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6

2002.01.03

‘칠판 없는 교실’ 머지않았어요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입력2004-11-03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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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판 없는 교실’ 머지않았어요
    “여러분은 지금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홈페이지를 보고 있습니다. 이 박물관이 있는 도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인데….”

    교단의 선생님이 LCD 판서 모니터에 러시아의 도시 이름을 써내려가자 칠판 대신 걸린 스크린의 인터넷 화면 위로 글씨가 그대로 나타난다. ‘와’하고 터져나오는 아이들의 감탄소리. 지난 12월18일 세계 최초로 전자판서 시스템이 설치된 서울 대일외국어고등학교 수업 장면이다. 분필과 칠판 대신 빔프로젝터와 컴퓨터를 이용하는 이 시스템 ‘디지털 클래스’를 개발한 곳은 교육솔루션 전문업체 ㈜씽커즈. 회사를 이끌고 있는 황진성 사장(49)은 82년 영국으로 유학해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국제경제통이다. 학위 취득 후 UN 등 국제기구와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일하기도 했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우리 교육의 효율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왜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하고도 적은 성과밖에 못 얻는 걸까’ 하는 물음이었죠.”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국 97년 창업으로 이어져 비즈니스가 됐다는 말이다.

    이미 60개 대학에서 시연회를 가져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디지털 클래스는 내년부터 각급학교 현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라고. 대일외고의 경우 시연회 2주 만에 바로 설치를 결정할 만큼 일선 교육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우선 선생님들이 더 이상 분필가루를 마시지 않아도 되지요. 인터넷 등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스크린에 불러올 수 있어 교실 정보화에 큰 도움이 될 거고요.” 시스템을 시연해 보이는 황사장의 얼굴에 자긍심이 가득하다.

    기술의 핵심은 역시 전자펜과 LCD 판서 모니터. 선생님들의 자연스런 글씨를 칠판에 그대로 옮길 수 있도록 정교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역점을 두었다고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사회의 벤처관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넷 정보제공 업체는 쉽게 주목받는 반면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시스템개발 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황사장은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 인식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진정한 벤처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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