업?

대통령은 퇴근 없는 직업?

1999년 4월 청와대 경내에서 이희호 여사와 산책중인 김대중 대통령(큰 사진).97년 5월 청와대 녹지원을 찾은 김영삼 전 대통령 부부(작은 사진).

대통령은 정말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화려하고 호화롭게 살아갈까. ‘만인지상’이라는 대통령의 지위에 걸맞게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중 가장 ‘잘 나가는’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직위는 엄청난 힘을 가졌을지 몰라도 대통령의 24시는 긴장과 외로운 결단, 고통 등의 연속이라는 게 대통령을 주변에서 보좌한 인사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박대통령이 궁정동 안가에서의 술자리를 자주 가진 것도 이런 대통령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까지만 해도 이런 행사는 간혹 있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안가를 헐어버린 이후에는 대통령의 ‘밤 생활’도 없어졌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관저에 있을 때 대통령을 장악한 사람이 진짜 실세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노년에 대통령 자리에 오른 현 김대중 대통령의 생활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비서진들은 김대통령이 현재 임기 말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고 전한다. 김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는 특별한 만찬 일정이 없으면 오후 6시30분쯤 관저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한 뒤 8시경부터 각기 서재에서 각종 보고서와 서류를 검토하는 ‘업무’를 계속하다 밤 12시쯤 잠자리에 든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저녁시간에 가끔 독서를 하기도 한다. 한 달여 전에는 피터 드러커의 ‘미래 사회’를 읽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류검토 시간이 길어져 독서할 짬도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김대통령의 ‘열성’은 대통령비서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지원 비서실장과 각 수석비서관들은 요즘 일요일에도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비서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임기 말 때와는 분위기가 천양지차다. 97년 12월에는 업무를 파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과제도 많이 쏟아지고, 오히려 일이 늘어나는 상황이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말하자면 김대통령은 관저생활의 ‘적막감’을 업무로 해소하고 있는 셈이다.

DJ, 매일 맨손체조 … 이여사에게 밤참 금지당해



김대통령과 이여사는 부부애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저에서는 물론, 외국 출장을 갈 때도 트윈 침대를 쓰지 않고 더블 침대에서 나란히 잠을 잔다는 것. 김대통령 부부가 침실을 나서는 시간은 오전 7시30분. 해가 늦게 뜨는 겨울철임을 감안해 여름에 비해 기상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늦췄다고 한다.

아침식사는 반드시 부부가 함께 일반 가정식으로 간단하게 한다. 식사 후 김대통령은 그날의 일정에 맞춰 청와대 본관으로 등청하고, 이여사도 나름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한광옥 전 비서실장 때만 해도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이 아침에 관저에 찾아와 그날의 중요 현안을 보고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지난해 이후 그 같은 관례가 사라져 지금은 아침 관저 보고가 없어졌다. 대신 박지원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이 김대통령이 등청한 이후 본관을 찾아가 보고하거나 전화로 보고한다.

11월11일 김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석방되면서 청와대에는 식구가 한 명 늘었지만 김대통령 부부의 생활은 특별한 변화가 없다고 한다. 식사도 여전히 노부부만 함께할 뿐 홍걸씨는 따로 한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홍걸씨가 자숙하고 있지만 김대통령의 마음은 아직 안 풀렸다”고 말했다.

부인과 자녀를 미국에 남겨둔 채 청와대에서 따로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홍걸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책을 읽으면서 소일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가끔 청와대 밖으로 외출하기도 하지만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곳을 다녀오는 것이 고작이라는 전언이다.

대통령은 퇴근 없는 직업?

98년 10월 이희호 여사(왼쪽)가 한 지인과 대화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저녁식사는 아침에 비해 풍성한 편이나 주치의의 권유에 따라 과거 야당 총재시절과는 달리 ‘대식(大食)’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청와대 사람들은 무얼 먹을까’라는 책을 펴냈다가 해임된 전직 청와대 직원 전지영씨는 이 책에서 김대통령이 원래 라면 등 밤참을 좋아했으나 건강관리 차원에서 요즘 이여사로부터 밤참을 ‘금지’당했다고 쓰기도 했다.

‘건강을 위해’ 김대통령이 하는 것 중에는 맨손체조를 빼놓을 수 없다. 김대통령은 야당시절부터 매일 아침 해온 맨손체조를 요즘도 거르지 않고 하고 있다. 이따금 수영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즐기지는 않는 편이다. 이여사는 거의 매일 경내의 수영장을 찾는다. 수영을 하기보다는 물속에서 운동을 하며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가끔씩 비공식으로 사회 원로인사 등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12월 초에는 강원용 목사를 만나 반미시위 등에 대한 걱정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강목사에게 “반미가 걱정이다. 사회 원로들이 나서 국민을 설득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이 같은 원로와의 사적인 만남도 관저에서 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본관 집무실에서 하는 등 가능한 한 비공식 일정은 삼가고 있다고 한다.





주간동아 2002.12.26 365호 (p36~38)

윤승모/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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