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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꿈 접고 佛家의 몸으로

명예퇴직 신청한 김기영 서울 경찰청 차장

  • 이현두/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 ruchi@donga.com

경찰청장 꿈 접고 佛家의 몸으로

경찰청장 꿈 접고 佛家의 몸으로
잘 나가던 고위 공무원이 어느 날 갑자기 ‘뜻한 바 있다‘ 며 사표를 냈다면….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가끔 본 장면이다. 샐러리맨을 포함한 모든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현실에서는 그야말로 실행하기 어려운 ‘꿈‘이다.

서울경찰청 차장 김기영 치안감의 명예퇴직 신청이 신선한 충격을 던진 것도 그 때문이다. 10월2일 퇴직 신청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차장은 경찰 내에서 탄탄대로를 달려가던 고위간부였다.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경무과장 경비과장 경비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간부후보 동기생 중 가장 먼저 경무관과 치안감으로 승진하는 등 27년간의 경찰 생활을 큰 고비 없이 이어왔다. 김 치안감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내년 초 단행될 경찰 인사에서는 경남경찰청장이나 부산경찰청장으로 부임할 것이 유력했다.

경찰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꿈 중 하나인 고향의 치안 총수가 돼 ‘금의환향‘하는 것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그러나 그는 ‘불가귀의(佛家歸依)‘라는 더 큰 ‘꿈‘을 찾아 미련없이 떠났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뒤 해병대 장교를 거쳐 1975년 간부후보생 23기로 경찰에 투신한 그는 경찰 내에서 손꼽히는 경비통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명예퇴직 신청도 경비작전을 펼치듯 철저한 보안 속에서 전격적으로 했다. 가족들까지도 사전에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가족·동료 만류에 ”언젠가는 갈 곳으로 가는 것일 뿐”

명예퇴직 신청을 내던 날 그는 전날과 똑같이 오전 8시 반경 시작되는 서울경찰청 일일 참모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부하직원들에게 일일 업무 지시를 했다. 오전의 일상 업무를 모두 끝낸 그는 오전 9시10분경 서울경찰청장 사무실로 찾아가 이대길 청장에게 처음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청장의 만류를 정중히 거절한 그는 청장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인사과장을 불러 보안을 지켜줄 것을 부탁하며 가급적 빨리 명예퇴직 신청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구한 뒤 경찰청으로 들어가 이팔호 경찰청장에게 명예퇴직 의사를 밝혔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그때서야 집에 있는 부인에게 명예퇴직 신청 사실을 전화로 알렸다.

남편으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전화를 받은 그의 부인은 통곡에 가까울 정도로 울며 다시 한번 생각해줄 것을 간절히 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며칠 동안 지방에 갔다 오겠다”고만 말한 뒤 조용히 짐을 싸서 12시10분경 청사를 빠져나가 누나가 살고 있는 대구로 내려갔다.

그의 부인은 ”최근 남편이 ‘경찰을 그만두고 불교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해 그냥 지나가는 말로 넘겼다”며 ”그때는 혹시 남편에게 갱년기가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만 했지 실제로 사표를 낼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경찰 간부후보생 동기들을 포함한 경찰 간부들은 ”평소 말이 없고 한번 결심한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그의 평소 성격을 볼 때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간부 후보생 시절 해병대 장교 출신답게 모든 행동에 거침이 없었고 학업성적도 뛰어나 50명의 동기생 중 수석으로 후보생을 마친 그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경찰 내에서 ‘맹장(猛將)‘으로 평가받는다.

96년 세간에 화제가 됐던 경찰과 서울 천호동 사창가의 전쟁은 그의 이 같은 면을 가장 잘 보여준 사건이다. 그해 7월 서울 강동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그는 천호동 사창가의 유흥업소에서 미성년자를 고용하는 등 말썽이 끊이지 않자 두 달 뒤인 9월부터 밤 9시에서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사창가 일대에 경찰병력을 배치해 검문을 벌이게 했다.

이에 유흥업소 주인들은 그에게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전화까지 했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서장을 떠날 때까지 1년이 넘게 ‘통금‘ 조치를 계속 밀고 나갔다.

그는 명예퇴직 신청한 이유에 대해 ”군에서 제대한 뒤 선친이 물려준 절을 이어 받으려고 삭발 수도를 했으나 말 못할 일을 겪고 선친의 절을 남에게 넘기게 됐다”며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머리를 깎는 것은 집사람의 반대가 커 어떻게 할지 아직 모르겠다”며 ”누님과 암자를 짓고 부처님을 모시거나 동국대 불교학과 동창생이 있는 절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355호 (p12~12)

이현두/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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