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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강남의 ‘라식산업’

‘100% 안전의 꿈’ 아직 멀었다

후유증·부작용 사례 만만찮아 ‘심할 경우 실명도’ … 의사 실수·장비 고장 등 원인도 가지가지

  •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100% 안전의 꿈’ 아직 멀었다

‘100% 안전의 꿈’ 아직 멀었다
건축사무소에서 설계를 담당하며 엔지니어 일을 해오던 이모씨(30)는 지난 99년 7월 근시를 교정하기 위해 라식수술을 한 후 시각장애인이 됐다. 라식수술을 받으면 특별한 후유증 없이 안경을 쓰지 않아도 1.0 이상의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병원측 이야기를 듣고 수술에 나섰지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왼쪽 눈을 수술하는 도중 라식기계(레이저 장비)가 갑자기 멈춰버린 것. 레이저로 각막을 절반 가량 깎은 상태에서 수술은 중단됐다.

의사는 추후 재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며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의사의 말은 다른 병원에서 확인한 결과 거짓말로 밝혀졌다. 재수술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앞이 뿌옇고(각막혼탁) 물체가 흔들려 보이는(부정난시) 등의 부작용 때문에 그는 영구적인 시각장애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병원측은 의료기기 회사에 책임을 돌렸다. 설상가상으로 이 병원에 기계를 공급한 수입상은 부도가 나 없어진 상태. 이씨는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황당한 상태다.

라식수술 열풍만큼, 이로 인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피해자도 늘고 있다. 이씨처럼 각막을 깎아내는 레이저 장비 고장이 아니더라도 라식수술로 인한 피해자는 많다. 일부 안과 전문의들은 라식수술의 부작용(합병증)이 0.3%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라식을 업으로 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일 뿐, 아직 공식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 5%, 많게는 10~15%의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의학자도 있다. 심지어 시력의 질을 떨어뜨리고 세균 감염률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라식수술 자체의 원초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의학자도 있다.

‘100% 안전의 꿈’ 아직 멀었다
인터넷 다음사이트에는 ‘안티라식’과 ‘안티라식 병원’이라는 라식수술 피해자들의 카페도 생겨났다. 안티라식 카페의 경우는 회원이 7800여명. 단순히 라식수술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술 후 심각한 후유증과 합병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수술 후 각종 부작용으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부터 회사를 그만둔 사람에 이르기까지 애절한 호소가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게시판에 실린 한 구절을 보자.

“안티라식 카페에는 극우파부터 극좌파까지 고른 성향의 사람이 있다. 극좌파는 요행히 수술이 잘돼 라식수술이 꿈의 수술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 중도 좌파는 자신은 수술이 잘됐지만 그래도 후유증은 있다는 사람, 중간은 아직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 중도 우파는 대부분 실패하지만 일부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극우파는 라식수술 자체가 사기이며 그 수술을 하는 의사들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100% 안전의 꿈’ 아직 멀었다
결국 라식수술의 부작용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도,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사실 라식수술에 대한 국가적 수술 지침이나 학회 차원의 공통된 지침서조차 없는 형편이다.

라식수술을 주로 하는 안과전문의도 인정하는 라식수술의 대표적 후유증 또는 합병증은 빛 번짐과 야간 눈부심, 부족 교정, 과교정, 각막혼탁, 근시 퇴행, 안구건조증 등이다. 전문의들은 이것도 한두 달 내지 6개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교정되거나 재수술을 하면 대부분 치료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빛 번짐과 야간 눈부심은 동공 크기가 비교적 큰 사람한테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게 라식에 비판적인 안과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레이저로 각막을 많이 깎거나 적게 깎아서 생기는 과교정이나 부족교정도 깎을 각막이 남아 있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남아 있지 않은 경우는 속수무책이다.

‘100% 안전의 꿈’ 아직 멀었다
서울 강남서 라식수술을 하고 있는 한 안과전문의는 “FDA(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권장사항만 지켜도 이런 부작용이나 합병증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각막 두께가 재수술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두껍고(550㎛), 각막이 두꺼운 사람에 한해 -10D(디옵터)에서 -12D 사이는 신중하게 수술을 결정하고, -12D가 넘는 사람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라식 전문병원의 홍수 속에 과잉 경쟁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과연 이런 권고안이 지켜질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일부 전문의들은 라식수술의 안전성은 시력이 -5D에서 -6D 이상인 사람, 각막 두께도 550㎛ 이상인 사람에게만 시술해야 절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의사의 실수에 의해 일어나는 부작용도 많다. 레이저로 각막을 깎다 아예 구멍을 내거나, 레이저로 각막 내부를 깎은 후 다시 덮기 위해 미리 얇게 잘라 붙여둔 각막 절편을 실수로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김모씨(28)가 바로 그런 경우.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유명 안과에서 라식수술을 받았으나 오른쪽이 거의 보이지 않아 확인한 결과, 의사가 각막 절편을 수술중에 날려버린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미 손상된 각막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상태. 그는 당장 소송을 했고, 최근 서울지방법원은 안과에 치료비 배상과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세대 의대 김원중 교수(안과전문의)는 “각막 절편이 의사의 실수가 아니더라도 자연적으로 떨어질 확률도 높다. 핏줄이 없는 각막 부분을 잘라 그냥 덮어놓으면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수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의사가 주의를 기울이고, 사전 검사를 철저히 하면 막을 수 있는 경우인지 모른다.

‘100% 안전의 꿈’ 아직 멀었다
그렇다면 선천적(유전)으로 각막이 계속 얇아지면서 앞으로 튀어나오는 원추각막증의 소인이 내재해 있는 줄 모르고 수술했다가 실명 위기에 이른 사람이나, 라식수술 도중 원인 모를 균에 감염된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라식수술을 한 후 앞이 안 보여 다른 병원을 갔더니 누가 수술했냐고 화를 내면서 원추각막이라고 했습니다. 렌즈 착용을 해도 계속 눈은 나빠져 각막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울산에 사는 김모씨(29)는 ‘어쩔 수 없는’ 라식수술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100% 안전의 꿈’ 아직 멀었다
시각교정술의 국제적 권위자인 김원중 교수는 “원추각막증이 이미 확증된 사람은 라식수술을 안 하면 되지만, 진행중인 사람은 알아낼 방법도 없고 라식수술을 하면 백이면 백 부작용이 생긴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라고 증언한다. 또 그는 “그런 부작용 외에도 라식수술을 한 사람들에게서 비결핵성 마이코박테리움균에 의한 각막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라식수술을 하면서 균이 들어간 것으로, 각막 밖에 염증이 생기면 눈물이 항균작용으로 일부 차단을 하지만 라식수술은 수술 후 각막 절편으로 위를 붙여버리기 때문에 눈물의 항균작용이 통하지 않고 항생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라식수술이 많은 부작용을 가진, 한계가 뚜렷한 시술이라고 믿는 의학자 중 한 사람. 김교수의 이런 주장은 미국 시각교정학회지에 모두 보고된 내용들이다.

문제는 김교수의 주장처럼 수술할 당시에는 원추각막증인 줄 몰랐다가 수술 후 이런 증상이 나타나 거의 시력을 잃다시피 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 의료전문 변호사 사무실에는 원추각막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라식은 안경의 굴레로부터 모든 인간을 해방시킬 꿈의 수술인가. 그 해답을 모든 안과의사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시점은 아직 먼 미래인 것처럼 보인다.



주간동아 348호 (p34~35)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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