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2001.12.13

‘쑥향’ 그윽한 ‘칼슘의 보고’

  • 시인 송수권

    입력2004-12-03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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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향’ 그윽한 ‘칼슘의 보고’
    청둥오리는 예부터 사냥새(엽조)로 이름 높은 철새다. 9~11월 우리나라에 오는 새다. 시베리아, 캄차카, 홋카이도 등지에 서식하며 잡식성이다. 그러니까 지구촌의 동북아시아 일대를 철 따라 오고 간다.

    불포화 지방산으로 고기가 맛있고 특히 뼈의 성분은 칼슘의 보고로 골다공증, 디스크, 관절염 등에 특효하며, 그래서 이런 환자들은 청둥오리 알을 땅속에서 발효시켜 상식하기도 한다. 요즘은 유황오리라 해서 직접 사육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남 담양읍 금성면 금성중학교와 나란히 있는 유진정(061-382-5888)은 ‘청둥오리 쑥전골’로 겨울 바람에 시세를 타는 집. 주인 김인숙씨(55)는 ‘무명씨+삼씨+오리뼈+은행+대추’ 등 특별한 처방전까지 말하며 오리뼈를 한 보자기씩 싸주는 서비스까지 곁들이곤 한다.

    “겨울은 사냥철이기도 하잖아요. 6연발 라이플이 터지고, 오리덫이 놓이고, 심지어는 오리 주낙까지 등장하여 홀림낚시를 쓰니 얼마나 잔인한 철인가요? 그것이 덫인 줄 사람들은 왜 모르지요?” 한다.

    그녀는 환경론(에코체인)에도 일가견이 있어 자연산 청둥오리는 좋지 않다고 힘주어 설명한다. 러시아 원전 폭발로 그들의 핵 관리가 얼마나 지구를 병들게 했는지 그대로 실감난다. 체르노빌 핵폭발에 이어 서방 선진국들도 서로가 묵시적인 범죄에 알리바이를 성립시켜 왔다. 남도 산천의 주암호, 광주호, 장성호, 나주호 등에 들끓는 청둥오리 떼는 대부분 이런 핵폭발 또는 무방비로 핵폐기물을 내다버린 시베리아 우랄 지방에서 날아온다고 한다.



    ‘쑥향’ 그윽한 ‘칼슘의 보고’
    우리는 지금 자연산이란 이름으로 그것을 건강식으로 치부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세계가 수입 식료품에 비상이 걸려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음날 나는 지도상에서 존재가 사라져버린 한 도시로 들어갔다. 체리야빈스키65란 이름의 마을이다. 인구 8만, 구소련의 핵폭탄 개발 중심지인 극비의 도시였다’고 쓴 야부치 마사유키의 ‘폐허에 관한 기록’은 모골을 송연케 한다.

    “우리집 전골은 봄철에 맛이 가장 좋다고들 말해요. 11월에서 3월 초순까지는 참쑥이 나오지 않아요. 이 기간을 빼면 1년 내내 향기로운 쑥전골을 들 수 있거든요. 저장된 쑥이 동나 지금 이렇게 미나리와 부추를 쓰고 있잖아요.”

    그것이 미안하다는 설명이다. 함평이 고향인 그녀는 어려서부터 들판에 나가 쑥 캐는 재미로 살았다는 추억도 한 보따리 풀어놓곤 한다. 지금은 들판도 오염되어 산속에 인부들을 풀어놓는다는 것. 그보다는 온상쑥이 제일이라는 귀띔도 서슴지 않는다. 들깨가루를 양념으로 쓰는데 치매에 좋다는 상식까지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다.

    국경 없이 넘나드는 겨울 철새는 물론, 지리산이나 백운산 골짜기를 넘나드는 멧돼지, 오소리 한 마리까지 병들지 않은 짐승이 없다는 것. 그래서 요즘 판치는 음식도 국토관, 생명관이 쏙 빠져 있어 참으로 의식수준과 교양이 붙어야 한다는 말까지 빼지 않고 덧붙인다. 예를 들면 당근즙이 성행하던 때가 있었는데, 몇 년 걸려 수확하는 인삼밭에 당근을 심으면 그렇게 잘 자란다는 사실이 채삼꾼들 사이에 알려진 후로 그 선호도가 뚝 떨어졌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그만큼 당근은 토양 흡수 성분이 강하다는 것. 이쯤 되면 신토불이도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엽조)들과 다를 바 없다. 이 시대에 유진정 ‘쑥부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청둥오리 쑥전골과 함께 얼마나 신선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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