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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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법정, 불법체류 한국인에 실형 선고

이례적 사례인 데다 ‘1년4개월’형량도 논란… 대사관 미온적 태도, 교민들이 구명운동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04-10-28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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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법정, 불법체류 한국인에 실형 선고
    일본에 불법체류중인 한 한인 남성이 최근 일본 법정에서 불법체류를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주일(駐日) 한국대사관은 한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실형선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나, 대사관측은 불법체류로 복역중인 한인 수형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해 자국민 보호에 소홀함을 드러냈다. 한인 불법체류자가 형사사건이 아닌 불법체류로 실형을 받은 사례는 국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전무할 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실형을 선고받은 한인은 K씨(35). 그는 지난 3월20일 징역 1년4개월(1심 판결)을 선고받았다.

    K씨는 98년 10월 일본에 건너가 한국인 소유의 정보기술(IT) 관련 대리점에서 AS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지난 1월21일 경찰의 불심검문에서 불법체류자임이 드러났다. 그는 일본 도쿄 요쯔야(四ッ谷)경찰서에 구금돼 70여일간 조사받은 뒤 4월5일 현재 구치소에 있다. 그러나 곧 교도소로 이감돼 일본인 범죄자들과 함께 수형생활을 할 처지.

    日 법정, 불법체류 한국인에 실형 선고
    선고공판을 방청한 K씨의 인척에 따르면 판결 요지는 K씨가 예전에도 불법체류한 사실이 있고 재입국 금지 기간을 넘기자 곧 다시 입국한 점으로 미뤄 강제 퇴거시켜도 언제든 재입국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란 것. 실제 K씨의 불법체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0년 이후 수차례 합법적인 일본 방문 경험을 가진 그는 94년 10월 입국했다 불법체류해 96년 8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K씨가 이번에도 일본의 ‘출입국 관리 및 난민 인정에 관한 법률’(약칭 입관법)을 어긴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K씨가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항변 기회를 갖지 못한 점. 동생의 구금 사실을 뒤늦게 안 K씨의 형(37)은 3월28일부터 일본에 머물며 4월3일 한인회(재일본 한국인연합회)에 재판의 부당성을 알리는 탄원서를 전달하는 등 각계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주간동아’와의 국제통화에서 “동생의 불법체류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다른 범법행위가 없는데도 단지 불법체류를 이유로 1년4개월이란 적잖은 실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불법체류자 변호 경험이 많은 60대 일본인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그는 변호에 태만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어에 능숙치 않은 K씨가 변호인과의 원활한 면담을 위해 통역을 원했으나 다섯 차례 접견하면서도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 그 결과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인 변론을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변호사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로 본인(K씨)이 아니면 판결문을 내줄 수 없다”며 K씨의 형은 물론 자신을 선임한 K씨의 인척에게까지 사건 기록 및 판결문 열람을 거부하고 있다.

    집행유예 후 재입국 과정에서 K씨는 위조 여권이 아닌 자신 명의의 여권으로 입국했다. 그러나 감형을 위해 항소를 고려하던 K씨측은 결국 적합한 변호인을 찾지 못해 항소를 포기해야 했다. 항소 기간은 4월3일로 만료됐다.

    그런데도 K씨측의 민원을 접한 한국대사관은 갈피조차 못 잡고 있다. K씨의 형은 3월28일 K씨의 지인을 통해 대사관 법무담당관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한인들이 실형을 받은 전례가 있는지 알아본 뒤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 외엔 아무런 후속 답변도 듣지 못했다.

    K씨의 형은 이에 앞서 3월26일 한국대사관 사이버 민원실에 민원을 올렸으나 대사관측은 ‘주간동아’의 취재가 시작되자 4월4일 뒤늦게 대사관 홈페이지에 답변을 게재했다. 답변 요지 또한 ‘동생의 성명, 생년월일, 여권 번호, 수감중인 구치소명을 알려주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영사보호를 하겠다’는 것에 그쳤다. 당초 K씨의 형은 자신에게 연락 가능한 이메일 주소(xman@korea. com)를 민원 내용에 명기했지만, 대사관측은 연락 한번 취하지 않았다. 그는 또 3월23일부터 세 차례나 청와대에 같은 민원을 냈지만, 4월5일 현재까지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대사관측은 “외교통상부에서 민원인에게 이미 회신한 것으로 알았다”고 답했지만, K씨의 형은 “회신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K씨 외에 불법체류로 실형을 받고 복역중인 한인들의 현황을 알고나 있을까. 대사관 관계자는 “관련 통계는 일본 정부만 안다”며 “수감자(불법체류자)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일본 사법당국이 대사관측에 수감 사실과 관련 기록을 통보해 주므로 정확한 인원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수감 사실을 통보받은 수형자 수에 대해선 알 것 아니냐”는 물음엔 “관련 기록은 받았으나 집계를 하지 않아 모른다”고 해명했다. 대사관측은 한인 불법체류자들의 수형생활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상태다.

    국가마다 상황에 따라 불법체류 문제의 해결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일본의 경우 관련 규정이 현격히 차등화돼 있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내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밟는 경로는 세 가지. 일본 출입국관리국에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출국하거나, 출입국관리국에 적발돼 조사받은 뒤 재판 없이 강제 퇴거당하거나, 일본 경찰에 체포되는 경우다. 이중 경찰에 체포될 경우엔 일단 연행된 뒤 입국 경위와 그간의 행적, 체류중 범법행위 유무 등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를 받고, 강제 퇴거 대신 정식 재판에 회부된다. 이는 전자의 두 경우와 달리 크게 형평성을 잃은 처사지만, 2000년 2월부터 시행중인 개정 입관법(불법체류의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만엔 이하 벌금형, 퇴거 외국인에 대한 입국 거부 기간도 1년에서 5년으로 강화)을 엄격히 적용한 것이다.

    외교부 영사과 관계자는 “예전엔 적발되면 모든 불법체류자들이 강제 퇴거당했으나 입관법 개정 이후 실형을 받는 한인 불법체류자들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불법체류자 입장에선 그야말로 단속 주체를 잘(?) 만나야 할 만큼 ‘복불복’(福不福)인 셈.

    반면 한국 법무부 출국관리과에 따르면 한국 내에서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실형을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불법체류를 반복해도 강제 퇴거시킬 뿐이다. 출입국관리법엔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 규정이 실제 적용된 경우는 찾기 힘들다.

    K씨의 형은 “일본 경찰관들조차 ‘불법체류로 실형을 받은 외국인을 처음 본다’며 면회시간을 몰래 연장해 주고 한국어로 대화하도록 배려(원칙은 일본어만 사용)할 정도로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인회측은 “변호인이 직무에 태만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며 “여러 한인단체, 교민들과 함께 형집행정지 등 K씨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 내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20만여명. 이중 한인이 5만5000여명(2000년 말 기준)으로 가장 많다.

    불법체류가 범법행위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재판 과정의 부당함이 철저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잘못된 선례로 남을 게 뻔하다. 재외공관은 자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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