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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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 사업은 ‘천덕꾸러기’

당초 예상보다 수요 적고 기술적으로 차질 … 통신업체들 사업의지 약화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4-10-28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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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T-2000 사업은 ‘천덕꾸러기’
    정보통신부는 2002 한·일 월드컵에 대비해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국의 3세대 이동통신(=IMT-2000) 기술력을 홍보하기 위해 5월까지 CDMA 2000-1x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동기식 동영상 서비스(CDMA 2000-1x EV-DO)와 비동기식 서비스(W-CDMA)를 월드컵 경기 때 경기장 주변에서 시연한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IMT-2000 서비스는 잘 알려진 대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음성 통화는 물론 영상,데이터 등 멀티미디어 통신 서비스를 초고속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들은 IMT-2000 단말기의 액정 화면을 통해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가입자와도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장소에 관계없이 이동중에도 인터넷에 무선으로 접속해 웹서핑, 이메일 송수신과 전자상거래 등을 할 수 있는 ‘꿈의 통신’이다.

    그렇다면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이런 ‘꿈의 통신’이 가능해진단 말인가. 애당초 2000년 비동기식 사업자 선정 당시 SK IMT나 KT아이컴 등은 “2002년 초 시범 서비스를 거쳐 월드컵 개막을 앞둔 2002년 6월을 전후해 IMT-2000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호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의 호언과 월드컵 시범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MT-2000 사업은 ‘천덕꾸러기’
    물론 SKT 등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은 현재 IMT-2000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2000년 말부터 상용화하기 시작한 CDMA 2000-1x는 최고 속도가 144kbps까지 가능해 2.5세대 서비스라고 불리다 최근에는 3세대 서비스라고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SKT는 현재 여기에서 좀더 나아간 CDMA 2000-1x EV-DO를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CDMA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동기식’ 서비스다. 2GHz 대역의 ‘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 사업권을 획득한 SKT가 ‘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통신 전문가들은 최근의 통신 서비스 발전에 따라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상자기사 참조). 그렇다면 2000년 사업권 선정 당시 얘기된 IMT-2000 서비스는 어떻게 된 것일까.



    통신업체들은 공식적으로 “이른 시일 내에 선보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3월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IMT-2000 워크숍’에 참석한 KT아이컴 김연학 상무는 “연내에 통신망을 구축하고 내년 초 우선 서울, 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 등지에서 상용 서비스를 실시한 다음, 2004년까지 전국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SK IMT 서종렬 상무는 내년 2·4분기중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3·4분기중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 내년 말까지 서울시와 6개 광역시, 25개 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상무는 이어 “2006년 말까지 전국망을 구축할 예정이나 시장환경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통부는 이미 ‘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 지연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은 2월7일 국회 과학기술상임위원회에서 IMT-2000 서비스 지연과 관련한 질의를 받고 “통신시장의 수요 예측을 잘못해 서비스 시기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 비동기식 사업자가 동기식 서비스를 하는 것도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IMT-2000 서비스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것은 물론 2000년에 불어닥친 세계적인 정보통신산업의 경기 침체 때문이기도 하다. 유럽의 통신업체들은 막대한 출연금을 내느라 허리가 휜 만큼 수조원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IMT-2000 사업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국내 통신업체 역시 이런 상황에 IMT-2000 사업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런 ‘오해’를 받고 있는 업체가 SKT. 이런 관측은 2세대 서비스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SKT로서는 굳이 수조원으로 예상되는 IMT-2000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앞당길 필요가 없다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KT아이컴 관계자는 “SKT로서는 KT아이컴과 똑같은 조건에서 새로 경쟁해야 하는 IMT-2000 서비스 사업을 가능하면 연기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KT아이컴이라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게 아니다. KT아이컴측은 IMT-2000 서비스 실시에 나름대로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KT아이컴 대주주인 KT의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IMT-2000 서비스의 잠재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수요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기술적인 어려움도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KT가 KT아이컴과 KTF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KT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동기식이든 비동기식이든 IMT-2000 서비스는 망 구축을 따로 해야 하지만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인력 운용, 마케팅 등에서 KT와 KTF가 공통으로 할 일이 많아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병 승인은 정통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은 상태.

    사업자들의 의지도 그렇지만 IMT-2000 서비스의 상용화를 앞두고 해결해야 할 난제는 산적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 요금 책정 문제다. SKT 관계자는 “솔직히 현재와 같은 서비스 요금 체제에서는 IMT-2000 서비스로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해서 보려면 서비스 요금이 200만원은 넘게 나올 텐데 누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단말기 가격이 너무 비싼 점도 IMT-2000 서비스의 보편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된 이들 업체의 현재 분위기를 보면 IMT-2000 사업권이 ‘뜨거운 감자’가 된 느낌이다.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기에는 사업성에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기술 개발 등에서 손을 놓자니 언제 낙오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어느새 IMT-2000 사업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소비자들과 IMT-2000 컨소시엄에 참가한 소액 투자자들이다. 작년 이동통신업체들은 이동통신 요금 인하 요구에 한결같이 “차세대 통신을 위한 투자비 마련을 위해 대폭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비자들은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미래의 서비스를 위해 현재 비싼 통신 요금을 물고 있다는 얘기다. 또 서비스 지연과 합병설 등으로 소액 투자자들은 당분간 투자 이익 실현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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