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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살해 父情, 진짜 윌슨병일까?

  • 최영철 기자

아들 살해 父情, 진짜 윌슨병일까?

월드컵이 막을 내린 지난 7월1일 빛고을 광주에서는 충격적인 살인사건이 있었다. 반신불구에 맹인인 아버지 김모씨(59)는 자신의 병을 쏙 빼 닮은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사건 후 그는 경찰조사에서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여달라는 아들의 말을 들어주는 게 병신으로 낳은 죄를 용서받는 것”이라고 말해 주변을 숙연케 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아버지가 없도록 내 몸을 실험용으로 써달라”는 말도 남겼다.

우리의 가슴을 정작 아프게 하는 것은 그가 자신과 아들의 병명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언론은 그의 병을 ‘윌슨병’이라고 보도했다. 온몸에 마비증세가 오고 시신경까지 마비되는 질환의 양상이 이를 뒷받침했고, 김씨 자신도 자신의 병을 윌슨병이라고 말했기 때문. 그러나 언론은 그가 제대로 된 진단과 진료를 받았는지, 또 국내에 윌슨병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얼마나 있는지 고민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밝혀진 의학적 소견을 종합하면 ‘윌슨병’은 대를 물려가며 유전되지는 않는다. 윌슨병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병’으로 형제간에는 나타날 수 있으나 부모에서 자식대로 대물림(우성 유전)되지는 않는 질병. 대물림되는 양상으로 보아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이며, 시각장애를 초래하는 ‘망막색소증’을 겸한 ‘소뇌(小腦) 위축성 실조증’(윌슨병과 증상이 유사함)의 한 유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유전학 전문의들의 한결 같은 진단이다.

잘못된 진단을 받았으므로 이들 부자가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 결국 그는 아들의 병을 치료할 기회 한번 얻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 셈이다. 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 아울러 환자 관리를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주간동아 344호 (p69~69)

최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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