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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총리가 대안일 수밖에…”

여성계, 장상 총리서리 출범 남다른 의미 … ‘너무 짧은 7개월’ 아쉬움 커

  •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여성 총리가 대안일 수밖에…”

“여성 총리가 대안일 수밖에…”
7월11일 장상 이화여대 총장(63)이 헌정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 서리에 임명된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획기적인 인사에 놀라움을 보인 반면, 여성계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언젠가는 그 자리를 맡을 사람이었기에 이번 총리 지명이 특별할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장총장이 길어야 7개월짜리 총리직을 수락했다는 사실에 더 큰 놀라움을 표시했다.

사실 장 총리서리는 98년 김대중 정부 초기 내각 구성 때부터 입각 후보 0순위였다. 조각(組閣) 때는 교육부 장관으로,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입각 56일 만에 물러났을 때는 그 후임으로 거론됐고, 그 후로도 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 으레 교육부 통일부 여성부 등의 장관 후보로 빠짐없이 하마평에 올랐다. 후보 명단에 든 횟수만 보면 장관직 두세 번은 하고도 남았을 그지만, 청와대측의 제의를 “아직 이화여대를 위해 할 일이 남아 있다”며 번번히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김대통령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 여성계 인사로 유일하게 장상 당시 이대 총장을 대표단에 포함시키는 등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입각을 김대통령에 대한 ‘의리’ 차원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장고 끝에 총리직을 수락하자 김대통령은 직접 장 총리서리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일단 건국 이후 최초의 여성 총리에 대해 여성계는 환영과 지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대표 이오경숙)은 즉각 “정치 및 공공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가 높은 나라일수록 부패 정도가 낮다. 임기말 총체적 부패국면에서 여성을 국무총리로 지명한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의 반영”이라는 내용의 환영 논평을 발표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손봉숙 이사장은 “각종 부패사건으로 얼룩진 정부가 뽑아든 국면 전환용 히든카드다.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에게 참신한 이미지를 주는 데 성공했다”며 “단지 여성 총리여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 총리감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입각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페미니즘 저널 ‘이프’의 박옥희 대표는 “정치적 난국을 해결하는 데 여성의 활약이 기대된다. 결국 여성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는 말로 여성 총리시대 개막의 설렘을 표시했다.

“여성들에게 상당한 빚을 졌다”



7·11 개각이 안팎에서 ‘무기력한 개각’ 혹은 ‘깜짝쇼’라고 혹평을 받고 있지만 첫 여성 총리에 대한 논평은 아직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들의 국적 문제나 학력 정정 소동 등 몇 가지 시빗거리를 제공하긴 했어도, 교육자이며 행정가로서의 화려한 경력에다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점, 여성계의 전폭적 지지 등이 장 총리서리의 강점으로 비춰지고 있다. 국회의 총리인준 절차가 무서워 총리를 교체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총리 인선에 고심해 온 청와대로서는 최고의 승부수를 둔 셈이다. 한 여성 정치인은 “이 정권 마지막으로 지혜로운 인사였다”고 평했다.

그러나 여성계는 “드디어”라고 반색을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늦은 감이 있다”며 토를 단다. 박옥희 대표는 “소신을 펴고 역량을 발휘하기에 7개월은 너무 짧다”고 아쉬움을 표했고, 손봉숙 이사장은 “장상씨 개인으로는 아까운 일”이라고 촌평했다.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국제대학원)는 “미흡한 개각 내용을 여성 총리 지명으로 무마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한 뒤 “장총장은 차기 정부에서도 여성계 인사로 입각 0순위일 가능성이 높다. 사명감이 없다면 이번 총리직은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정부는 여성들에게 상당한 빚을 졌다”는 조교수의 말은 무슨 뜻일까. 남성 정치인들이 분탕질해 놓은 국정 수습을 여성이 맡게 된 것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일까?



주간동아 344호 (p12~12)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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