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2001.12.13

부조금은 왜 봉투에 넣을까요? 外

  • < 자료 : 지적 쾌락의 세계 와우밸리(www.wowvalley.com) >

    입력2004-12-03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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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조금은 왜 봉투에 넣을까요?

    부조금은 왜 봉투에 넣을까요? 外
    한때 홍콩 무역시장에서 ‘코리언 애플 박스’(한국의 사과상자)라는 은어가 쓰였다고 한다. 뇌물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과상자가 등장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왜 사과상자든 돈봉투든 어딘가에 넣어서 돈을 주고받는 것일까? 조선시대 양반들은 부정한 것을 보거나 들었을 때 그 감각기관을 씻어서 청소하는 버릇이 있었다. 못 볼 걸 보면 눈을 씻고, 못 들을 걸 들으면 귀를 씻었다. 범죄자들이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할 때 “나 이제 손씻었다”고 하는 것도 다 그런 의미다. 이런 생각이 박여 있으니 돈도 정신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부정한 돈과 접촉하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봉투에 넣어 주고받은 것이다. 돈을 기피하느라 봉투에 넣은 것이 이어져 오늘날의 기부금, 부조금, 금일봉도 반드시 봉투에 담아 전달한다.

    한국의 팁 문화, 행하를 아십니까

    팁은 봉사를 받은 고객이 감사의 뜻으로 봉사자에게 주는 사례금으로, 외국에서 들어온 풍속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팁이 없었을까. 팁의 가장 근사치 한국말이 행하(行下)다. 아랫사람에게 수고했다고 주는 돈, 직위 높은 관리가 하위직에 대해 특정 안건을 청탁하는 것, 혹은 뇌물로 바치는 돈의 다른 이름이었다.

    구한말 양반들은 가마를 타거나 기생집에 갔을 때 행하를 내렸는데, 돈을 손으로 만지지 않는다는 원칙에 충실했기에 접시에 담아 젓가락으로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젓가락돈이라는 별칭도 붙어 있다. 이 행하가 한국식 팁이다. 행하 금액은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금액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물론 기분에 따라 더 주기도 했겠지만. 예를 들어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품을 전달하면 그것을 들고 가는 관리는 6전, 호송하는 별감은 4전의 행하를 받았는데, 아예 규정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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