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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돈 없는 현대아산 안 믿어?

김윤규 사장 귀국 지연 개성공단 ‘이상 징후’ … 정부간 협의 앞두고 일정 차질 가능성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북한, 돈 없는 현대아산 안 믿어?

북한, 돈 없는 현대아산 안 믿어?

남북한이 개성공단 연내 착공에 합의한 가운데 현대아산과 북한측의 개성공단 협의가 늦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뭔가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남북한이 개성공단 연내 착공에 합의하고 10월중 실무협의 개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작 현대아산과 북한측의 개성공단 협의가 계속 늦춰지고 있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 일행은 9월24일 중국 베이징을 통해 평양을 방문한 뒤 개성공업지구법에 대해 북한측과 실무협의를 벌이고 나서 10월1일 베이징을 거쳐 귀국했다. 그러나 김윤규 사장은 혼자 베이징에 머무르다 8일 다시 평양으로 들어간 뒤 14일 현재 금강산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김사장이 직접 귀국할지, 다시 베이징을 거쳐 귀국할지는 물론, 언제 귀국할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개성공단 사업에 뭔가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아산은 김사장 일행의 방북 당시만 해도 10월 초부터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투자자들을 상대로 개성공단 해외투자자 유치활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공동사업’ 해석 놓고도 토공과 이견

게다가 남북은 이미 8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이하 경추위) 2차 회의에서 개성공단 연내 착공에 합의한 바 있고 10월중으로 개성공단 실무협의회도 예정돼 있어, 현대아산과 북측 간의 개성공단 협의에 이상이 생길 경우 합의된 일정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아산과 북측 간의 협의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현대상선 4000억원 대북지원설 등으로 인해 현대가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8월 2차 경추위 회의에서 북한측이 금강산관광 대가 미지급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보증을 요구했던 전례에 비춰 금강산 미지급금이 개성공단 사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통일연구원 최수영 연구위원은 “현대아산과 북한측의 합의가 늦어지는 데는 현대아산이 북한측으로부터 사업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연구위원은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일정과 신의주 특구 사태의 수습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할 때 개성공단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북한, 돈 없는 현대아산 안 믿어?

개성은 물류 편의나 배후 시장의 이점 때문에 한국 기업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김일성 주석 동상이 멀리 보이는 개성시내 전경.

현재 개성공단 개발과 분양에 대한 사업권은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함께 갖고 있는 상황. 그러나 지난 2000년 11월 개성산업단지 사업시행협약 해석을 놓고도 현대아산과 토지공사 사이의 이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토지공사는 개성공단 사업 전반에 대한 공동시행협약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현대아산은 총 800만평 중 1백만평에 해당하는 1단계 공사에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도 북한측과의 모든 협의는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형편. 지난달 방북단 구성에서도 일행 총 12명 중 토지공사측 3명이 참여하기는 했으나 실무팀장급에 그쳐 ‘공동사업자’라고 하기에는 군색한 모양새였다.

따라서 현대아산은 현재로서는 북한측과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일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인 셈이다. 그러나 김사장이 아직까지도 북한측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느냐는 데에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연구교수는 “자금사정도 좋지 않은데다 국내에서도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현대아산이 전담 협상 주체로서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현대아산이 전면에 나서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나설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요할 경우 전경련이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단체 중심으로 투자자 컨소시엄을 꾸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정권 임기 말이라는 상황은 현대아산에게는 더욱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남북협력기금으로 연명해온 금강산관광 등의 전례에 비춰볼 때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현대아산이 정부 지원 없이 홀로서기를 해나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 김고중 특별보좌역은 이에 대해 “현대아산의 사업권 문제를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별달리 할 말이 없다”고 언급했다. 금강산관광 대가 미지급금에 대해서는 “조만간 사정이 된다면 갚는다는 계획이지만 돈이 없는데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현대아산 관계자 역시 “여태까지도 어려운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겨오지 않았느냐”며 어려운 상황임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국내기업들 입주 결정 아직 미뤄

반면 개성공단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입장은 아직도 다소 유보적이다. 현대아산측은 개성공단 입주 의향을 밝힌 국내기업들이 520개나 된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아직 토지 사용조건이나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 등 사업성 추산에 필요한 조건이 완전 공개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10월10일 전경련에서는 남북경협위원회를 열고 개성공단 사업의 득실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 바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남북경협위원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보다 높은 경쟁력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개성공단 입주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참석 기업인들의 이러한 질의에 대해 현대아산 김고중 특별보좌역은 “그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현대아산은 과거 금강산관광 사례 때도 완전 합의되지 않은 세부사항까지도 ‘사태 반전용’으로 발표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한 현대아산이 이번만은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침묵’의 의미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일연구원 최수영 연구위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남북경협 사업에서 하나라도 더 성과를 내고 임기를 마무리하고 싶겠지만 이는 현대아산을 개성공단의 사업주체로 놓아두고서는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356호 (p46~47)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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