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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태풍의 눈’ 정몽준과 이한동

민주당 구애 불구 정의원 속내 꼭꼭 ‘독자신당론 모락모락’… 與 ‘이한동 카드’로 변경?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신당 ‘태풍의 눈’ 정몽준과 이한동

신당 ‘태풍의 눈’ 정몽준과 이한동
신당 창당을 향한 민주당의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한화갑 대표, 노무현 후보, 이인제 의원 및 정균환 총무 등 당내 각 계파 인사들은 서로 다른 시나리오와 방정식을 들고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다. 노풍(盧風)의 몰락과 신당 창당으로 인한 정치권 지형 변화는 제3세력 인사들에게는 꿈을 이룰 더없이 좋은 기회. 장외의 이한동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 등은 민주당 방정식에 자신들을 대입해 보기 시작했다.

일단 신당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정몽준 의원이다. 신당 추진론자들은 “정몽준 의원의 영입 여부에 신당의 사활이 걸렸다”고 말한다. 당 지도부는 물론 외곽 인사들도 그의 영입에 팔을 걷고 나섰다.

정몽준 의원의 잠재력을 가장 일찍 발견한 사람은 이인제 의원이다. 이인제 의원은 경선 패배 이후 대권 꿈을 접었다. 노무현 후보가 낙마하고 여론이 ‘그래도 이인제밖에 없다’고 돌아서는 경우에 대한 기대감도 없진 않았지만 이제는 킹메이커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는 정치색깔과 노선 어디도 겹치는 데가 없는 노무현 후보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다. 6·13 지방선거 직후 한때 결별(탈당)을 계획한 것도 노후보와 같이 갈 수 없는 이러 정치현실에서 비롯됐다.

정의원과 민주당 내 자파세력, 박근혜 대표와 자민련을 묶어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이 이의원의 당시 구상이었다. 대통령 후보는 정몽준 의원을 염두에 두었다. 월드컵을 시작으로 부상한 정의원의 대중적 지지도와 영남후보라는 ‘양 날개’를 주목했다.

동교동도 이한동 전 총리 안정적 이미지에 호감



그렇지만 그의 계획은 예기치 않는 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측근 L의원을 밀사로, 정의원 접촉에 나섰지만 정의원은 좀처럼 속내를 보이지 않고 미적거렸다. 게다가 자민련 인사들이 이인제 구상을 외면했다. 김종필 총재(JP) 말을 듣지 않고 신당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의원은 이때 당내 통제력을 상실한 JP의 실체를 파악했다. 그러는 사이 그의 움직임을 눈치챈 한화갑 대표가 회동을 청해 왔다. 이때가 7월 중순. 한대표는 노후보에 대해 회의감을 표출했다고 한다. 이심전심으로 신당을 함께 하자는 입장을 주고받았다. 이의원은 당권을 주겠다는 한대표를 굳이 멀리할 이유가 없었다.

창당 불길이 거세진 8월, 이의원측은 좌고우면하는 정의원으로부터 조금씩 발을 빼기 시작했다. ‘노무현 학습효과’를 예로 들며 “영남후보는 죽은 카드”라는 말도 주변에서 흘러 나왔다. 대신 이의원의 시선이 이한동 전 총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의원의 공보특보를 맡았던 김윤수씨는 “이의원이 이 전 총리의 최근 행보에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측근인 박범진 전 의원이 몇 차례 이한동 전 총리와 그의 측근들을 접촉한 흔적도 포착됐다. 이의원 측근 K씨는 “이 전 총리가 신당 창당과 관련한 총론에 OK 사인을 보냈다”고 설명한다. 다른 한 측근은 “최선책을 찾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차선을 찾는 중”이라는 전언도 곁들인다.

이의원만큼이나 노후보에게 반감을 갖고 있던 동교동이 이런 정황의 뒤를 받치고 있다. 동교동은 이 전 총리의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김대중 대통령(DJ) 정부에서 2년 동안 총리직을 지낸 그가 자신들에게 적대행위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도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동교동 인사들 주변에서는 이 전 총리와 DJ와의 교감설도 흘러 나온다. 이 전 총리가 사임하기 전 DJ와 이심전심의 교감을 가졌을 것이란 믿음이다.

신당 ‘태풍의 눈’ 정몽준과 이한동
이한동 전 총리를 감싸고 도는 합종연횡의 한 축은 개헌론이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재임 당시에도 사견임을 전제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인제 의원과 민주당 비주류측이 제기한 권력분산형 개헌론과도 닿아 있다. JP와의 연대도 이 개헌론에서 출발한다. JP는 최근 이 전 총리에게 가졌던 앙금을 모두 털었다. JP는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매개로 한 신당 창당 논의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그는 제3후보들 사이의 교통정리를 도맡아 ‘킹 메이커’를 자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총리는 그런 JP에 대해 기대감을 갖는다.

신당 창당의 한 축인 한대표와 중도파 인사들은 차분하다. 일체 감정 노출을 꺼리고 엄정 중립을 강조한다. 다만 노후보에게 전념했던 모습은 거둬들인 것 같다. 한대표는 한때 노후보를 통한 정권 재창출에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스러진 노풍의 부활을 염두에 두고 서너 차례 신당 얘기를 주고 받기도 했다.

한대표가 처음으로 신당 얘기를 꺼낸 것은 지난 7월10일경. 노후보는 한대표의 신당 구상에 반대하는 입장(침묵)을 취했고 두 인사는 조금씩 틈이 생겼다. 당의 반발에도 노후보가 김상현 고문을 공천(광주 북갑)하자 한대표는 노후보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한대표는 7월 말 노후보와 사전 상의 없이 ‘백지신당론’을 폈다. 노후보의 ‘선(先)후보 사퇴 후(後)신당 창당’을 의미하는 백지신당론으로 두 인사는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후보측은 지금도 “한대표와 같이 간다”고 말한다. 신당 정국의 위기를 헤쳐나갈 동반자로 한대표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대표 주변에서는 과거의 따뜻한 눈길을 거둔 대신 냉정한 ‘레프리’를 강조한다. 한대표 주변에서는 정몽준 의원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온다. 그의 영입을 위해 한대표가 직접 나서고 있다. 박상천 최고위원, 정균환 총무 등도 움직인다. 무엇보다 높은 지지도를 외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의원이 이회창 후보 앞서

신당 ‘태풍의 눈’ 정몽준과 이한동
거품 논쟁이 일고 있지만 정의원의 지지도는 매우 탄력적이다. 동아일보가 10일 코리아 리서치에 의뢰, 전국 성인 15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 정의원이 신당 후보로 나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39.7% 대 33.5%로 6.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무현 후보가 신당 후보가 될 경우엔 이후보에 31.7% 대 40.4%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나 문화일보 등의 여론조사에서도 정의원이 신당 후보로 나서면 모두 이회창 후보에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정의원을 끌어들일 경우 흥행 대박도 예상된다. 노무현 대(對) 정몽준의 대결구도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윤환 민국당 대표도 일종의 ‘정몽준 마니아’다. 민정당 시절 이한동 전 총리와 정치를 같이 했지만 김대표의 눈길은 정의원을 향한다. “지지도를 보라”고 그는 말한다.

중도파 중심세력인 중도개혁포럼은 대선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굳이 정리하지 않는다. 정균환 총무측은 “지금은 모든 세력을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일 때”라고 말한다. 다만 소속 인사들의 경우 이런저런 색깔을 드러낸다. 한 중진 의원은 “정의원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말한다. 중개포 소속 인사들은 개인의 호불호보다 일사분란하게 지도부의 지휘를 따를 가능성이 많다.

그렇지만 정작 구애를 받고 있는 제3세력 인사들 생각은 다르다. 자기 중심의 신당 창당 시나리오를 흘리며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려 한다. 정의원은 “나를 필요로 하는 정치세력이 있으면 나를 설득할 수도 있다”며 다른 세력과의 정치적 연대를 염두에 둔 듯 발언했지만 신당론에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노후보와의 대결을 원하지 않는 듯하다. 정의원 주변에서는 ‘예선(경선) 추대론’이 흘러 나온다. 예선을 통해 상처를 입는 경우나 중도탈락에 대한 우려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의원측은 예선보다 본선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정의원 측근으로 활동했던 P씨는 “100%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정의원은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여론만 믿고 단기필마로 나섰다가 낙마 위기에 몰린 노후보를 봐왔던 반면교사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의원의 독자 신당론이 흘러 나온다. 민주당 내분이 심화할 경우 민주당 이탈세력까지 포괄하는 거대 신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 신당을 민주당 신당과 통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한나라당이 파악한 정보로는 정몽준 의원은 이미 신당의 이름(녹색당)과 전국 조직을 구성해 놓았다고 한다.(상자기사 참조)

이한동 전 총리 역시 복잡한 계산을 들고 구애세력에 대한 판별 분석에 나선 상태다. 이 전 총리측은 대중성이 약한 자신과 정의원의 정면대결(경선)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는 입장이 강하다. 원칙적으로 신당 창당에 동참한다는 입장이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진로 수정도 가능하다는 것이 측근들의 비공개 멘트다. 이런 점 때문에 제3세력의 연대를 통한 신당 창당은 무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는 선택의 여지가 대폭 줄어든 상태. 그는 11일 “정당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정당이라면 신당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조건부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힘’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단기필마 6개월째를 맞고 있는 그의 주변에서는 ‘박근혜 정치’를 실패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법도, 명분도, 기회도 모두 잃었다는 진단이다. 대선후보 박근혜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접은 지 오래됐다. 측근들은 ‘조연’ 역할에 충실해야 다음 기회를 볼 수 있다고 조언을 한다.





주간동아 348호 (p16~18)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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