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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엘-알 항공'짭짤한 테러특수

세계 최고 보안시스템 덕 톡톡 …3·4분기 2400만불 흑자 ”불황은 남의 일”

  • < 남성준/ 예루살렘 통신 > darom21@hanmail.net

이스라엘 '엘-알 항공'짭짤한 테러특수

지난해 9500만달러 적자예상. 상반기 전망 1억 4200만달러보다 적자폭 33%감소, 중반기 전망보다 9.5% 감소. 이상은 이스라엘 국영 항공사 ‘엘-알‘ (El-Al)의 지난해 경영성적표다. 엘-알은 1·4분기,2 ·4분기를 각각 5000만 달러,3200만 달러 적자로 마감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이 적자가 3 ·4분기에 2400만달러의 흑자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마치 1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인티파다‘ (팔레스타인 봉기)와 지난 9월 11일 미국동시다발테러가 있지도 않은 것 같은분위기다.

9·11 테러 여파로 세계 항공업계가 입은 손실은 약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테러 이후 파산을 맞은 유럽의 몇몇 항공사를 제외하더라도 미국의 항공사들과 비교해 볼 때 엘-알의 약진은 더욱 분명해진다. 콘티넨털 에어라인과 US 에어웨이는 각각 7만 1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델타항공에서는 전체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8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항공사뿐만이 아니다.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사는 새 항공기의 주문이 격감할 것을 예상하고 3만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전 세계 항공업계가 맞고 있는 엄청난 재앙을 고려하면 엘-알의 경영실적은 경이적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경제전문가들은 엘-알의 약진 이유로 세가지 요인을 든다. 엘-알은 지난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히면서 직원 260명을 정리해고하고 항공기 수를 줄였으며 일부 노선을 폐지했다. 지난해 초보다 제트 연료비가 13% 하락한 것과 국제 시장의 금리 하락도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착실한 구조조정과 외부 요인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엘-알이 도약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을 빠뜨리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금리하락 같은 요인들은 비단 엘-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엘-알이 흑자를 기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세계 최고로 일컬어지는 보안시스템에 있다.

엘-알은 탑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맨투맨 보안검사가 강도높기로 유명하다. 승객들을 마치 범죄자 취급하는 인상을 주는 이 보안검사는그동안 과잉 검사라는 항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9 ·11테러이후 엘-알의 까다로운 보안검색 절차를 기꺼이 감수하는 여행객 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예루살렘에 있는 여행사 ‘트라벡스‘ 의 에이전트 페리 로디드씨는 ”승객 못지않게 승객의 가족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항공사”라는 말로 엘-알의 안전성을설 명한다. 로디드씨의 말에 따르면 트라벡스를 찾는 여행객 중 10∼15%가 테러사건 이후 항공사를 엘-알로 바꾸고 있다. 테러 이후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여행객 수는 줄었지만 엘-알의 경영 상황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엘-알 보안시스템의 세부 사항은 일반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극비사항이다. 그 중 공개된 몇 가지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엘-알 항공기에 실리는 모든 화물은 감압(減壓)실에 적재된다. 만일 화물 중 고도감지 폭발물이 있을 경우 이륙 전에 폭발시키기 위한 조치다. 고도감지 폭발물은 항공기가 이륙한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압이 낮아지면 이를 감지하여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화물은 승객이 탑승하기 전에 실린다. 이때 폭발물이 실리면 감압실의 낮은 압력을 항공기 이륙으로 오인해 폭발하게 된다. 물론 승객들은 탑승 전이므로 피해를 보지 않는다.

둘째, 평상복 차림의 무장 보안요원이 모든 엘-알 항공기에 동승한다. 간혹 할리우드 영화에 보면 보안요원이 항공 기 납치범들에게 무기력하게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 속 장면일 뿐이다. 실제로 미 연방항공국(FAA)의 보안규정에는 무장경관이 동승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미국의 교통부 장관인 노먼 민타는 테러사건 이후 항공기 운항을 재개하면서 ”미국을 드나드는 국제선 항공기에 무장경관이 반드시 동승하도록 항공기 보안규정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 엘-알 항공이 취항하는 전 세계 공항에는 이스라엘 보안요원이 상주해 있다. 엘-알 탑승객의 보안검사 를 전담하기 위해서다. 9 ·11 테러 직후 자국 영공을 폐쇄한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두 곳뿐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공항을 폐쇄한 채 엘-알 항공기를 제외한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 했다. 엘-알 항공기의 운행만 허가한 것은 엘-알이 출발한 모든 공항의 보안 검사는 이스라엘 보안요원들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9 ·11 테러는 뜻밖에도 엘-알과 이스라엘 보안 관계 회사들에 호재로 작용했다. 테러로 드러난 항공기와 공항의 보안 허점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미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운영해 온 이스라엘의 보안 회사들에 수억 달러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젬이다.

이스라엘의 간든 그룹은 지난해 10월말 뉴욕에 ‘GS3‘라는 항공보안회사를 설립했다. 사장은 이스라엘 전 공군 장성이자 엘-알사장을 역임한 요엘 펠드슈가 맡았다. 현재 애틀랜타와 플로리다 등지의 공항과 함께 아시아권 국가와도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진 GS3의 임원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와 연관이 있는 전직 엘-알보안 책임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쉰베트의 보안요원과 엘-알의 유럽, 아프리카 보안업무 책임자를 역임한 쉴로모 드로르 이스라엘 국방부 대변인 또한 국방부를 사임하고 뉴욕에 ‘뉴 월드 시큐리티‘라는 보안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로르는 ‘항공 보안만이 아닌 포괄적 보안 솔루젼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 역시 모사드와 쉰베트출신인사가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의 보잉사는 항공사와 공항, 정부기관에 세계적 수준의 보안을제공 할 벤처회사를 엘-알과 함께 설립키로 했다. 보잉의 CEO인 알렌 물랄리는 ‘보안분야에서 주도적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엘-알과 항공기 산업에서 축적된 지식과자본을가지고 있는 보잉이 만나면 위력적인 보안시스템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엘-알의 보안시스템이 미국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러나 엘-알의 자랑인 보안시스템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90년대 초반부터 이 항공사의 민영화를 추진해 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엘-알의 보안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6000만 달러가 소요된다.이 비용의 75%를 이스라엘 정부가 부담해 왔다. 바로 이 부분이 엘-알 민영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만만찮은 보안비용을 지불하면서 선뜻 엘-알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없이 없기 때문이다. 엘-알의 명성을 키워준 세계 최고의 보안시스템이 오히려 민영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주간동아 316호 (p46~47)

< 남성준/ 예루살렘 통신 > darom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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