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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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과학이 던지는 ‘잠재적 위험’

  • < 이한음/ 과학칼럼니스트 > ehanum@freechal.comt

    입력2004-10-29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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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노과학이 던지는 ‘잠재적 위험’
    최근 과학 지도에 나노과학이라는 새로운 미래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아직 분명하진 않지만 나노과학이 생명과학에 버금가는 새로운 혁명이 되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서 배아 줄기세포 발견으로 이어지는 생명과학의 발전은 갑자기 다가온 탓에 많은 혼란과 논쟁을 불러왔다. 반면 나노과학은 일찍부터 예견되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의 1959년 강연과 1986년 에릭 드렉슬러가 펴낸 ‘창조의 엔진’은 나노 세계의 모습을 어느 정도 그려놓고 있다. 물론 당시에는 환상에 가까운 이야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새로운 탄소 구조인 풀러렌 및 탄소 튜브의 발견과 각종 새로운 장비에 힘입어 이제 나노과학은 국가 과제가 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현재 각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노과학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성과를 내놓고 있다. 최근만 해도 풀러렌을 나노튜브 속에 넣은 완두 꼬투리 모양의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진 것을 비롯해, 플라스틱 물질을 혼합한 새로운 태양전지,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내는 물질들이 만들어졌고, 전기 및 자기와 관련된 새로운 특성들도 발견되었다.

    나노과학이 던지는 ‘잠재적 위험’
    이런 결과들을 실제 산업이나 의학에 이용되려면 시간이 좀더 걸리겠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나노과학은 촉매, 자료 저장, 약물 전달, 원료 제조 등에서 조금씩 사용되고 있다. 나노과학의 실용화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나노과학의 급속한 발전이 대중에게까지 와닿지는 않는 듯하다. 복제과학은 격렬한 찬반 논쟁에 휩싸인 반면, 나노과학은 서둘러 국가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 외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나노과학이 던지는 ‘잠재적 위험’
    한편 해외에서는 나노과학의 부정적 측면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말 ‘사이언스 뉴스’지에서 제시카 고먼은 나노과학이 만들어낼 새로운 물질들이 환경이나 신체에 미칠 잠재적 위험을 상세히 논의한 바 있다. 나노과학의 산물은 환경에 아주 새로운 것들이다. 이것들은 안정적이고, 자기 조직적이며, 자기복제 능력을 지닐 것이라고 예상된다. 인류는 이미 이런 물질들을 만들어왔다. DDT 같은 살충제와 프레온 가스가 그 예다. 이 물질들은 한때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물질로 여겨졌다. 하지만 DDT 같은 살충제는 생물에 장기간 축적되어 생존을 위협했고, 프레온 가스는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 되었다. 고먼은 나노과학의 산물도 이런 위험을 지닌다고 보았다.



    현재 미국 라이스대학에서는 나노과학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환경과 생물에 끼칠 영향도 연구하고 있다. 또 미국 환경청은 나노과학의 산물과 장치들이 환경에 끼칠 영향을 조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실 새로운 과학과 그 과학이 끼칠 영향을 동시에 연구하는 방식은 인간 유전체 계획에서 처음 확립된 것이다. 유전체 계획을 출범할 당시 책임자였던 제임스 왓슨은 연구비의 일정 비율을 그 계획의 윤리적 측면의 연구에 투자하도록 했다.

    나노과학처럼 우리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연구를 할 때는 그런 전례를 따를 필요가 있다. 미래의 첨단 정보기술과 의학 등은 나노과학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나노과학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삶의 질, 진정한 경쟁력은 과학 기술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것의 생물학적·환경적·윤리적 측면을 함께 다루어야만 확보할 수 있다.



    과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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