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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거리’ 북창동 “클린존이 뭔데?”

검찰 단속방침에도 화끈한(?) 술판 계속 … 업주들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될 것” 기대감

  • < 안영배 기자 > ojong@donga.com

‘밤의 거리’ 북창동 “클린존이 뭔데?”

‘밤의 거리’ 북창동 “클린존이 뭔데?”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화끈한 술자리’로 명성을 얻고 있는 서울시 중구 북창동 일대의 유흥주점. 이곳의 ‘밤 문화’는 국내의 주객들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에게도 ‘들를 만한 명소’로 알려져 있다.

접대부들의 음란쇼 등이 ‘특기’로 꼽히는 이곳의 유흥주점들은 정부 기관도 관광상품으로 ‘인정’했다. 서울시가 지난 월드컵 기간중 외국 관광객용 ‘서울 베스트 관광상품 100선’(영어판 책자)에 북창동 유흥주점을 최고의 야간 관광상품으로 공식 추천한 것. 이 책자는 유흥주점을 ‘널찍한 룸에서 젊은 여성들이 손님과 술을 마시며 노래와 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라고 소개하면서, ‘가격은 3인 기준 70만∼80만원’이라고 요금까지 ‘친절히’ 안내했다. 이 책자는 문제가 되자 곧 사장되는 운명에 처해지고 말았지만, 북창동 유흥주점이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유흥문화’임을 보여준 에피소드.

그러나 서울시가 이태원 등과 함께 관광특구로 지정한 북창동은 현재 검찰에 의해 음란·퇴폐 행위의 주범지역으로도 몰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월1일부터 북창동 일대를 ‘음란·퇴폐 청정지역(클린존)’으로 지정하면서 각 단란주점 입구에 청정지역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했다. 서울지검의 담당 검사는 “7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가진 뒤 8월 초부터 본격적인 단속을 할 예정”이라 밝혔다.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같다”

‘밤의 거리’ 북창동 “클린존이 뭔데?”
검찰이 현재 ‘풍속 대상업소’로 주시하고 있는 곳은 유흥주점 70여개와 단란주점 10여곳. 법적으로는 유흥주점에서만 손님을 서빙하는 접대부를 고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북창동은 검찰의 의지대로 청정지역으로 변하고 있는 걸까.

지난 8월6일 저녁 어스름 무렵. 갑작스런 장마로 서울 거리가 온통 빗물로 젖어 있는 가운데, 낮 동안 한갓지기만 하던 북창동 거리가 서서히 그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북창동에서도 ‘물 좋은 곳’으로 알려진 R 유흥주점 앞. 건물 입구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청정지역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음란 퇴폐 행위를 할 경우 신고해 달라는 전화번호까지 기재돼 있어 주점 관계자들을 주눅 들게 하는 듯했다.

이윽고 밤 9시. R주점을 비롯해 업소들이 밀집돼 있는 곳의 거리거리에는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물 좋은 아가씨들이 많다느니, 술값이 다른 업소보다 싸다느니 하며 손님들의 소매를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밤의 거리’ 북창동 “클린존이 뭔데?”
초저녁에 주점을 찾은 듯 얼굴에 취기가 오른 주객 네 명이 유흥주점 입구를 빠져나왔다. 일행 중 여의도 증권가에 근무한다는 송모씨(30대)는 “북창동이 유명하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 오늘 처음 찾았는데, 진짜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소굴 같았다”며 불콰해진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송씨가 주점 룸에서 겪은 것은 북창동의 이른바 정통 코스. 접대부들이 손님들에게 완전 나체로 인사하며 술 따르기, 여성의 특정 부위를 안주 삼기, 음주와 노래, 그리고 룸에서의 야릇한 ‘집단 밤 체조’ 등이 그것. 네 사람이 두 시간여 질펀하게 노는 데 드는 경비는 술값에 아가씨 팁까지 합쳐 120여만원.

그러나 소위 ‘2차’ 여관행은 없는 게 북창동의 불문율. “극히 일부 주점에서 손님들을 끌기 위해 2차까지 아가씨가 따라나가는 곳도 있지만, 북창동은 전통적으로 1차에서 손님들의 욕구를 다 들어주는 편이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북창동이 다른 지역보다 술값이 다소 싼 것도 아가씨들이 1차로 끝나 다른 룸에서 뛸 수 있는 회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J씨(유흥주점 영업부장)의 설명.

이곳 유흥주점의 경우 업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하루 평균 매출액이 10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한 곳에 주점들이 밀집해 있어 업소들간 서비스와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주객들 사이에 전국적으로 이름이 날 수밖에 없다. 지방에서 출장 온 사람들도 이름값을 확인해 보기 위해 들렀다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R주점과 한 블록 떨어진 S주점에서 만난 취객들도 비슷한 코스로 즐겼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는 K씨의 말이 흥미롭다.

“며칠 전에도 대구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데리고 북창동을 왔다. 소문을 들었는지 북창동 술집을 가자고 친구들이 성화였다. 그런데 막상 유흥주점 안으로 들어가니 아가씨들이 전통적으로 하던 인사도 안 하고 점잖게 술만 따르는 게 아닌가. 친구들 보기도 미안하고 기분이 나빠 얼마 놀지 않고 나와버렸다. 나중에 담당 부장을 불러 항의했더니 아가씨들이 서빙을 하려는데 손님들이 클린존 얘기도 하고, 검찰 단속이란 말도 해서 손님을 가장해 들어온 검찰청 사람인 줄 알고 그렇게 대접했다면서 사과했다. 그러면서 오늘 꼭 들르라고 해 매우 훌륭한 서비스를 받고 나왔다.”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관광코스’

말하자면 검찰 단속 방침이 아직까지는 전혀 먹히지 않고 있고, 유흥주점들도 전통의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들은 곧 있을 검찰 인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의 인사이동이 있으면 북창동에 지정된 클린존도 유야무야될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클린존 지정 자체가 ‘탁상행정 발상’으로 나온 돌출사건이기 때문에 유흥주점 몇 곳만 대표적으로 ‘손보고’ 곧 슬그머니 없어질 사안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북창동을 애용하는 ‘고객’ 가운데는 이곳만의 독특한 술문화를 옹호하는 이들도 적잖다. 우리나라의 유흥문화를 다루는 사이트(vip24.com) 게시판에 올린 한수성씨의 글. “북창동의 유흥문화가 좀 색다르기는 하지만 가끔은 넘치는 정열을 풀어버리기에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북창동이 사라져버린다면 정말 이런 업소들도 완전히 사라질까? 미아리와 천호동을 정리하니까 용주골과 성남이 뜨지 않는가. 나는 클린지역 선포보다는 북창동에 미성년자 출입을 통제하고, 불법적인 매춘을 통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씨의 지적대로 그런 조짐은 벌써부터 있다. 북창동의 한 업주는 “북창동이 ‘미나리 깡(청정지역)’이 되니까 대신 방이동 같은 곳이 북창동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북창동의 유흥문화는 협소한 지역을 벗어나 클린존으로 지정되지 않은 인근의 무교동, 세종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흥주점 일각에서는 이미 북창동이 외국인들에게까지 알려진 명소이고 외화를 획득하는 긍정적 요소도 있는 만큼, 지나친 퇴폐행위를 자제하되 어느 정도 융통성을 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공공연히 피력한다. 실제 외국인들이 이곳에서 뿌리는 외화도 상당하다고 한다. 유흥주점 영업부장 J씨는 “내가 관리하는 일본인 손님들도 적지 않고 다른 유흥주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얘기한다.

아무튼 2002년 8월 현재 북창동은 기로에 서 있다. 검찰의 의지대로 북창동이 청정지역으로 새로 태어나게 될지, 아니면 이전의 전통을 굳세게 지켜나갈지….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북창동 주점을 처음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그 ‘화려한 쇼’를 체험한 후 여성의 성에 대한 환상이 한꺼번에 무너질 정도로 너무 막나간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주간동아 348호 (p42~43)

< 안영배 기자 >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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