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2001.12.13

한나라당, 이번엔 ‘집시법’ 고친다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04-12-02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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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이번엔 ‘집시법’ 고친다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주변이 대규모 시위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시위 무풍지대’였던 국세청 등 정부 주요기관, 각 대기업 본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최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집시법에 따르면 외국 외교기관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가 무조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번 한나라당 개정안은 “해당 외국과의 심각한 외교 마찰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될 때만 외국 외교기관 경계지점으로부터 50m 이내 지역의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한다”고 수정했다. 기존 집회, 시위 제한 규정을 전면 해제한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따라서 미국대사관 맞은편 정부종합청사나 온두라스 대사관이 입주한 국세청은 현행 집시법으론 집회 불가능 구역이지만 수정안이 최종 통과된다면 집회와 시위가 가능해진다. 종로1가 교보빌딩(오스트리아 대사관), 태평로2가 삼성생명빌딩(엘살바도르 대사관), 무교동 코오롱빌딩(캐나다 대사관), 중구 한화빌딩(그리스 대사관), 소공동 롯데호텔(과테말라 대사관), 적선동 현대화재해상빌딩(파나마 대사관) 등 외국 대사관을 입주시킨 상당수 대기업 사옥도 더 이상 시위금지구역으로 ‘보호’받기 어렵게 된다.

    시민단체들은 한나라당 수정안이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종합청사의 경우 서울 도심에 위치한 데다 정부 공권력을 상징하는 곳이어서 집회·시위 장소로 가장 매력적인 곳이다. 국세청도 마찬가지다. 갖가지 종류의 시위가 폭주할 것이다. 대기업 본사 역시 노동자·소비자 단체의 항의성 집회 장소로 최적”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거대 야당의 위력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한나라당이 여의도 당사로 일방적으로 쏠리는 시위대를 분산시키려는 목적과 대선전략을 이번 수정안 제출의 ‘진짜 이유’로 본다. 도심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양상을 자주 보이는 것이 야당에 이롭다는 것.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치적 의도는 없다. 정부종합청사나 대기업 사옥이 성역이 될 수 없다. 국민의 집회·시위 자유를 폭 넓게 보장해 주기 위한 결단이다. 시민단체도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측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집시법 수정안이 한나라당측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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