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0

2002.04.18

중년 불감증이란 없다?

  • < 곽태일/ 맨파워비뇨기과 원장>

    입력2004-10-29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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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불감증이란 없다?
    이론상으로 보면 여성은 20대보다 30대에, 30대보다 40대에 성욕이 더 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생활을 파헤쳐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불감증으로 고민하는 여성 중 30~40대 주부들이 의외로 많은 것. 젊은 여성들이야 경험이 적어서 그렇다 쳐도 중년의 주부들에게서 불감증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여성 불감증의 해부생리학적 원인은 남성의 포경처럼 여성의 음핵이 포피에 덮여 있거나 질 근육의 탄력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뿐. 하지만 이런 여성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며, 오랜 연구 결과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 때문에 불감증에 걸린다는 속설 역시 별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극소수를 제외한 중년 여성들의 불감증은 대부분이 ‘내숭’이나 ‘꾀병’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 여성들은 불감증이 아닌데도 불감증이라고 우기며 스스로를 환자로 만든다. 왜 그럴까?

    성의학자들은 그 이유를 심리적 요인이나 성에 대한 무지에서 찾는다. 불안, 우울, 성적 억압, 남편과의 무의식적인 힘겨루기 등이 스스로를 불감증 환자로 생각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 중년 여성 대부분은 부부간에 성적 트러블이 있어도 사회·문화적인 억압 때문에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다. 프로이트, 킨제이, 매스터스 존슨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4대 성의학자 중 한 사람인 헬렌 카플란은 여성의 성 반응에 대해 최근 충격적인 조사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환상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이 5~10%, 성관계 때 음핵을 자극받아야만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이 약 40%, 어떤 방법을 써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이 10% 정도라는 것.

    따라서 불감증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자신을 풀어주고 방임하는 것이다. 육체가 느끼는 감정을 꼼꼼하게 관찰하는 습관이나 자신이 불감증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감정에 자신을 맡겨버리는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성적 반응은 오르가슴을 향해 고조되고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내던지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주범들은 바로 이런 습관이나 그릇된 환상 때문이다. 이런 경우 근육을 좀더 이완시키고 적절한 환상을 이용하며 자신의 즐거움에 충실하는 것이 좋다. ‘여성에게 본질적인 불감증이란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뇌는 것 역시 여성 불감증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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