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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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화질?”… 통화연결음 돈 되네

음악·멘트 서비스 이동통신사 새 수익원 … 콘텐츠 업계도 유명 연예인 기용 광고전 치열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2-12-12 1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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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전화질?”… 통화연결음 돈 되네

    다양한 음악과 멘트를 제공하는 CP들이 경품을 내걸면서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광고하고 있다.

    최근 누군가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기에서 ’뚜뚜’ 하는 기계음 대신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들려오거나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또 전화질이냐? 기다려봐라”라는 생생한 다그침이 들려와 화들짝 놀라 전화를 끊은 적이 있을 것이다.

    SK텔레콤이 ‘컬러링’이란 이름으로 5월부터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LG텔레콤(필링), KTF(투링) 등 이동통신 3사 모두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이 시장이 이동통신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 되었지만 3사의 통화연결음 서비스 전체 가입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총 매출액이 800억~1000억원 선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입자가 100만명이 넘는 이동통신 부가서비스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개월 내에 이만한 성과를 올린 통화연결음 서비스의 위력은 실로 대단한 것.

    11월 말 현재 가입자 수 44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SK텔레콤의 경우 기계음을 다른 음악으로 변경하는 데 필요한 교환기 설치 비용 400억원을 회수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 마케팅전략팀 정영배 과장은 “TTL 고객을 상대로 사전 시장조사를 했을 때만 해도 연말까지 150만명 정도가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신문광고를 두 차례 하고, 휴대폰 가입자에게 이용대금 명세서와 함께 컬러링 서비스를 소개하는 광고전단을 보냈을 뿐인데 20일 만에 50만명이 가입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몹시 놀랐다”고 말했다. 통화연결음 서비스 광고를 특별히 하지 않은 것은 LG텔레콤이나 KTF도 마찬가지. 그런데도 이렇게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한 사람이 통화연결음을 바꿀 경우 그것을 듣는 사람은 여러 명이라는 파급 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른 부가서비스와 달리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올 총매출 800억~1000억원 예상

    이동통신사에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신청했을 때 기본적으로 설정되는 음악을 변경하려면 ARS 700 서비스나 무선인터넷 혹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이나 멘트를 골라 새로 설정할 수 있는 것. 이때 각종 음악이나 익살스러운 멘트를 파일로 저장해 제공하는 업체(Contents Provider)들을 이용하게 된다.

    통화연결음 시장이 커지면서 CP를 비롯한 관련 업계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월 900원의 월정액은 고스란히 이동통신사의 몫이지만 가입자가 ARS 700 서비스(30초당 100원)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이용해 음악을 변경할 때 지불하는 정보이용료(건당 700원~1200원 정도)는 이동통신사와 음반업계, CP가 나눠 갖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는 교환기를 설치하는 데 쏟아부은 적지 않은 초기투자에 대한 몫을 받고, 음반업계는 원곡에 대한 저작권료와 저작인접권료를 챙기게 된다. 통화연결음의 경우 원곡을 그대로 파일로 저장해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연주자와 음반기획사에 저작인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CP는 물론 한동안 위축됐던 음반업계도 통화연결음 확산에 따른 혜택을 보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대개 벤처기업 규모인 CP들이 올해 예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700으로 시작되는 이들 CP들은 통화연결음을 자주 변경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 이미 탤런트 송혜교, 김재원, 미스월드컵으로 잘 알려진 가수 미나 등을 모델로 기용해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내는 등 10여개의 CP들이 번호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전화질?”… 통화연결음 돈 되네

    각각 탤런트 송혜교와 가수 미나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CP ‘위트컴’(위)과 ‘다날’의 통화연결음 광고.

    각 이동통신사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통화연결음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KTF 구희남 과장은 “유료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가입자 수가 120만명을 기록했고, 내년이면 KTF 전체 가입자 중 60% 정도가 통화연결음 서비스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가입자뿐만 아니라 이용량을 늘리기 위한 서비스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CP인 와이더댄닷컴의 김석범 이사는 “앞으로는 통화중에도 좋은 배경음악이 흐르도록 하는 등 휴대폰을 사용하는 도중에 다른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텔레콤 강경식 과장은 “이동통신 3사가 서로 음악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 이용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식으로 가입자 수가 두세 배로 늘어나고,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면 통화연결음 시장 전체 규모 또한 두 배 이상 커지게 된다는 것.

    업계에서는 “19세기에 알렉산더 그레이험 벨이 전화를 발명한 이후로 ‘뚜뚜’ 하는 기계음을 다른 소리로 바꿔놓은 건 ‘대한민국’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국내 이동통신사와 CP들이 뻗어나갈 통화연결음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화연결음 서비스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때부터 해외에서 문의를 해왔다”며 “2~3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 눈을 돌려 현재 해외 10여개 통신업체와 협의중에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이면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휴대폰 통화연결음 서비스의 위력은 유선으로도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KT를 비롯한 유선업계에서도 통화연결음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내년 초부터 일반 전화를 걸 때도 기계음이 아닌 음악 등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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