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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카드 손 안 대고 코 풀겠다?

관련업체 사업 추진 말뿐 초기투자 미뤄… 결제방식 표준화·단말기 설치 등 난제 많아

  •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스마트카드 손 안 대고 코 풀겠다?

스마트카드 손 안 대고 코 풀겠다?
SK텔레콤, KT, 삼성 에스원 등이 잇따라 스마트카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SKT는 이미 지난해 ‘모네타 카드’로 침체됐던 스마트카드 시장에 불을 붙였고, KT는 KT그룹 유·무선 통신요금 할인혜택이 있는 스마트카드를 연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 에스원은 보안업체의 특수성을 살려 기업체, 아파트 등 출입에 필요한 신분증을 겸할 수 있는 스마트카드를 보급하고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분야에서 기반을 굳힌 업체들이 새롭게 뛰어들고자 하는 스마트카드는 기존의 마그네틱 신용카드와 달리 중앙연산처리장치(CPU)와 운영체제(OS)를 갖춘 칩이 내장돼 있어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드에 작은 컴퓨터 기능이 들어 있는 셈이다. 지갑을 두둑하게 하는 여러 장의 신용카드와 각종 포인트적립카드 멤버십카드 전자화폐 신분증 교통카드 등을 한 장으로 통합할 수 있고, 필요한 기능과 정보를 넣고 뺄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교통카드 기능에 머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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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자서명, 공인인증서 등을 담을 수 있는 데다 해킹이 불가능해 개인용 컴퓨터 보안이나 인터넷 결제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없다. 지금처럼 카드번호를 이용할 필요 없이 인증번호를 입력하거나 컴퓨터에 부착된 단말기에 스마트카드를 삽입해 인터넷 결제를 할 수 있기 때문. 사원증을 스마트카드로 교체할 경우 신용카드, 교통카드 기능은 물론 근태관리 주차카드 컴퓨터보안 구내식당 이용까지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서울대병원과 삼성의료원 등 대형 병원들이 의료용 스마트카드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스마트카드 한 장이면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내에 스마트카드를 쓸 수 있는 단말기를 찾기가 쉽지 않아, 현재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카드는 대부분 교통카드 기능에 국한되거나 마그네틱선과 칩을 함께 갖추고 있는 과도기적 형태다. 스마트카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2005년에서 2010년 안에 기존의 마그네틱 신용카드가 대부분 스마트카드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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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마트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스마트카드 사업에 대한 고조된 분위기가 수익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전략과 투자가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동안 스마트카드 기술이 첨단 수준에 도달하면서도 ‘잠재시장’으로 남아 있었던 것은 스마트카드 상용화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고성능 집적회로(IC) 칩이 내장된 스마트카드 제작비만 몇 천원에서 만 원대까지 이르고 있어 몇 백원에 불과하던 마그네틱 카드에 비해 고가인 데다 스마트카드를 읽을 수 있는 단말기를 가맹점마다 새로 설치하고, 정산에 필요한 네트워킹 등 관련 장비도 마련해야 하는 것. 업계는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카드 사업계획을 밝힌 업체들마다 어떤 식으로 기반시설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거나 관련 업체에 투자를 미루는 실정이다. 최근 스마트카드 사업 계획을 발표한 업체 담당자는 “우리가 이미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신용카드사는 신규 회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것 아니냐”며 초기 투자를 신용카드사 부담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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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기업들이 스마트카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면서도 누가 먼저 치고 나갈지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IC카드연구조합 신원섭씨는 수년 내에 스마트카드가 일반화될 것을 대비해 기업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전포고를 하면서도 정작 본격적인 기반시설 마련에는 뒷짐을 진 채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최대 전자화폐 솔루션 업체인 케이비테크놀로지 나세철 팀장은 “대기업들이 대부분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 조달이나 참여하는 기업들의 이익발생 여부와 수익 분배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사업참여 의사)발표만 앞세우고 있어 자칫 카드업계 전반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게다가 대규모 저장 용량을 활용해 의료보험, 교통카드, 신용카드 등의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는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의료보험공단, 버스사업조합, 금융기관 등 관련 기관의 합의가 필요해 당분간 스마트카드에 기댈 부분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교통카드 이외에 스마트카드에 대한 실수요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한다. 스마트카드 기술은 완벽에 가까우나 마그네틱 신용카드가 충분히 보급된 상태에서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흡인력이 약하다는 것.

시범사업 기술통합 최우선 과제

스마트카드 사업이 표준화되지 않은 채 사업이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교통카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호환성이 떨어져 스마트카드의 본래 취지를 저해하고 있는 것. 최근 모든 종류의 스마트카드 단말기에 통용되는 스마트카드용 통합 운영체제(COS)를 개발한 에스원 김정용 팀장은 “부산이나 대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가 서울에서 통용되지 않으면 스마트카드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며 “각 관련 업체들의 이권다툼이 얽혀 있어 호환 가능한 운영체제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가 추진중인 스마트카드 칩을 내장한 휴대폰 결제도 결제 방식의 표준화가 선결되지 않고 각기 다른 단말기가 보급될 경우 중복투자로 인한 손실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카드 손 안 대고 코 풀겠다?
내년 초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 공무원 5000여명을 대상으로 공무원증을 스마트카드로 교체하는 시범사업을 추진중인 정부는 스마트카드의 뛰어난 보안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스마트카드 단말기 보급 등 스마트카드의 활성화를 위한 환경을 갖추는 것은 관련업계 몫임을 분명히 했다.

세계 양대 신용카드 브랜드인 마스터와 비자는 한국을 세계 스마트카드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교두보로 지목한다. 한국의 카드 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다 정보기술(IT)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 인터넷 스마트카드 구축시스템을 연구해 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임신영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개발된 IC칩의 용량은 기존의 카드 30장 분량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32K바이트로 스마트카드에 필요한 기술개발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IC칩,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응용프로그램 등 스마트카드에 필요한 기술은 다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연구된 이 기술들을 실용단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이 나서 통합된 기술을 시범사업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 진출도 내다볼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다.”

또한 스마트카드가 일반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비접촉식 카드리더기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 개발된 것은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기술은 접촉식에 머물러 있어 지갑 속에서 카드를 꺼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비접촉식 리더기의 개발이 시급한 상태다. 임신영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연구된 기술로 조만간 충분히 개발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스마트카드 시장은 적절한 환경을 갖추지 못해 단순히 교통카드 쪽으로만 기형적으로 발달해 왔다. 스마트카드의 다양한 기능과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것. 마침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스마트카드 시장에 참여할 뜻을 밝히고 있으나 스마트카드 시장이 본격화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348호 (p26~27)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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