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8

2002.11.07

“뭐? 월 1천만원 패키지 과외”

일부 부유층 고3 전 과목 책임지도 은밀 확산… 명문대 합격 땐 ‘성공보수’ 옵션 계약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2-10-31 12:4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뭐? 월 1천만원 패키지 과외”

    2004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은 올해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러나 2005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가 일부 바뀌기 때문에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3 이모군(18·서울 송파구)의 한 달 과외비는 700만원이다. 이군 부모는 3월 강남 일대에서 실력 있는 강사로 이름 높은 김모씨(35)에게 수능시험 때까지 전 과목 지도를 일임하고 6000만원을 지불했다. 올 수능이 11월 6일에 치러지니 한 달에 700만원이 넘는 액수다.

    김씨는 이군의 입시 전략을 총괄적으로 책임진다. 우선 상담을 통해 취약 과목을 분석하고 적절한 강사를 배치해 시간표를 짠다. 공부시간은 한 번에 4시간씩 일주일에 8회. 수리탐구 영역에서 특히 사회탐구 실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이군은 이중 3회를 사회분야 수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같은 사회분야라 해도 과목에 따라 교사가 달라 크게 지루하지 않다. 그 외 시간에는 국어, 논술, 영어, 과학, 수학 교사가 김씨의 지시에 따라 이군의 집을 찾는다.

    김씨는 책임지고 이군을 지도하겠다며 `‘성공보수’도 조건으로 걸었다. 이군이 올해 입시에서 S대학교에 합격할 경우 추가로 2000만원을 받기로 한 것. 만약 이에 실패할 경우 같은 비용을 이군측에 반납하는 조건이다. 이 금액까지 포함할 경우 이군의 한 달 과외비는 1000만원에 이른다.

    “8개월 만에 1억원 받았다”

    “뭐? 월 1천만원 패키지 과외”
    최근 서울 강남 등 부유층 지역을 중심으로 고액의 패키지 과외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오너’라고 불리는 대표강사가 15, 16명의 과목별 책임 강사로 팀을 구성한 후 한 학생을 장기간 책임지고 맡는 시스템이다. `‘오너’의 첫째 조건은 능력과 성실성. 과목별로 실력 있는 강사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인맥도 주요 덕목이다. 이 지역 학부모 사이에서 평판이 좋은 유명 학원강사가 주로 이 자리를 맡는다.



    김씨의 경우 지난해 한 학생을 맡아 3개월 만에 성적을 급신장시켰다는 소문이 돌면서 `‘오너’로 이름을 날린 케이스. 김씨는 “석 달 동안 그 학생의 집에 함께 살다시피 하며 학습방법을 철저히 지도한 것이 주효했다”며 “학부모의 신임을 얻어 이 집에서만 8개월 만에 1억원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김씨가 관리하고 있는 학생은 서울 송파구, 서초구, 강남구 등의 모두 6명. 대부분 고3으로 일일이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맡기 어렵다. 김씨는 이와 같은 패키지 팀이 강남 지역에만 3~4개는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강남·송파 지역에서 유명 강사에게 과외를 받는 비용은 과목당 60만~70만원 선. 이와 비교해도 한 달 1000만원은 적지 않은 비용이다. 그러나 김씨와 다른 팀에서 패키지 과외 강사로 뛰고 있는 최모씨(40)는 `패키지 과외를 찾는 수요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뭐? 월 1천만원 패키지 과외”

    요령 위주의 수능 준비와 문제 풀이식 공부가 고교생의 기초학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서울대 신입생들이 대학에서 수학 강의를 듣고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과목별 과외를 시키면 신경 쓰이는 게 많아요. 하지만 패키지 과외는 ‘오너`’가 모든 걸 책임집니다. 중간고사에서 수학 성적이 떨어지면 바로 수학 강사를 더 투입하고, 성적이 오르면 다른 과목에 집중하도록 시간표를 짜주는 식이지요. 학생이 강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바로 다른 강사로 교체하는 등 서비스도 좋습니다. 비용은 좀 비싸지만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최선의 시스템이죠.”

    강사 입장에서 봐도 패키지 과외는 만족할 만하다. 일정 기간 동안의 지속적인 성적 관리와 안정적 보수를 약속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강사들이 바로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지 않고 학생의 진정한 실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강사, 학생 모두의 입장에서 윈-윈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명문 S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사회탐구 분야 강사로 활동중인 최씨의 경우 1회 4시간에 이르는 수업시간 동안 학생과 함께 책을 읽고 논점을 잡아 토론을 진행하기도 한다. 교과서 내용이 아닌 자신의 학습 노하우를 학생에게 전수하는 것이다.

    또 다른 강사 윤모씨(38)는 “요즘 강남의 학부모들은 집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학교의 졸업생 명부를 비치해놓고 과외 선생을 소개받을 경우 직접 경력을 확인한다”며 “이처럼 까다로운 부모들 입장에서 볼 때 검증받은 교사 팀이 학생을 책임지고 맡아준다는 점은 매력적일 것”이라며 `‘패키지 과외’의 성공을 점쳤다.

    문제는 `패키지 과외 강사의 경우 일반 학원이나 과외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수업료를 받으면서도 소득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 학원을 설립할 필요 없이 학생과 직접 만나기 때문에 막대한 수입액에 대해 과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도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과외비를 지급해 이 부분에 대한 과세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른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심각한 문제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주부 조선옥씨는 “남편의 한 달 수입 300만원 중 60만원을 중3, 고2인 두 아이의 학원비로 쓰고 있다”며 “우리 형편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한 달에 1000만원씩 하는 과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운이 빠진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부유층 학부모들은 우리 교육 실정에서 과외만이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시키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학부모 최지현씨는 “요즘 학부모들은 교육에 대한 노력 없이 수업시간에 들어와 교과서만 읽고 나가는 일반 교사들보다 과외 강사들이 오히려 `‘참교육’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돈이 있다면 이들에게 학생의 생활 지도나 입시 준비를 맡기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 같은 과외 문화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서울 경복고등학교의 한 교사도 “학부모들에게 학교 수업이 가장 질 높은 교육이라는 믿음을 주어야만 과외가 사라질 것”이라며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