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2001.12.13

어색한 맞선에도 명당이 있다

‘조명발’ 받고 분위기 좋으면 절반은 성공 … 스킨십 가능한 놀이공원도 선호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2-03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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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한 맞선에도 명당이 있다
    젊은 사람들 하는 말 중에 ‘믿지 말자 화장발, 속지 말자 조명발’이라는 말 있죠? 근데 첫 만남에서는 이 ‘조명발’이 아주 중요해요.”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한 커플매니저의 말이다. 그는 맞선 성공률이 가장 높은 장소의 첫째 조건으로 조명을 꼽는다. “첫 만남에서 호감도를 좌우하는 건 아무래도 외모가 가장 크죠. 오렌지빛의 은은한 조명이 외모를 더 돋보이게 하는 곳에서 만남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가 예쁘거나 잘생겨 보이면 50% 이상은 성공한 셈이니까요.”

    따라서 훤한 대낮에, 그것도 거리 한복판에서 미팅 상대를 처음 만나는 것은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니 주의하라고 그는 말한다.

    첫 만남 장소가 관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들은 “첫 만남의 경우 미팅 장소는 그날 미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최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공개하는 ‘미팅 장소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소위 ‘아줌마 부대’가 몰리는 곳은 일단 피하는 것이 좋다. 어수선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묻혀 있다 보면 정작 미팅에는 신경 쓰지 못하고 머리만 지끈거리게 마련. 이들 못지않게 중년 아저씨들이 많이 모이는 곳도 기피해야 할 장소다. 자욱한 담배연기 때문에 기분이 상쾌할 리 없다.



    대부분 첫 만남 장소로는 눈에 잘 띄고 교통이 편리한 곳을 선택하기 쉬운데, 이런 장소는 사람이 많아 산만하고 시끌벅적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대로에 위치해 너무 눈에 잘 띄는 장소보다 조금 외진 곳이 좋다.

    “물 좋은 곳이라고 소문난 카페도 맞선 장소로는 좋지 않아요. 주위에 오가는 ‘선남선녀’들에게 자꾸 눈이 가 선 보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거든요.”(결혼정보회사 선우 커플매니저 김보형씨)

    어색한 맞선에도 명당이 있다
    어떤 이들은 맞선 장소로 이름난 유명호텔 커피숍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주말이면 넘쳐나는 ‘맞선족’과 소위 ‘마담뚜’(직업적 결혼중매인)들로 인해 괜히 쑥스러워지고 멋쩍어지기 쉽다고. 주위의 커플들을 호시탐탐 관찰하는 눈들로 인해 신경이 쓰이고 산만해져 정작 본인의 만남에는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다른 커플들을 보고 있자면 앉은자리가 불편해진다는 것.

    그래도 어떤 곳은 ‘맞선의 전당’으로 소문나 주말이면 수많은 맞선 커플로 장사진을 이룬다.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맞선 성공률이 높다는 입소문 때문에 중매인들이 선호하는 장소고, 시청 앞 서울프라자호텔 역시 ‘이곳 커피숍에서 맞선 보면 잘 된다’는 속설이 퍼져 있어 주말 손님의 80% 이상이 선보는 사람들일 정도다. 2층 커피숍 외에 스카이라운지인 ‘토파즈’까지 맞선 장소로 애용되고 있는데, 밤이 되면 천장까지 이어진 통유리를 통해 도심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드라마 ‘초대’와 영화 ‘카라’로 유명해져 젊은 연인들을 불러모은다.

    “주말 오후 2~6시에 맞선 커플이 피크를 이룹니다. 요즘엔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커피보다는 칵테일을 마시는 등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맞선 커플을 위한 스페셜 칵테일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조선호텔 ‘컴파스 로즈’의 캡틴 정승은씨는 “처음 앉았을 때의 순간 표정을 보면 성공 여부가 짐작된다”고 말한다. “외모가 어딘지 닮고 분위기가 비슷한 사람들, 맞선 내내 많이 웃고 끊임없이 얘기하는 능동적인 커플은 성공률이 높습니다. 한참 얘기하다 배가 고파 식사까지 주문하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앉은 지 30분도 안 되어 나가버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서울프라자호텔 ‘프라자뷰’의 지배인 우영준씨는 “이곳에서 선보고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 많아 결혼한 후에도 추억이 깃든 이곳을 다시 찾는 이들이 한 달에 두세 커플 됩니다. 서빙하다 보면 하루에 두세 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차를 마시면서 선보는 사람도 가끔 볼 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얼마나 좋은 분위기에서 맞선을 보느냐에 따라 맞선의 성공률도 달라진다. 때문에 커플매니저들은 첫 만남의 장소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교통 여건, 찾는 손님들의 수준, 실내 디자인, 조명밝기, 서비스 친절도 등을 고려해 이른바 맞선 명당을 물색하는 건 이들의 필수 업무다.

    “호텔 커피숍 외에 압구정동과 홍익대 등지의 조용하고 세련된 카페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아요. 최근엔 놀이공원처럼 자유롭고 재미있는 장소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열중해 놀다 보면 자연스러운 스킨십도 가능하고, 상대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질 수 있거든요.”(결혼정보회사 듀오 커플매니저 김경희씨)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호수나 강이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카페에서 첫 만남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또 하나, 스카이라운지처럼 높은 곳에 올라가면 기압이 낮아 심장 박동수와 호흡이 빨라져 기분이 들뜨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어색함이 사라지고 호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처음 보는 이성 앞에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벤트 카페 같은 곳을 찾는 것은 어떨까.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주변 환경에서 해소하고 자연스레 이야깃거리도 만들어질 것이다. 즐거운 마음과 웃는 얼굴로 상대를 대하면 그만큼 성공률도 높아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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