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6

2002.01.03

미국인 화가 가족 파주에서 전원일기 쓰다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1-03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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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 화가 가족 파주에서 전원일기 쓰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타피씨 가족의 집을 찾아갔을 때, 마당을 지키는 두 마리의 흰 진돗개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 고적하게 서 있는 집에서 진돗개들은 낯선 사람을 보자 도리어 반가워했다.

    미국인인 타피씨 가족은 화가인 아내 신시아(50)와 딸들의 그림작업을 위해 한국에 왔다. 신시아는 미국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을 통해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가적 열정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료 화가인 박방영 육근병씨 등이 한국으로 돌아가자 신시아는 가족을 이끌고 한국에 가기로 결심했다. 지난 1월, 이들은 미국 뉴저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파주 맥금동에 정착했다.

    “아내가 한국으로 이사 가겠다고 말했을 때, 전 솔직히 아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죠.” 남편인 카일씨(50)의 토로다. 타피씨 가족은 금융 컨설턴트인 카일씨만 빼놓고 모두 화가다. 큰딸 아키라(19)는 이미 뉴욕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막내 카일라(15)도 그림을 공부하고 있다. 신시아는 올 가을에 뉴욕과 도쿄에서 동시에 전시회를 열었다.

    예술가인 아내와 아직 어린 두 딸에 비해 카일씨는 정착에 상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직장을 옮겨야 했으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 1시간30분씩 걸리는 상황도 감수해야 했다. “버스를 탄 다음 3호선 구파발역에 내려 다시 6호선, 5호선으로 갈아타야 해요. 지하철역에서 내린 후에는 택시를 타야죠. 그런데 이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데 2달러 50센트밖에 들지 않아요.” 카일씨는 자신들의 홈페이지(www.toffeyfamily.homestead.com)에 가족의 정착상황을 알려주는 일기를 쓰고 있다.

    “우리는 뉴욕에 살기 전 캘리포니아에서도 살았고 일본에서도 살았습니다. 국제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죠”라고 타피씨 가족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서울도 아닌 시골의 집, 한국어라고는 몇 마디밖에 모르는 이들의 삶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듯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정육점에 가는 것, 과일을 사는 것 등이 모두 모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에 비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그렇지만 우리는 특별히 조국에 연연하지 않고 국제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이화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아키라는 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문제가 없지만 한국어 수업은 교수에게 묻기도 하고 친구들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교수님들은 영어를 잘하세요. 친구들도 어느 정도 영어를 해요. 이화여대 학생들은 참 스마트하다고 생각해요.”

    홈스쿨로 중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는 동생 카일라 역시 언니처럼 이화여대에 가서 미술을 전공하는 것이 꿈이다. 카일라는 미국의 친구들과 매일 인터넷으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그리 멀리 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타피씨 가족은 한국이 마음에 든다. “농부 아저씨들까지도 한국 정세에 대해 유창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한국인들은 작은 나라에 살지만 큰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한국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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