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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언론 플레이’ 더 이상 못 봐!

블레어 정부의 ‘스핀닥터’ 4배나 늘어… 언로 차단·‘제왕적 리더십’등 비난 봉착

  • < 안병억/ 런던 통신원 > anpye@hanmail.net

블레어 ‘언론 플레이’ 더 이상 못 봐!

지난해 6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집권 2기를 달리고 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최근 언론과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총리와 장관 등 고위 정치인에 고용되어 언론관계를 담당하는 ‘스핀 닥터’(특별 보좌관·spin doctor)가 언론과 총리, 나아가 정부 간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집중 포화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블레어 총리는 지난 6월20일 총리관저에서 TV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어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스핀 닥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낙하산 인사의 전형인 이들이 공무원의 중립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총리와 장관들만을 위해 일하면서 언로(言路)를 막고 있다는 비난이 대부분이다.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은 ‘메일 온 선데이’ 등 3개 보수 신문이 여왕의 모후 장례식 때 총리 측근들이 지나치게 설쳤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되었다. 모후의 장례식을 앞두고 4월5일부터 10일까지 관이 웨스트민스터 성당에 있었고 수만명의 시민들이 조의를 표했다. 이때 총리실의 스핀 닥터가 장례의식 담당자에게 총리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도에 발끈한 총리실은 3개 일간지를 명예훼손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러자 다른 언론도 가세, 건전한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킨다며 스핀 닥터들을 맹공격해 사태는 커져갔다.

낙하산 인사 전형·중립성 훼손

스핀 닥터의 대표적 폐해로 소개된 사람은 전 교통부 장관 스티븐 바이어스의 특별 보좌관 조 모어다. 조 모어는 지난해 9월11일 미국에서 세계무역센터 테러가 발생하자 교통부 직원들에게 ‘이날이 나쁜 뉴스를 묻어버리기에 가장 좋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즉, 잦은 철도 사고 등으로 철도 서비스 개선 압력을 받고 있던 교통부가 이때를 틈타 좋지 않은 소식을 발표하면 테러 뉴스에 묻혀 거의 보도가 되지 않으리라고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교통부 내에서 발끈한 누군가가 이 사실을 언론에 제보, 조 모어는 백배사죄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모후 장례식 보도 여파로 스핀 닥터의 부정적인 역할이 다시 집중적으로 부각된 것이다.

현재 블레어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스핀 닥터의 수는 80명 정도. 보수당의 메이저 총리 시절과 비교하면 무려 4배나 늘었다.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에서 이처럼 스핀 닥터가 급증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8년간의 야당 생활을 접고 지난 97년 집권한 노동당은 당시 미디어 선거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4세의 젊은 블레어 당수를 뭔가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인물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막후 작업을 위해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이 노동당을 위해 일했고, 집권 후 노동당은 이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했다.



또 하나는 블레어 총리가 지나치게 ‘제왕적 리더십’ 에 집착한다는 분석이다. 변호사 출신인 블레어 총리는 법률회사에서 일하던 것처럼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각의 합의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핀 닥터를 비롯한 소수의 측근을 중심으로 이너서클(Inner Circle)을 형성해 정책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일부 언론은 ‘새로운 총리제’ 혹은 ‘제왕적 리더십’이라며 혹평하고 있다. 의회정치의 산실이자 공개정치의 모범이라는 영국도 낙하산 인사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운 듯하다.



주간동아 344호 (p53~53)

< 안병억/ 런던 통신원 >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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