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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일어설 때마다 핑 돌고 어지러워!

혈압조절 장애 ‘기립성 저혈압’ … 빈혈로 생각하고 방치하면 큰일

  • < 고창남/ 경희대 강남한방병원 내과 교수 >

일어설 때마다 핑 돌고 어지러워!

일어설 때마다 핑 돌고 어지러워!
주 부 K씨(52)는 평소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핑’ 도는 어지럼증을 자주 느끼곤 했다. 빈혈이거니 하고 방치하기를 1년. 하지만 그녀는 최근 딸의 결혼을 앞두고 이바지 음식을 장만하다 결국 실신하고 말았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다 일어서면서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한 것.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침 등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긴 K씨의 병명은 빈혈이 아니라 ‘기립성(起立性) 저혈압’.

기립성 저혈압은 글자 그대로 앉았다가 일어설 때와 같이 자세를 급격히 바꿀 때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 기능에 장애가 생겨 심각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질환. 혈압이 정상보다 낮은 상태(최대 100㎜Hg 이하, 최소 60㎜Hg 이하)를 가리키는 저혈압의 한 종류이지만 심하게는 K씨처럼 정신을 잃기도 한다.

물론 혈압이 정상인 사람도 앉았다가 일어날 때 잠시 어지럼증을 느낀다. 앉아 있을 때 낮아졌던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생기는 생리 반응이다. 하지만 일어선 후 혈압이 정상 수치로 돌아오는 데 2분 이상 걸리고, 그 2분 동안의 혈압이 평소 혈압보다 30㎜Hg이상 차이가 있다면 이는 기립성 저혈압이다. 일어설 때 어지럼증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증상은 빈혈과 비슷하지만 그 원인과 결과는 무척 다르다.

빈혈은 혈액의 구성요소 중 헤모글로빈이 정상치(12~14g/dL)보다 적을 때 생기지만, 기립성 저혈압은 헤모글로빈 수치와 관계없이 혈액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발병한다. 또 빈혈은 악성이 아닌 경우 현기증밖에 증세가 없지만 기립성 저혈압은 현기증 이외에도 머리가 무거우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있다. 무엇을 하든 불안하고 불면증과 피로에 시달리며 손발에 힘이 없고 소화불량이 자주 나타난다.

한방에선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해석한다. 기운이 빠져 몸의 전반적인 기능이 약화(氣虛)된 경우나 몸속에 따뜻한 온기가 부족(陽虛)한 경우, 혈액이 부족하고 허약(血虛)한 경우, 몸의 진액(수액·체액)이 부족(陰虛)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정신적인 긴장이나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발생하며, 비만이나 선천적 체질이 발병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사상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선천적으로 기와 혈이 부족하고 위장기능이 약한 소음인과 소심하고 꼼꼼한 타입으로 몸이 냉하기 쉬운 태음인이 기립성 저혈압에 많이 걸린다.

따라서 한방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해 혈액순환을 돕는 음식이나 방법으로 이를 예방하고 치료한다. 인삼이나 홍삼이 기립성 저혈압에 특효를 보이는 것도 그 때문. 인삼은 소화를 돕고 원기를 북돋워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진액을 보충한다. 홍삼은 인삼이 가지는 효과와 더불어 양기를 북돋워 심장과 신장 기능 저하로 나타나는 저혈압에 특히 좋다. 포도, 셀러리, 파슬리, 당근 생즙도 성질이 맵고 따뜻한 데다 소화 흡수가 잘돼 많은 도움이 된다.

한약 처방으로는 ‘관중탕류’와 ‘향부자팔물탕’이 주로 처방된다. 관중탕류에는 소화에 도움이 되는 인삼, 건강, 양강이 들어가 위장을 따뜻하게 하며 영양 흡수를 돕는다. 향부자, 당귀, 백작약, 백출, 백하수오, 천궁, 진피, 감초자 등 여덟 가지 약재가 들어간 향부자팔물탕은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탄력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이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탄력스타킹은 혈액이 다리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구실을 한다. 다만 기립성 저혈압에 걸린 사람이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목운동이다. 목으로 올라가는 혈관인 경동맥에 무리가 가면 혈액이 다리에 몰려 자세를 바꿀 때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립성 저혈압은 치료를 미루면 어지럼증이 계속적으로 반복된다. 이러다 보면 상태가 점점 악화돼 손발이 차지면서 실신 상태에 빠진다. 한 번 실신한 사람은 언제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질지 불안하고 초조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간동아 319호 (p77~77)

< 고창남/ 경희대 강남한방병원 내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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