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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삼성 현대, 북한에 300억 뜯길판

“주려는 의지도, 받을 생각도 없다”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 “정치논리만 앞세운 퍼주기식 상거래 아닌가”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주려는 의지도, 받을 생각도 없다”

“주려는 의지도, 받을 생각도 없다”
”지불 기일이 지났지만 (북한의) 주려는 의지도 없고, (우리가) 받을 생각도 없다. 일방적 퍼주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난해부터 대북 연불수출의 문제점을 파악해 온 박관용 의원(통일외교통상위)은 연불수출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정치논리가 경제원칙을 압도해 비정상적 상거래로 이어졌다는 것. 박의원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안정적 기반 위에서 남북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12월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호텔에서 박의원을 만났다.

-북한이 연불(외상)수출에 대한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처음부터 받을 생각이 없었거나 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론 때문에 수출 형식을 취했지만 내용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퍼주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퍼주기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계약서를 보면 정상적인 계약으로 보기 힘든 부분이 많다. 적어도 경제원칙에 근거한 상거래라면 계약이 파기됐을 경우를 대비해 보증 등 안전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심지어 1년 거치 10년 분할상환까지 계약조건에 포함됐다. 자동차나 TV를 팔아 얼마나 남는다고 10년에 걸쳐 대금을 받겠는가.”



-안전장치가 없다고 했는데 일부 계약서에는 ‘대금지불을 하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사업대가와 상계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측이 대금 납부기일의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측이 현대에 여러 차례 금강산관광대금 납부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나 현대가 언제 연불수출 미수금을 상계하고 나머지만 주겠다고 북한측에 제의한 적이 있는가. 전혀 현실성이 없는 계약조건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나 북한측이 이 일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보증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거나 10년 분할상환 조건 등을 비정상적 상거래라고 평가했는데, 이런 계약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은 김대중 대통령과 이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고 싶어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이 그것을 역이용, 남측의 조바심을 자극했고 정부가 기업을 끌어들여 퍼주기를 한 것이다. 최근 김대통령이 북측의 행태에 대해 ‘실망했다’고 했는데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

-미수금 상환을 위한 방법은?

“문제는 정부의 의지라고 본다. 정부가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해결책이 나오고 방법이 나오는 것 아니냐. 일각에서 남북협력기금 등을 통한 보전을 거론하는데 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원은 지원이고 수출은 수출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금결제를 요구해야 한다.”

-통일부는 민간기업 교역에 끼어들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그것을 어떻게 민간기업의 거래라고 할 수 있나. 북한체제에서 정경분리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모든 수출입 업무를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주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 정부가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수출했겠는가. 96년 베트남이 북한에 연불방식으로 쌀을 수출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했고, 러시아도 비슷한 피해를 보았다. 기업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투자했겠는가. 일전에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런 얘기를 하더라. 김대통령이 삼성전자가 반도체산업에서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으니 민족문제 차원에서 삼성도 북한에 도움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북투자에 나서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이윤추구가 최대 목적인데 확실한 보장도 없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 쉽겠느냐. 큰 것을 요구했던 정부가 조그만한 것(TV 수출)을 요구하니 체면치레 차원에서 (삼성이) 들어준 것 아니겠느냐.”

-남북교역을 확대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소위원회를 구성, 실태 조사를 할 계획이다. 정부도 연불수출을 비롯해 대북경협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게 전제돼야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또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남북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간동아 2001.12.13 313호 (p26~26)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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