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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사로운 우리 사이”

홍순영 통일부 장관-한나라당 호흡 척척 … 이례적 우호관계에 여당은 떨떠름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햇볕이 따사로운 우리 사이”

“햇볕이 따사로운 우리 사이”
홍순영 통일부 장관과 한나라당은 요즘 죽이 척척 맞는다. 지난 11월19일 홍장관을 추켜세운 바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11월27일 다시 그를 국회에 불러 한 번 더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왜 북한이 6차 남북 장관급회담 결렬 후 홍장관을 연일 비난한다고 생각하느냐”고 호의적으로 묻자, 홍장관은 “(북한의) 대화파들이 회담결렬 책임을 저에게 덮어씌우려는 것 같습니다”고 화답했다.

홍장관은 현 정권 출범 후 외교통상부, 통일부 장관을 잇따라 맡으면서 임동원 대통령특보와 함께 ‘햇볕정책 전도사’로 통한다. 이 때문에 홍장관과 한나라당(혹은 이회창 총재) 사이의 ‘선린관계’는 새삼스레 주목을 끈다. 또한 그 뿌리가 어디인지도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에 보여준 ‘장관과 야당의 팀워크’는 대선과 관련해 여러 가닥의 복선을 내포하는 듯하다.

사실 홍장관은 출발부터 좋았다. 지난 9월7일 개각 때 한나라당은 신임 안정남 건교부 장관, 유용태 노동부 장관, 유삼남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론하며 인선 전체를 폄훼했다. 그러나 유독 홍장관 임명은 “잘한 일”이라고 했다.

홍장관은 이회창 총재와 서울대 동문이라는 관계 이외에 특별한 사적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장관은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인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총재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다음은 홍장관 주변 인사의 말이다. “APEC 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DJ는 기분이 좋았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한국 주도의 다자 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DJ는 APEC 회의 참석 전 국내에서 열린 여야 영수회담 배경도 얘기했다. 그때 홍순영 장관은 이렇게 답했다. ‘이회창 총재는 법관의 합리적 양식을 갖고 있는 분입니다.’ 장관이 대통령 앞에서 야당 총재를 감싸는 발언을 한 셈이었다.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홍장관은 통일부 장관에 취임한 직후 한나라당사를 찾아 이총재를 예방했다. 홍장관의 지인은 이총재를 만나고 난 뒤 홍장관이 밝혔다는 소감을 이렇게 전한다. “단순히 의례적 인사만 하고 나온 자리는 아닌 듯했다. 홍장관은 이총재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총재가 ‘열심히 해보라’면서 홍장관을 격려해 줬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자리에서 홍장관이 ‘대북 쌀 지원 문제에 야당이 전향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총재는 긍정적으로 답변했는데 다음날 바로 한나라당이 대북 쌀 지원 지지를 밝혔다. 홍장관은 ‘이총재가 내 뜻을 알아줘서 고맙더라’는 뜻을 주변에 나타냈다.”



이번 남북 장관급회담 결렬 책임을 물어 홍장관이 다음 개각 때 경질될 것이라는 설이 민주당 쪽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총재 주변의 시각은 다르다. 이총재의 한 측근 인사는 “장관급회담에서 보여준 홍장관의 강경 자세는 홍장관의 독자적 판단이었다고 보기 힘들며 그 이면엔 정부의 훈령이 있었을 것이다. 즉 근본적으로 DJ의 뜻이 그러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장관의 정파를 초월한 유연한 정치력과 원칙 있는 협상 자세에 호의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그에 대한 한나라당의 정서를 전했다. 이번 남북회담에서도 홍장관은 햇볕정책 실무자이면서도 북한과 여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는 게 한나라당의 평이다.

충북 제천 출신인 홍장관은 지난 6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래 정권의 부침에 관계없이 고위 관료로 성장했다. 전두환 정권 때인 83년 홍장관은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일했다. 당시 무소불위의 안기부가 그의 친정 격인 외무부 관료들을 데려가 못살게 굴자 청와대에서 안기부를 강하게 성토해 ‘의기’ 있는 사람으로 통하기도 했다. 그의 소신 행동은 결과적으로 그의 ‘관운’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주간동아 2001.12.13 313호 (p32~32)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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