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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론 속 ‘자의 반 타의 반’ 외유길

김홍일 의원 내년 1월 신병치료차 방미 … ‘3월 귀국’ 넘겨 장기체류 가능성도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사퇴론 속 ‘자의 반 타의 반’ 외유길

사퇴론 속 ‘자의 반 타의 반’ 외유길
10·25 재·보선 직후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 전 청와대정책기획수석 등 두 사람의 사퇴를 공개 거론하며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압박해 들어갔던 민주당 쇄신파가 당시 겨냥한 타깃은 한 사람 더 있었다. 비록 바깥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로 김홍일 의원이다. 정현준 펀드 가입설, 모 부장검사와 제주휴가 동행 등 잇따라 구설에 오른 김의원도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의견이 나왔던 것.

이 모임에 참석했던 한 소장파 인사의 설명이다. “제주도 휴가 사건 등이 터져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김의원의 신중치 못한 언행이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그에 따라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 개진된 바 있다.”

‘처신에 신중하라’는 절제된 표현이지만 사퇴론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했다. 일부 소장파 인사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그의 사퇴에 대해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김의원의 사퇴 문제는 민주당 주변을 떠돌아다녔고, 양갑 갈등 등 당내 파워게임 이면에는 그의 사퇴문제로 힘겨루기가 이뤄지는 묘한 현상까지 생겼다.

이 기류가 한나라당에 상륙하면서 사퇴론은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지난 11월21일 정성홍 전 국정원 경제과장이 ‘김홍일과 건달’ 관계를 언급하자 한나라당은 곧바로 “김의원은 의원직을 내놓고 정권이 끝날 때까지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물밑으로만 떠돌던 사퇴론을 공식화했다. 다음날 한나라당은 사퇴론을 취소하며 한걸음 물러섰지만 이미 김의원의 사퇴문제는 정치권의 이슈로 등장한 뒤였다. 이후 김의원의 사퇴문제는 ‘김심(金心) 파동’을 우려한 김대통령이 사퇴를 권고했다는 얘기부터, 권 전 위원에게 물려받은 지역구를 권 전 위원 또는 그의 아들에게 되돌려줄 것이라는 얘기로까지 번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11월 말 권 전 위원과 만나 화해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갈등설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김의원의 사퇴문제가 과거처럼 격렬하거나 힘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당 내홍이 정리된 사실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민주당 한 소장파 인사는 이에 대해 “더 이상 몰아붙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왜 그럴까. 그의 지적이다. “(미국에 간다는데) 그게 그거(사퇴) 아니냐. 2, 3개월 예정이라지만 한 번 가면 쉽게 올 수 있겠느냐. 갈 때는 자의로 가겠지만 올 때는 다른 의견들이 작용할 것이다.”

신병 치료가 외유 명분이지만 정치권은 이를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김의원의 선택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더 이상 사퇴공방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동교동 구파 한 인사도 비슷한 시각이다. “오래 전부터 신병치료 계획이 잡혀 있었지만 당내에서 경선 중립을 위한 자의 반 타의 반 외유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장기 외유로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사퇴론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경선 정국이 도래하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치 중심으로 떠밀려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상존한다. 특히 한나라당의 눈초리가 매섭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당시 구체적 혐의가 없어 물러섰지만 지금도 우리는 그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97년 김현철을 우회 공격해 YS라는 타깃을 허물었던 그 전법 그대로 갈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민주당 일부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한다. 민주당 한 고위관계자의 말. “당내 경선은 물론 선거전이 벌어지면 무차별 정치공세가 이어질 텐데 그때 죄가 있다 없다는 해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지난 10·25 재·보선 때 보지 않았느냐.”

그렇다고 여권 인사들이 드러내놓고 사퇴론을 건의할 분위기도 아니다. ‘물러나라’는 명분을 찾기도 어렵지만 김의원측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김의원의 한 측근은 “1월 초 출국해 3월에 귀국하는 외유 일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기 외유설을 부인한다. 그는 “김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경선 중립 및 김심 논란 여지도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과연 김의원이 정치권의 공세에 맞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2001.12.13 313호 (p30~30)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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